일 못하는 후배가 미운 삐쭉빼쭉님의 고민

삐쭉빼쭉님의 고민
“일 못하고 자의식과잉인 직장 후배,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자꾸 일을 망치는 후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요. 후배가 일을 못 해서 화가 나기도 하지만, 후배를 혼내는 모습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저를 나쁘게 생각할까 봐도 걱정입니다. 문제는 후배가 난이도가 높은 업무를 맡게 되면서 시작되었는데, 새 업무에 적응을 전혀 못 하는 것뿐 아니라 마감 안 지키고, 업무 보고 안 하고, 싫은 업무는 계속 미루고, 업무도 틀리는 등등 기본적인 것도 전혀 못 지키고 있습니다. 더 최악인 건 그의 태도인데, 자꾸 자기를 어필하고 1을 해놓고 10을 한 것처럼 포장하는 자의식과잉이 대단합니다.
팀 선배들도 이 후배를 탐탁지 않아 합니다. 팀장님도 몇 번이나 주의를 줬고, 저도 조언했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지난번엔 임원보고가 코앞에서 자료를 틀려서 후배가 틀린 걸 수정하고 있는데 말을 걸어서 ‘지금 말 걸지 말아라.’라고 했는데, 내가 말을 너무 심하게 했나 하는 고민때문에 더 스트레스가 되고, 제3자들이 후배가 아닌 날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됩니다. 지금까지 일잘러들과 함께 평화로운 회사 생활을 했는데, 왜 이런 사람 때문에 내가 걱정하고 화나고 분노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어떤 마음으로 이 후배를 대해야 할까요? 이제는 포기하는 게 맞을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
“후배의 행동과 결과까지 통제해야 한다는 불가능한 책임을 내려놓으세요.”
삐쭉빼쭉, 안녕하세요. 닉네임이 삐쭉빼쭉인 건 후배를 대하는 마음이 점점 날카로워져 후배도 찌르고 나도 찌르는 것 같아서 불편한 지금을 표현한 걸까요? 에고, 마음고생이 많은 것 같네요.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삐쭉빼쭉은 ‘비웃거나 언짢거나 울려고 할 때’ 나오는 모양이래요. 단어가 점점 본인이 더 힘들어지는 게 삐쭉빼쭉(앞으로는 삐쭉으로 부를게요)의 상황을 잘 표현한 것 같아서 신기했어요.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은 오래갈수록 정도를 더할수록 상대보다 나를 더 상하게 하잖아요. 그런데 그는 같은 팀이라 안 볼 수도 없고, 일을 되게 해야 하니 무시할 수도 없고요. 으아, 저라도 너무 치가 떨리게 싫을 것 같아요. 답변 글을 적으며 감정이입 되니 소름이 오소소 돋아요.
그럼 정말 포기해야 할까요? 네, 내려놓으세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미 삐쭉도 여러 번 조언했고, 팀장님도 경고한 후잖아요. 삐쭉님의 역할이 혹시 그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확인하고, 그의 행동이나 업무 결과에 따라 평가하는 관리자인가요? 그렇다고 해도 남은 것은 ‘평가’인 것 같고요. 공식적인 사수나 멘토, 상사가 아니라면 삐쭉의 역할은 이미 과합니다. 그를 ‘혼내’거나 ‘말 걸지 말라’고 하는 과격한 감정적 표현 직장 내 괴롭힘의 범주에 속하는 행동일 수 있고요. 삐쭉을 비난하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삐쭉을 지켜주고 싶어요. 아무리 정당방위라도 감정적 대응은 제 3자에게 쌍방과실로 보일 가능성이 높아요. 삐쭉에게 자유를 주고 싶어요. 그의 행동과 그 결과까지 통제해야 한다는 불가능한 책임에서요. 삐쭉에게 평화를 주고 싶어요. 궁금합니다. 그가 삐쭉의 조언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은 삐쭉은 얼마나 선명하고 든든한 동료일까요.
직장인 삐쭉으로서의 역할을 분명히 하세요. 그의 몫은 그에게 맡기고, 그가 책임지게 하세요. 그가 팀과 회사에 끼치는 악영향도 삐쭉의 책임이 아닙니다. 그를 고용한 주체인 회사와 그를 평과, 관리해야 할 책임 있는 팀장의 몫이죠. 일이 밀접하게 엮여 있는 같은 팀 안에서 명확하게 선을 그을 수 있는 건 아니겠죠. 하지만 직장인으로서의 삐쭉을 보호하기위해 업무 설명, 수정 요청, 대안 제시 등을 빠뜨리지 않고 간결하게 전달하고 기록에 남기고 보고하되, 인간으로서의 삐쭉을 보호하기 위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배가 하는 행동은 삐쭉의 가까이에서 일어나는 사건일 뿐 그가 일으키는 문제고, 그가 책임질 문제라는 것을 인정하세요.
의식적으로 그와 대화하기 전에 환기를 하든, 심호흡을 하든, 메신저로 정리해서 전달하든 부정적인 감정을 덜어내세요. 그에 대해 일어나는 부정적인 감정이 느껴질 때도 역시 혼자 끙끙대며 키우지 말고 잠깐의 복도 걷기, 티타임 등으로 기분을 전환하세요. 삐쭉만의 쉽고 짧은 스트레스 해소법들이 있다면 더 좋겠죠. 삐쭉의 부정적인 감정을 조절하고 성인으로서의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삐쭉의 역할이자 책임이니까요. 후배의 행동에 화내고 짜증 내고 스스로까지 미워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선택하세요. 생각과 감정은 그냥 떠오르는 것이라 막을 수 없지만, 붙들고 품어서 키울 건지 재빨리 알아차리고 털어버리거나 흘려보낼지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삐쭉의 말만으로 그가 얼마나 부적절한지 저는 알 수 없지만, 삐쭉의 말이 모두 정당하다 해도 그의 부모도, 선생도, 친구도, 이전 사회 경험들도 바꾸지 못한 그를 삐쭉이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내려놓을 만하지 않나요? 그러니 현재의 그를 그대로 인정하세요. 삐쭉의 역할을 하고 삐쭉의 책임만 지세요. 이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저도 잘 압니다만, 앞으로도 남은 사회생활 수십 년 간 제2, 제3의 그는 얼마든지 등장할 거니 미래의 삐쭉을 위해 연습을 시작하길 바랍니다. 아자아잣! 응원을 보내요~!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