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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고민 상담소2023.09.27 · 읽는 데 3

원하는 것을 얻은 후 공허함을 느끼는 구름님의 고민

구름님의 고민

“원하던 것을 얻었는데, 왜 행복하지 않을까요?”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 원하는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일은 재미있었고, 나름의 목표가 있었기에 그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해서 어린 나이에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파트너가 된 이후에는 일한 만큼 보상도 받고, 경제적으로도 풍족해지고, 사실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야 하는 상황인데 아이러니하게 이 모든 것이 허무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성취해 낸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집니다. 마음이 변하니 예전에는 그렇게 재미있던 일도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고, 성과도 점점 떨어지는 것 같고, 그렇다고 지금까지 노력해서 성취한 것들을 포기할 수도 없어 답답합니다. 저는 어떻게 이런 무기력한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또는 어떻게 새로운 목적을 찾을 수 있는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심리 카운슬러 슝슝님의 답변

“중심에서 밀려났던 내 안의 욕구를 찾아보세요. 그 속에 구름을 다시 움직이게 할 비밀이 숨어 있을 거예요”

구름, 안녕하세요. 오늘도 답변을 맡은, 마음껏 자유롭게 날아라, 슝슝입니다.

먼저 축하합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해서’ 젊은 나이에 성공에 이르게 된 것을요! 구름은 분명 핀셋처럼 정확한 목표를 세우고,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 투자해서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겠지요. 성인이 되고 이십 년을 무얼 하든 마음의 끌림이 유지될 때까지만, 몸과 마음이 지치지 않을 때까지만, 새로운 즐거움이 나타나지 않을 때까지만 해왔던 제 입장에서는 더욱 대단한 일입니다. 구름의 성취는 결코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원하는 길이기에, 경쟁이 아주 치열함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한 결과이지요. 구름의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꼭 오늘까지의 구름에게 감탄과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

삶의 목적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큰 주제라 제가 답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많은 지혜로운 분들이 좋은 책들로 이런저런 방향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고요. 이 글에서는 범위를 좁혀서 구름이 풍족한 상황에도 무의미와 무기력에 답답한 마음이 드는 이유들과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가능성들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고민글에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구름이 지금 느끼는 마음들은 ‘소진’이라기 보다는 ‘권태’에 가까운 것 같아요. 마음이 오래 참고 버티다 닳고 지친 게 아니라, 어느 순간 탁, 하고 집중력과 추진력을 잃고 표류하는 배처럼요. 사회적, 경제적 성취라는 게 명확한 상한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인생이 수년 정도를 몰아치면 끝나는 단거리 경주도 아니고, 삶의 방향은 하나가 아니라 일과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변화하잖아요. 지금이 구름이 세차게 달려온 시간들 끝에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지점에 도달한 상황이라면 권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감정인 것 같기도요. 우리는 결핍 혹은 욕구에 의해 움직이는데, 구름은 지금 그게 충족되어 동력을 잃고 둥둥 떠 있는 것일 지도요.

농구 경기로 비유하자면, 구름의 나이가 어리다고 했으니, 인생을 4쿼터의 한 경기로 봤을 때, 지금은 1쿼터쯤 끝난 후의 작전 타임이라고 할까요? 1쿼터에는 ‘성취’라는 작전을 아주 성공적으로 수행해 냈어요. 굿굿. 작전 타임에 해야 하는 일은 다음과 같아요. 첫째로는 회복과 회고예요. 경기를 뛰며 사용한 몸과 마음을 잘 쉬게 하면서, 1쿼터가 어땠는지, 뭐를 잘했고, 뭐는 아쉬운지, 지금의 경기 상황과 내 상태는 어떤지를 잘 정리하는 거예요. 이 시간은 너무나 중요해서 충분한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해요. 구름이 잘하는 달리는 능력과는 정반대의 멈추는 능력이 필요해서 특히 구름에게 어려울 수도 있어요. 지금처럼 무기력하거나, 혹은 우울하거나 불안한 마음을 극복하는 게 아니라 잘 달래면서 함께 머물러야 하거든요.

그러면서 과거의 내가 아니라 지금의 내 안의 욕구들을 살펴야 해요. 사회경제적인 성취 외에도 친밀한 관계의 욕구, 나만을 위한 배움과 즐거움의 욕구, 건강과 활력을 위한 신체활동의 욕구, 이웃과 사회에 기여하고픈 욕구 등 그동안 중심에서 밀려나 있거나 억눌렸던 것들이 있을 거예요. 막연하게 들린다면 구름이 지금의 성취에 이르기 위해 스스로에게 참으라고, 쓸데없는 생각 말라고, 포기하라고 했던 것들에 단서가 있을 수 있어요. 왜 욕구가 중요하냐고요? 구름을 다시 움직이게 할 힘이 될 테니까요. 그래도 막막하다면 심리상담을 추천해요. 결국 구름의 힘으로 발견하고 선택해야 할 일이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거예요.

말이 너무 길었네요. 작전 타임을 마친 구름이 2쿼터를 어떻게 보낼지는 모든 면으로 열어두면 좋겠어요. 기존의 방향과 속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고, 방향을 유지한 채로 전략적으로 속도를 조절하며 주변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도 있고,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할 수도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힘을 빼고 둥둥 떠내려가 볼 수도 있겠죠. 구름으로 살아본 사람도 구름밖에 없고, 구름의 앞날을 살아본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러니 구름이 살아온 길을 존중해 주세요. 앞으로의 구름의 선택들도 믿어주세요. 검게 두텁게 하얗게 가볍게, 비를 가득 담기나 쏟아내기도, 햇살에 빛나거나 무지개를 품기도, 풍성해졌다가 사라지는 하늘 위의 구름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자유롭게 자신의 길을 가는 구름의 삶을 응원하며, 제 답변글이 구름에게 약간의 힌트 혹은 작은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그럼 안녕히.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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