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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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고민 상담소2023.09.09 · 읽는 데 4

나보다 남을 더 챙기느라 지친 별하나님의 고민

별하나님의 고민

“나보다 타인의 욕구를 먼저 헤아리는 나 자신에게 늘 서운해요”

얼마 전 출근 하자마자 동료가 서류 처리를 부탁했어요. 해야 할 일이 있었고, 동료는 빨리 재촉하지도 않았는데 저 혼자 빨리해 주면 좋아할 거라는 생각에 서둘러 일 처리를 해줬어요. 출근 가방은 정리도 못 하고 이마에 땀까지 났죠. 그때 내 마음이 서운해서 울컥하는 소리를 들었어요. “너는 왜 매번 나보다 남이 더 중요하니?” 타인의 감정과 욕구를 먼저 헤아리느라 나를 뒷전으로 할 때마다 내 마음은 너무 서운했나 봐요. 심장이 터질 것 같았어요.

밑미를 통해 잘 알고 있어요. 자신을 소중히 하라는 거, 자신을 잘 대접하라는 거,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거, 혼자 있을 땐 가능해요. 근데 누군가의 요청 앞에선 자신을 돌보는 게 힘들어져요. 마음속으로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안 순간부터 더 힘들어졌어요. 약속 시간에 늦지도 않았는데 상대방이 기다릴까 봐 뛰어가는 저 자신이 마음에 안 들어요. 늘 숨이 차고 땀범벅이 되고 조급해져요. 상대를 기다리지 않게 해 기분이 좋으면서도 엉망이 된 제 숨소리를 들으면 미안해져요. “또 나 자신을 힘들게 했구나..” 타인의 감정과 언행에 휘둘리고 상처받는다고 말하면서 사실 나를 힘들게 하는 건 나 자신이라는 걸 알지만 타인 앞에서 나를 잘 챙기는 게 안 돼요. 그래서 나에게 서운하고, 내가 나에게 0순위가 아니라는 사실이 슬퍼요. 타인을 돌보는 동시에 나 자신도 돌보는 자기 사랑도 실천하고 싶은데, 이론은 다 아는데 실천이 되지 않고 변하지 않네요.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

“남을 챙기느라 나를 못 챙기는 내가 아니라,

다른 이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을 알아주세요”

별하나, 반갑습니다. 슝슝이에요. 출근하자마자 동료의 서류처리에 땀 흘리고, 약속 시간을 지키려고 숨이 차도록 뛰는 별하나의 사연들을 읽으며 제 마음이 따듯해졌어요. 네, 이 맥락이 아닌 것 알아요. 뒷전으로 밀린 마음이 표현하는 서운함, 슬픔에 대한 고민으로 글을 보냈다는 걸요. 하지만 이 답변의 출발 지점은 분명하게 하고 싶어요.

별하나의 상대를 헤아리는 마음, 돌보는 행동이 참으로 귀하고 아름다워요. 정말이에요. 누군가는, 어떤 책들이나 전문가는 별하나를 보고 착한 아이 콤플렉스다 관계 의존적이라서 그렇다 등의 문제점을 발견하겠지요. 동의하지 않아요. 별하나는 잘못없어요. 함께 사는 문명사회를 이루고도 약육강식이나 각자도생을 내새우는 못된 사람들이 별하나의 예쁜 마음을 폄하하는 거예요. 그런 목소리들이 별하나의 안에 쌓여 ‘자신도 못 챙기면서 알아주지도 않는 남이나 챙기는 바보 같은 나’라는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별하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의 출발 지점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가 아니에요. 다른 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마음과 돌보는 행동을 가진 귀하고 아름다운 사람, 별하나예요.

그런데 별하나의 마음은 왜 그렇게 서운하고 슬프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을까요? 동료의 서류를 먼저 처리하고, 상대를 기다리게 하지 않으려 숨차게 뛰어서? 한두 번의 이런 경험들 때문이 아니란 걸 별하나도 알 것 같아요. 타인을 우선시하느라 나를 돌보지 못한 겹겹이 쌓인 경험들로 내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서, 참고 견디다가 이제는 정말로 힘들어서, 너무 억울해서 감정을 폭발하며 하소연하는 거예요. 어쩌면 그동안 별하나의 노력으로 그 하소연을 들을 준비가 되어서 이제서야 느끼는 거예요. 그것도 다른 이들의 요청에 부응하는 삶을 오래 살아 내 목소리를 듣는 법을 잃어버린 사람에겐 많은 노력이 필요한 큰 발전이에요.

고민 글에서 나를 소중히 해야 한다는 거 알아도, 바꿔보려 해도 잘 안된다고 했죠. 마음이 건강한 상태에서는 타인도 계속 챙기며 나를 챙겨도 되지만, 이미 마음이 파업을 선언한 상태에서는 둘을 동시에 하기가 어려워요. 거기다 타인을 돌보기는 너무나 익숙하고, 나를 돌아보는 건 어색하고 서투니 자연스럽게 풀어가기가 정말 더 힘들 수밖에 없어요.

자, 그러니 무엇보다 먼저 지친 별하나에게 휴가를 주세요. 남을 돌보기만큼 나를 돌보기도 처음엔 일이라 별하나가 지금 그 일들을 해낼 힘이 없다면 둘 다 안 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가능하다면 나뿐 아니라 가까운 이들에게도 휴가를 선언하세요. 내가 일하는 회사에 연차를 쓰듯이 가족과 친구와의 접촉을, 약속을 줄이세요. 열심히 자기 계발 하는 것들이 있다면 그것도 잠시 멈추세요. 불안해도 막막해도 괜찮으니 관계들로부터 떠나 혼자 일도 관계도 없는 시간 속에 머무르세요. 별하나의 형편에 따라 그 시간을 얼마나 낼 수 있을지는 예측할 수 없네요. 아예 며칠이고, 몇 주고 훌쩍 떠날 수 있으면 제일 좋겠지요. 하지만 그럴 수 없더라도 어쩔 수 없어서 감당하던 일과 관계 중에 최소한 몇 가지는 멈추고, 일주일에 두세 시간씩 이틀 정도는 확보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당장 그 시간에 별하나를 돌보고 챙기는 일들을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뭐지? 이래도 되나? 하는 마음들도 별하나를 어지럽힐 거예요. 네. 그래도 됩니다. 흙탕물같이 일어나는 생각들과 감정들도 좀 가라앉을 때까지 따듯한 차 한 잔 마시며 멍때리면 충분합니다. 지금이 9월이니 남은 올해 정도는 그렇게 보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만 3개월쯤 되려나요? 보다 정확히는 별하나의 마음이 불안하다가 외롭다가 심심함에 이르기까지요. 텅 비고 심심한 마음은 한편으로는 뭔가 하고 싶은 근질근질한 마음이고, 회복된 마음의 신호예요. 그럼 슬슬 별하나가 원하는 것들, 그중에서도 아주 가볍고 쉽게, 혼자 할 수 있는 것들로 그 시간들을 채워 가보세요. 여러 시도를 해보며 별하나에 꼭 맞는 활동들의 목록을 만들어 보세요. 이왕이면 십 분이면 할 수 있는 것들부터 주말이 통째로 필요한 일들까지, 돈이 하나도 안 드는 것들부터 목돈이 필요한 일까지 다양하게요. 내년까지 만 1년 정도는 우선순위를 이 휴가의 유지에 둘 수 있을까요?

이 모든 과정 중에 별하나는 동료와도 친구와도 가족과도 만나고 함께 하는 시간들이 있겠죠. 그 시간에는 자연스럽게 다정하고 배려 많은 사람으로 살아도 됩니다. 앞의 휴가 시간 때문에, 함께하는 평균 시간은 좀 줄어들겠지만요. 나를 돌보는 시간은 따로 있으니까, 마음이 서운해하면 그래 이따가 우리 시간을 갖자고 달래시고요. 여기까지 읽고, 꾸준히 시도해 보셨다면, 2025년이 시작되고 있겠지요? 너무 장기적이라고요? 아니에요. 실은 너무 짧은 계획이에요. 우리의 평생이 혼자 잘 사는 힘을 바탕으로, 함께 즐겁고 편안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인걸요. 별하나는 더 어려운 숙제, 타인을 공감하고 배려하는 일을 이미 잘 해내는 사람이에요. 그러니 염려 말고 타인이 없는 시간을 확보하고 혼자인 자신을 데리고 사는 연습을 시작해 보세요. 응원을 보냅니다.

추신: 나를 돌봄과 타인과 세상을 돌봄은 서로를 제한하고 경쟁하는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라 조화를 이루며 성숙에 이르는 하나의 사랑입니다. 별하나도 저도 각자의 길에서 하루하루 사랑을 배우고 있답니다. 귀하고 아름다운 사람, 동시대를 살아가는 친구인 별하나의 평안을 빕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함께 나눈 이야기

2

기존 밑미 사이트에서 옮겨온 이야기예요. 회원 정보를 옮기기 전이라 쓰신 분의 이름은 아직 보이지 않아요.

  • 2023.09.228

    슝슝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동안 이글을 매일 아침 3번이상 읽었습니다 도움이 되고 가르침대로 해야겠다...의 마음보다 하...너무 따뜻하다 그냥 나를 위로해주는 그마음이 따뜻해서 매일 아침 따뜻함을 느끼고 하루를 시작하고 싶은마음이 컸어요 남을 헤아리는 행동이 참으로 귀하다 말씀해주셔서 온몸의 피가 뜨거워 지는것 같았습니다 그런말 처음 들어봤거든요 사실은 남을 위하는것도 남에게 칭찬듣고 싶어서였겠지만 그렇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칭찬받는 경험이 없었나봅니다 그리고 내마음속의 하소연을 들을 준비가 되어서 느낄수 있다는 말씀에 큰 희망을 보았습니다 내가 나를 완전히 멀리하지는 않았구나! 아직 나를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구나! 내목소리를 내가 들었다는 소중한 경험에 대한 기쁨을 잊었나봐요 그것을 상기시켜 주셔서 매우 희망적이었습니다 평생 함께 해야할 나자신과 어떻게 친하게 지내야 한다는건 알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했는데 구체적으로 나에게 시간을 내어 달래주는 노력을 꾸준히 길게 가지라고 하셔서 뭔가 선명해진 기분입니다 어떤 마음으로 어떤 행동을 실천해야 하는지 뚜렷해진 이순간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글을 가족들과 함께 나눴습니다 나만의 시간을 위한 휴가도 배려받았고 나자신을 챙기는 마음에 동참해주기로 했습니다 밑미에 나의 힘든마음을 털어놓고 슝슝님의 큰 위안을 받지 않았더라면 저는 여전히 마음속 돌덩이를 안고 나를 미워하는 나날을 보냈겠지요 지금 이순간 계획했던, 욕심부렸던 그모든것들 보다 최우선을 나를 달래주는 시간을 갖기로 마음먹고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 졌어요 감사드립니다. 감사의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감사드립니다 나를 찾는 이귀한 경험을 밑미와 함께 할수 있어 영광입니다 작고 보통의 존재인 내가 빛날수 있도록 귀한 시간 가지겠습니다

  • 2024.01.293

    슝슝님의 글도 좋고, 별하나님의 댓글도 참 좋네요.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스스로의 모습을 더 이해하게 되고 돌아보게 되네요.

이 글을 읽고 나서
비워둘 30분, 오늘부터 만들어볼까요?

이 글과 맞닿은 리추얼을 준비하고 있어요. 14일 코스, 누른 날이 1일차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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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리추얼 —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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