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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고민 상담소2023.09.01 · 읽는 데 4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 걱정되는 동글님의 고민

동글님의 고민

“상대에게 비춰질 제 모습이 별로일까 봐 두려워요.”

안녕하세요. 졸업을 앞둔 막학기 대학생입니다. 제 고민은 사람이 너무 어렵다는 거예요. 상대에게 비춰질 제 모습이 별로일까 봐 두렵고, 제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평가 요소가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열아홉 살 때 공부가 전부였던 저는 불안 때문에 수능을 크게 망쳤어요. 성적에 맞춰 대학에 갔지만 열등감에 혼자 도서관에 다니며 재수를 했습니다. 재수를 할 땐 문제 하나만 틀려도 견딜 수 없고 나를 싫어하는 마음이 커져갔어요. 재수를 망치고 같은 학교에 돌아온 후에는 제가 가장 피하고 싶던 상황 속으로 완전히 들어섰어요. 재수를 망친 게 아니라 저도 제 삶도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망가진 것 같았어요. 아마 그때부터 우스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려 노력하며 괜찮아 보이는 활동에도 참여하기 시작했어요. 오히려 마음속의 높은 기준과 완벽주의 때문에 뭐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했지만요.

지금은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고 전처럼 저를 탓하지 않지만, 여전히 많은 것이 불안하고 스스로를 믿을 수가 없어요.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조금이라도 어설픈 모습이 보이면 견디기 어려워 숨고 싶고, 불안해서 식은땀이 나고 속이 불편해지기도 합니다. 누군가 대화를 하고 생각을 나누는 일이 두려워 피하기 시작한 지 벌써 4년째더라고요. 최근에는 피하기만 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노력하고 있어요. 카페 알바를 시작했고, 작은 모임에도 참여합니다. 언젠간 나아지겠지 생각하다가도 겨우 인사 한마디, 소감 한마디를 앞두고 벌벌 떠는 저를 보면 막막해요. 제게는 타인과의 스몰토크가 그 무엇보다도 크고 어렵게 느껴지거든요. 가족이나 친구라고 해도 다르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아무렇지 않게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이 저를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

“계속 걱정해도 됩니다. 애쓰며 조금씩 해나가는 과정속에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습니다.”

동글, 먼저 사과하고 싶어요. 동글의 수능을 못 본 이야기, 재수한 이야기, 자신을 망가진 사람으로 보게 된 이야기, 부정적인 시선과 평가를 두려워하는 이야기에 책임을 느껴요. 똑같이 수능 하나만 보고 불안하고 답답한 십 대를 보냈으면서도, 그 후 십여 년이 흐른 뒤 동글이 저와 똑같은 못된 사회의 기준에 깊은 상처를 받게 되기까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제가 한 것이 너무 없네요. 죄송합니다.

동글의 십 대 후반과 이십 대를 괴롭힌 불안과 좌절의 원인을 자신에게만 돌리지 말아 주세요. 십 대의 끝에 보는 시험 한 번에 남은 인생이 모두 걸려 있다고 어린 동글을 협박해 불안을 조장한 범인은 저를 포함한 기성세대와 사회니까요. 그 모진 상황에서 동글은 불안에도 열심을 다하고, 좌절해도 다시 힘을 내고,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며 모임에 나가고 알바를 하고 있어요. 동글에게 편안하고 호의적이지 않았던 사회에 한 사람으로 기여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그건 정말 당연하고 평범한 일이 아니라, 고맙고 미안한 일입니다. 동글, 스스로를 붙들고 살아내 줘서 고맙습니다.

현 사회의 좁은 기준에 운 좋게도 가지고 있는 성격과 능력이(혹은 재력이) 아주 적합한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동글이 가진 ‘나를 환대하지 않는 세상의 평가와 비난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그렇고요. 저는 특히 가부장적 남성 사회가 요구하는 무한 경쟁의 구조를 못 견뎌 문학으로, 심리학으로 도망쳤어요. 다행히 이 길 위에서 비슷한 고민들을 하는 피난민 선후배들을 만나 어찌어찌 살아가고 있고요. 고민글에서 동글의 전공이나, 원하는 삶 등이 드러나지 않아 동글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살벌한 경쟁의 전쟁통 밖에도 사람이 꽤 삽니다. 밑미도 그런 공간 같아요. 후후. 이야기가 잠시 곁길로 샜네요.

동글, 가족과 친구, 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어렵다고 했지요.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그들이 나를 부정적으로 볼 것이라 추측하기 때문이지요. 지금은 아니더라도 나의 이런 불안과 실패, 발버둥을 들키게 된다면 확실히 나를 무시하거나, 비난하거나, 싫어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종종 그런 두려움에 사로잡히고 맙니다. 네 ,동글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저도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 걱정해요. 매달 하는 리추얼이나 상담 프로그램 모집에서도 유난히 신청자가 적으면 바로 ‘내가 실수했나? 이제 끝인가? 내 건 이제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불안과 함께 치고 올라옵니다. 이 답변글을 쓰는 8월 28일 현재, 제가 진행하는 리추얼 2 개 모두 신청자 미달로 취소 위기예요.

그래서 저는 어떻게 하고 있냐면요. 친한 동료 상담사에게 우는소리를 할 겁니다. 밑미담당자 분들이나, 다른 메이커분들께도 징징대며 하소연을 할 거예요. 이미 울적하니 가라앉는 마음을 달래려 좋아하는 책을 읽고 필사했어요. 퇴근 후에는 산책을 하며 요즘 빠져있는 지브리 음악을 듣을 예정이고요. 이 글을 쓰다 말고 8월의 리추얼의 다짐과 회고를 인스타그램에 올렸습니다. 요약하면, 할 수 있는 것들은 하고, 생각과 감정은 혼자 달래거나 가까운 사람들과 나누며 털어버리기도 조언을 구하기도 하는 거죠.

동글, 힌트가 좀 되었나요? 계속 걱정해도 됩니다. 힘들었던 과거와 막막한 미래 사이에서 불안한 것도 당연하고요. 이미 동글은 그런 감정들 가지고도 살아내고 있습니다. 이건 비밀인데요. 고민글에서 동글이 ‘다른 사람을 피했다는 4년’은 사실 꼭 필요했던 회복기였습니다. 그 4년 동안 동글의 마음은 잠시 잊어버렸던 힘을 찾아 사람들 속으로 들어갈 준비를 한 거였어요. 그리고 정말 다시 나아가고 있습니다. 동글, 이렇게까지 애쓰며 해내고 있는 스스로가 정말 애틋하고 대견하지 않나요? 감정이입이 심한 저는 사무실에서 혼자 뭉클해하고 있습니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힙니다. 동글은 정말 잘 해내고 있습니다.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동글이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달래어 추스르고, 스스로를 동기부여하고, 끝까지 내 편이 되어 줄 사람을 만나고, 서로의 등을 맡기는 경험을 하고, 사랑하고 좌절하는 과정은 저와는 다르겠지요. 동글만의 방법을 찾아 가겠지요. 하지만 확실한 건 이미 시작했다는 거예요. 작은 모임들과 아르바이트로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다면 느슨하고 다정한 순간들과 꿈과 긍정성과 성장이 있는 밑미의 리추얼들도 좋고요. 좋은 책들과 글쓰기, 심리상담, 유산소 운동과 명상, 혼자 여행 등의 활동들도 끌리는 것들로 쉬운 것부터 하나씩 경험하며 동글에게 꼭 맞는 ‘자기 돌봄과 성장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해 가길 바랍니다.

급한 것도 없고요. 정답도 없습니다. 평생에 걸쳐 조금씩 나답게 사는 게 편안하고 즐겁고 감사한 시간들을 늘려가면 됩니다. 그 길 어딘가에 저도 있습니다. 우리 언젠가 반갑게 만나요. 그때까지 저도 힘을 내어 보겠습니다. 글을 시작하며 묻지 못한 동글의 안녕을 비는 마음 멀리서나마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함께 나눈 이야기

2

기존 밑미 사이트에서 옮겨온 이야기예요. 회원 정보를 옮기기 전이라 쓰신 분의 이름은 아직 보이지 않아요.

  • 2023.09.032

    작성자님이 처음부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던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수저를 사용하여 식사를 할 수 있던 것이 아니에요.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이 입혀주시고 먹여주시고 한글공부를 시켜주셨을거에요. 물론 그 과정에서 부족함과 어려움을 느끼셨겠지만 결국 극복하시고 어엿한 성인으로 성장하셨잖아요. 이처럼,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미흡한 점, 부족한 점을 많이 직면하게 되실거에요. 그때, “ 아 지금 이 기회로 내가 이전보다 더 성장할 수 있겠구나, 내가 이전에는 이렇지 못했는데 이제는 극복하고 더 발전했구나 “ 라고 스스로를 다독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2023.09.063

    동글님처럼 저도 대한민국 입시의 피해자(?)이자 삼수까지 했는데도 원하는 대학에 진학 실패하여 스스로 부모님께 죄인이자 낙오자라는 생각에 오기로 이십대 초반에 남을 의식하고 더 무시 안당하려고 안간힘을 썼던 시절이 생각이 나요. 대한민국 사회에서 좋은 것이라고 여기는 기준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그 틀을 벗어나는데 10년이 더 걸렸던 것 같아요. 그 사이 정말 다양한 환경에 나를 노출시켜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작게 성공했고 또 실패했고 실망했고 실망을 줬고 그렇게 하다보니 절대적으로 좋다 나쁘다 완벽 불완벽의 기준도 모호해지더라구요. 항상 부족하고 불완전할때가 많지만 지금 상태만으로도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이에요. 힘든 이십대 초반을 보내셨을텐데 여전히 최선을 다하고 있는 동글님 응원합니다.

이 글을 읽고 나서
비워둘 30분, 오늘부터 만들어볼까요?

이 글과 맞닿은 리추얼을 준비하고 있어요. 14일 코스, 누른 날이 1일차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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