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만신창이 된 것 같은 토란님의 고민

토란님의 고민
건강 관리를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병이 발견되어 두 달 전에 큰 수술을 받았어요. 연차도 돈도 빠져나가고, 건강이 나빠져 운동 능력도 예전 같지 않고, 몸이 안 좋으니 주변 사람에게도 예민해지고 회사에서도 실수가 잦아요. 이 와중에 연인과도 이별해서 인생이 만신창이가 된 것 같아요.
병원 치료는 끝났지만, 두 달 전으로 삶을 회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예전에는 매일이 건강하고 밝았는데 요즘에는 매일 누워 있고 힘이 없고 스트레스도 심해 잠도 잘 못 자요. 폭식과 폭음도 하고, 이러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할까 봐 걱정이 돼요. 겨우 두 달의 시간이 저를 이렇게 만들어 버렸다는 자괴감도 있고, 힘든 지금을 어떻게 버터야 할지 모르겠어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까요? 조언을 부탁드려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님의 답변
잘 왔어요, 토란. 무엇보다 이 말로 답변을 시작하고 싶네요. 우울과 무기력의 깊은 늪으로 그대로 잠긴다 해도 그럴 수밖에 없다고 바라볼 수밖에 없을 것 같은 일을 겪으면서도, 힘을 내어 고민 상담소를 찾아주었네요. 토란의 강인한 의지와 큰 용기가 제 마음을 떨리게 해서 바로 답변을 못 하고, 토란의 이야기를 품고 한참을 있었네요.
반가워요, 토란. 밑미 심리카운슬러 슝슝입니다. 특별히 더 따듯하게 환영하고 싶어요. 편안한 쇼파와 뜨거운 차 한 잔이 있는 상담실에서 만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제 소개를 살짝 하고 싶은데요. 저는 칠 년째 장애인 회사에서 일해요. 큰 수술 후 몸도 마음도 추스르기 힘든 토란에게 이 말을 꺼내는 건 토란보다 더 힘든 사람들도 많다는 이야기나, 장애 극복담으로 토란에게 적극적인 재활 의지를 주고 싶어서는 아니에요.
다만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정말 멋지고 대단한 사람들이 병과 수술, 신체 기능의 저하를 맞닥뜨렸을 때 얼마나 큰 시련을 겪는지 보아왔어요. 토란이 겪고 있는 상황이 그만큼 충격적이고 삶에 대한 의지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릴만한 어려운 일임을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토란이 지금 하는 걱정, 느끼는 막막함 모두 토란의 상황 속에 있다면 누구라도 겪고 있을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감정이에요. 그러므로 토란, 예민하고 실수하고 누워 있고 힘이 안 나는 자신을 그대로 수용해주세요. “그래. 지금 너는 그럴만한 상황이야. 그래. 그래도 돼.” 소리 내어 말해주세요.
“너무 슬프다.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게. 하늘이 원망스럽다. 나 정말 열심히 살아왔는데. 이렇게 되니 정말 다 끝난 것 같다. 이런 내 몸도, 이러고 있는 나도 싫다. 나 정말 이렇게 말고, 다른 삶을 원했는데, 점점 완성해 가고 있었는데,” 원하던 것, 잃어버린 것들 것 떠올리며 적으며 충분히, 아주 충분히 슬퍼하세요. 가능하면 휴직과 쉼도 권하고 싶지만, 연차와 돈을 걱정하는 내용으로 보아 어려운 상황인 것 같아 아쉬워요.
솔직히 진급 누락 정도로만 감당할 수 있다면 한두 달이라도 휴직했으면 좋겠어요. 지금부터 토란이 해내야 하는 일은 ‘몸과 마음의 재활’이잖아요. 건강하게 마음껏 일하고 운동했던 경험과 기억을 옆으로 치우고, 다시 어린아이처럼 하나둘 걸음마 단계부터 해야 하는 거예요. 과거에 하던 일들을 여전히 해야 하는 상황에서 병행하기엔 너무 어려운 일이잖아요. 잃어버린 것들을 애도하고, 과거의 능력을 내려놓아야 지금의 나의 상황과 상태에 대해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요. 그래야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가 보이고, 그다음에 첫걸음을 떼는 게 순서라고, 돌아가는 길 같아 보여도 꾸준히 멀리 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저는 믿어요.
휴직이 어렵더라도 토란에게 필요한 건 같아요. 일에서 대인관계에서 과거만큼의 자신감과 수행 능력을 당장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어요. 억지로 참고, 해내려고 무리할수록 정신과 육체의 온전한 쉼에 방해가 돼 회복과 재활의 기간이 늘어나게 되니까요. 이것들은 막연한 마인드 컨트롤이 아니에요. 실제로 일의 양, 일하는 시간을 줄여 나를 돌보는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해요. ‘지금도 과거의 퍼포먼스보다 못한 데 여기서 더 기준을 낮추라고?’ 싶을 수도 있고, 실제로 어떤 분들은 이를 악물고 커리어 회복에 집중하기도 해요. 정답이 있는 문제라기보다는 가치와 선택의 주제 같아요. 자기 돌봄이 자기실현을 위한 기초라는 신념이 분명한 사람인 저의 조언은 여기까지예요. 아, 끝난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일부러 안 했어요. 함께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으면 평생의 은인이 되었겠지만, 떠난 사람과의 마음의 정리는 토란이 좀 회복하고 난 다음에 하기로 해요.
토란도 알고 있어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예요.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가 남았죠. 토란이 지금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고, 토란의 삶을 살아낼 수 있길 바라요. 슬픔과 외로움 속에도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발견하면서요. 김소영 작가의 <어린이라는 세계>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제 머릿속이 토란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어서인지 전혀 다른 상황에서의 문장들이 토란에게 해주고 싶은 말로 읽혀서 전해주고 싶어 아래에 적었어요. 짧은 글로 토란을 만났지만, 그 인연의 소중함으로 토란의 낮과 밤이 굳세고 편안하기를 바라게 됐어요. 멀리서나마 작은 응원을 보내요.
언제나 절망이 더 쉽다. 절망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얻을 수 있고, 무엇을 맡겨도 기꺼이 받아준다. 희망은 그 반대다. 갖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요구하는 것이 많다. 바라는 게 있으면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외면하면 안 된다고, 심지어 절망할 각오도 해야 한다고 우리를 혼낸다. 희망은 늘 절망보다 가차없다. 그래서 우리를 걷게 한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