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중독에 빠진 남편이 원망스런 봄밤님의 고민

봄밤님의 고민
남편이 1년간 온라인 도박에 손을 댄 결과, 5천만 원의 빚이 쌓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말해야 끊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자신도 무서웠다고 고백하더군요. 남편은 경제 감각이 약했지만(결혼 당시 무일푼이었어요.) '신뢰할 수 있는 선한 사람'이라 생각해서 7년간의 연애 기간을 거쳐 결혼했는데, 지금은 내가 알던 사람이 맞는지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겨우 전세대출을 상환하고 내 집 장만을 꿈꾸고 있었는데 남편의 고백은 충격이었고, 생활이 궁핍해질까 봐 2세도 포기하며 살았기에, 이번 일로 계속 남편을 미워하고 의심하게 될까 봐 겁이 납니다.
도박중독 상담센터를 다녀오고 이런저런 말을 했더니 잔소리로 받아들이고 싫은 체를 하더군요. 소박한 기준을 세워둔 결혼생활이었고, 남편에게 크게 바라는 것도 없었는데, 이것조차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남편이 밉고,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없었나 싶기도 합니다. 지금의 시련을 어떻게 해야 현명하게 해쳐나갈 수 있을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님의 답변
봄밤, 이름처럼 운치 있는 봄의 밤을 누릴 여유가 지금의 봄밤에게는 없겠네요. 고민 글을 읽으며 한숨이 나왔습니다. 바로 답하지 못하고, 고민을 품고 시간을 보냈어요. 중독상담심리사 자격을 따며 도박 중독자와 그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배우기도 했으나 선뜻 글을 시작할 수가 없었어요. 도박중독자를 오빠로 둔 이의 책, ‘오늘을 잘 살아내고 싶어’도 읽다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쇼핑과 주식에 과몰입해서 금전적인 손해를 보는 선택을 하는 저 자신을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지금 가장 심란한 이는 봄밤일 테니 봄밤의 이야기에 집중하자는 마음으로 글을 시작해봅니다.
봄밤, 안녕하지 못하겠지요. 어떤 마음일지 헤아리기가 힘듭니다.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만났고, 결혼 후에도 소박한 현재를 누리며 잘 지내왔다고 생각했는데, 온라인 도박이라니, 오천만 원의 빚이라니. 얼마나 아득했을까요. 함께 가정을 가꾸어 왔다고 생각한 그의 도박 행동이, 1년이나 숨겨왔다는 사실이 얼마나 소름 끼쳤을까요. 그의 도박 기간과 빚진 금액은 정말 그것뿐일까요. 더 이상 이 사람을 믿어도 될까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잠 못 드는 밤이 계속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세상이 무너지는 혼란스러움에 가득한 봄밤에게 소식을 아는 가까운 가족들, 지인들은 무슨 말을 했을까요. 그의 행동에 놀라고 비난하겠지만, 덩달아 봄밤에게 그동안 그것도 몰랐냐고, 네 탓도 있다는 등의 못된 말을 쏟아내지 않았나요. 봄밤 자신도 스스로 자신을 탓하는 말들을 하고 있지는 않나요. 하지만 봄밤, 봄밤의 잘못이 아닙니다. 혼자 감당해야 할 일도 아니고요. 정신없는 중에도 용기를 내어 도박중독 상담센터에 가신 것은 아주 잘한 일입니다. 전문가와 함께 문제를 이해하고, 차근차근 풀어가길 바랍니다.
봄밤, 신뢰할 수 있는 선한 사람과 평화로운 결혼생활을 원했던 봄밤의 소박한 꿈이 좌절된 것에 다시 한번 애도를 표합니다. 봄밤에겐 너무나 슬픈 일이고, 그를 원망하고 비난할 수밖에 없는 일이에요. 정신 바짝 차리고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지 하나하나 챙겨나가는 동시에, 봄밤의 무너진 마음을 이야기하고 위로받고 잠시라도 숨을 돌릴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그 시간을 그와 함께 할 수 있든 없든 그 외의 다른 가족, 지인 과도요.
도박 중독이 중독이라 불리는 이유는 일상을 무너뜨림과 동시에 재발과 회복이 반복될 가능성이 큰 지난한 숙제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말한 것이 사실의 전부이고, 이번이 그의 마지막 도박이기를 저도 진심으로 바랍니다. 하지만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외부로는 상담센터의 전문가와 내부로는 다른 가족들과 함께 이 상황을 지켜보고 헤쳐 나가야 합니다. 앞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더라도 봄밤이 그를 믿을 수 있게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이 글이 봄밤의 불안을 부추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는 봄밤이 현재의 힘든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존중해주기를, 그러면서도 믿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서로를 지지하며 현실적인 판단을 해나가기를 바랍니다. 언젠가 그도 다시 봄밤의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가 가정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준 귀책 배우자임을 분명히 자각하고, 책임감 있게 사태의 해결에 가장 앞서기를 기대합니다.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그의 과거와 생각과 태도 등이 점점 명백해질 겁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신중하고 현명하게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가족과 역할 이전의 봄밤이라는 한 사람을 위한 결정을요.
봄밤, 적어도 올해 봄, 여름은 힘든 시간들이겠지요. 그럴수록 꼭 잘 먹고 잘 자는, 생각에 갇히지 말고 몸을 움직이는, 기본적인 몸과 마음의 건강을 각별히 돌봐주세요. 막막한 상황에서 주저앉아 있는 봄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이제는 스스로가 채워주어야 합니다. 찬 바람 불어온다 싶을 때쯤엔 많은 것들이 지나가 있기를, 봄밤의 마음도 좀 편안해지기를 기도합니다. 저는 밑미 심리카운슬러 슝슝입니다. 읽어주어 고마워요.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