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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고민 상담소2024.04.19 · 읽는 데 5

매번 약속에 늦는 친구들이 미워지는 베리의 고민

베리의 고민

“매번 약속 시간에 늦는 친구들이 점점 미워져요.”

시간에 늦어서 허둥지둥하는 걸 싫어해요. 물론 예상치 못한 일로 늦어지는 일지만, 그것조차 예상해 약속 시간에 늘 일찍 도착하는 편이에요. 근데 제 주변 친구들은 항상 오 분, 십 분, 길게는 20분씩 늦어요. 처음에 몇 번 기다리는 건 괜찮았는데, 만날 때마다 미안하다, 이래서 저래서 늦는다는 변명의 문자를 받으니 점점 짜증이 밀려와요. 그래서 이제 만나자마자 미안하다고 하지 말라니까 또 진짜 안 미안한가 싶으면서 다른 짜증이 나더라고요. 친구들은 다 제가 늦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요. 오 분이 별거야? 하겠지만 자꾸 반복되니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로 정의하기엔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친구들이 미워지고, 점점 예민해지는 것 같아요. 혹시나 도움이 될까 저도 늦게 나가보기도 하고 책도 들고 다니지만, 늦는 게 불안해 여유 있게 다니지 못하는 것에 더 스트레스를 받고, 책을 읽어도 시간을 자꾸 체크하게 돼서 집중도가 떨어져요. 그러다 어김없이 늦는다는 문자를 받으면 맥이 탁 풀리면서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라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오 분, 십 분쯤 여유 있게 기다려주는 친구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만나지 않기에는 너무나 사랑하는 친구들입니다.

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

“짜증 나고 화나는 감정을 인정하고, 좋은 시간을 보내기로 선택해요.

나와 있는 시간이 즐거우면, 기다리는 시간도 충만해질 수 있어요.”

늦는 사람들 아주 밉지요. 나를 무시하는 거야? 자기 시간만 중요하고 내 시간 낭비하는 건 상관없나? 늦었는데도 서두른 기색도, 미안한 기색도 없이 등장하거나 뭐 약간 늦은 것 가지고 그러냐는 태도면 정말 돌아버리죠. 왠지 내가 속이 좁은 것 같아서 화도 못 내고 쿨하게 넘어가지도 못하고 혼자 삭이고 있는 나를 보는 것도 더 짜증 나고요. 네, 다 제 경험입니다. 순간 흥분해서 인사도 빠뜨리고 와다다 타이핑을 쳤네요. 잘 왔어요, 베리. 전국 기다림 협회 신입회원 담당 슝슝입니다. 문득 이 중요한 주제가 ‘3년 넘게 고민상담소 하면서 왜 없었지?’라는 생각이 드네요. 오래 기다린 것 같기도요. 그만큼 환영합니다!

늦는 자는 모두 이유가 있습니다. 악의적, 고의적인 경우는 제쳐두고라도 예상외의 일들부터 습관적인 사람들, 정말 이해할 수 없지만 어떤 사람들은 ‘시간에 늦어서 허둥지둥하는 걸 너무 좋아해요. 짜릿해요!”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베리의 첫 문장을 변주해 봤어요. 관계 초반에 시간 약속을 여러 번 어기면 저는 거리를 두는 편이고요. 가까운 사람이 그럴 경우에는 마음속으로 같이 일할 수는 없겠다 정도로 기억해 둡니다. 하지만 고민글의 끝에서 베리의 마지막 문장, ‘만나지 않기에는 너무나 사랑하는 친구들입니다’를 만나니, 어쩔 수 없이 제 답변의 주제는 ‘잘 기다리는 사람이 되는 법’이 되겠구나 싶어요. 그럼 시작합니다.

간단한 지침부터 챙겨봅시다. 잘 기다리는 방법은 의외로 내 기분을 잘 관리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잘 기다리려면 첫째, 쾌적한 곳에 있으세요. 덥거나 추운, 사람이 너무 많고 서 있어야 하는 곳, 눈치 보이는 음식점 등은 지양하고요. 쾌적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가 되는 카페가 적절하겠습니다. 둘째, 짧은 단위로 할 수 있는 콘텐츠들을 모아두세요. 짧은 호흡의 에세이집이나 시집, 영화나 시사 주간지, 개봉영화 등의 최근 관심 있는 주제의 유튜브 영상도 좋겠죠. 저는 메일함 정리나 리추얼 인증글에 댓글 달기, SNS 확인하기 등 자투리 시간에 할 것들 목록을 만들어 둡니다. 셋째, 얼마나 늦는지를 알려달라고 요청하세요. ‘약간’, ‘조금’ 등 애매한 정보보다 분 단위의 확실한 기다림의 시간을 알 때 어떻게 활용할지를 선택하기 좋으니까요. 또 좋은 요령들이 많겠지요. 이 답변글이 게시되면 자신만의 좋은 방법을 댓글로 나눠주면 좋겠습니다. 베리처럼 저도 도움받고 싶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짜증이 일고, 미운 마음이 생긴다면 그 감정과 욕구를 인정해 주세요. ‘짜증도 나고, 싫고, 못마땅하고, 섭섭하고 그렇네. 그래. 난 시간 약속을 지키는 게 중요한 사람이지. 그게 상대에 대한 존중이고 예의라고 생각하지. 나도 그런 방식으로 상대에게 애정을 표현하고. 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다른 사람들도 내 시간을 소중히 여겨주길 바라고 있는 거잖아. 그러니까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 마음이 불편하고 상대가 미워도 괜찮아. 자연스럽고 당연해. 내가 얼마나 속상한지 나는 잘 알아. 이해해.’ 스스로에게 말해주세요. 토닥토닥 한 쪽 손으로 다른 쪽 어깨 아래쯤을 부드럽게 두드려 주면서요. 부정적인 감정을 충분히 수용하되, 휩싸여 긴 시간 괴롭지 않도록 호흡도 천천히 깊이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끝까지 내뱉으면서요.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생각도 감정도 나에게 좀 떨어져서 가만히 편안히 바라볼 수 있을 때까지요.

만약에, 만약에요. 상대가 제시간에 맞춰왔거나, 조금 일찍 도착했다면, 베리는 어떤 마음으로 친구를 맞이할까요? 어떤 마음으로 오늘을 함께 보낼까요? 베리는 어떤 기대를 가지고 그 사람들을 만나려고 했나요?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들인가요? 베리가 ‘너무나 사랑하는 친구들’이니 매일 봐도 설레고 좋고, 무엇을 하든 즐겁고 편안하지 않을까요? 오랜만에 만났다면 더욱 오늘 하루 정말 좋은 시간 보내고 싶잖아요. 그러니 선택합시다. 친구의 지각과 상관없이 오늘 이들과 가장 좋은 시간을 보내기로요. 늦어서 미안해하고 눈치 보거나 혹은 아무렇지 않은 그에게, 마치 베리를 위해 5분 일찍 도착한 것처럼 고맙고 반가운 말과 행동을 합시다. 톤을 높혀, “왔구나! 보니까 좋다!” 외치며 와락 안아줍시다. 그러면 높은 확률로 베리가 원하는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거예요. 우리가 원하는 것이 분명하다면, 그것을 얻을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니까요.

기다리는 상황을 최대한 쾌적하게 준비하고,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수용하되 조절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행동을 선택하는 것이 제 답변의 핵심이에요. 베리, 어떻게 들리나요? 저도 연습 중이지만, 이제는 열에 대여섯 번은 성공하는 것 같아요. 인도의 영적 지도자인 가우르 고팔 다스는 저서 <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매 순간 나의 존재에 집중하면,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은 없다고요.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에도 나는 사실 나의 현재를 즐기고 누리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기다리게 할 수도, 나의 시간을 뺏을 수도 없습니다. 아주 가끔 그런 경험을 합니다. 나와 약속한 그가 오늘 나타나지 않아도 좋은 순간이 아주, 아주 가아아아끔 있어요. 그럴 때는 정말 나와 있는 시간이 온전하고 충만한 기쁨이 됩니다. 같은 책에서 그는 관계가 우리를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성장케 하는 배움의 통로가 될 뿐이라고 말합니다. 정말인 것 같아요. 이 말을 기억한다면 베리는 다음 약속에서 누군가 늦을 때, ‘네가 나에게 배움을 주려고, 나를 성장케 하려고 악역을 맡는구나’라고 고맙게 여길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러면 주연의 자격으로 그에게 관용을 베풀어 주기도 쉽겠죠. 하지만 가끔은 뜨겁게 응징하거나 과감히 물리쳐도 됩니다! 글이 길어지는데 개그 욕심이 자꾸 나네요. 많이 기다리셨어요. 이제 정말 끝입니다. 진짜 마지막으로 이 글을 자주 늦는 친구에게 선물해 주세요. 고맙습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함께 나눈 이야기

9

기존 밑미 사이트에서 옮겨온 이야기예요. 회원 정보를 옮기기 전이라 쓰신 분의 이름은 아직 보이지 않아요.

  • 2024.04.201

    저도 습관적으로 늦는 사람들은 거리두고요 ㅎㅎ 어디가서 기다려야될거같으면 할일 챙겨가요. 책을 챙겨가거나 나중에 보려고 쟁겨둔,? 유튜브 영상 등등요 ~~

    • 답글2024.04.25

      @구름기둥 굿굿, 거리두기도 기다릴 준비도요^^

  • 2024.04.221

    저는 경기도민이라 서울에서 약속 있을 때는 종종 약속시간보다 1~2시간 일찍 도착해서 근처 카페에서 책 읽거나 쇼룸 구경을 하곤 해요. 상대에게 늦는다는 연락을 받으면 제가 있는 카페 주소를 찍어주고 아예 그곳에서 만나자고 하기도 하고요. 그럼 상대도 허겁지겁 오지 않아도 되고, 저도 친구가 올 때까지 느긋한 마음으로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더라고요!

    • 답글2024.04.25

      @림림 느긋한 마음이다가, 반가운 마음으로 환하게 만날 수 있겠군요^^

  • 2024.04.221

    저는 예전에 반복적으로 늦는 사람 1시간까지 기다리고 그냥 집에 온 적 있어요.. 왜 그렇게까지 기다려줬냐면 본인은 '거의 다 왔다'고만 말했고 저는 믿었거든요 ㅎㅎ 그 이후로는 안 늦으려고 '나름' 노력하더라구요.. 지각이 습관인 사람들은 아무리 말해도 오히려 기분 나빠할 뿐 본인 의지가 없는 이상 고치기 어렵더라구요. 이후로는 부득이하게 그 사람을 만나야 한다면 약속시간을 조금 더 일찍 말하거나, 가서 다른 곳 구경해요.. 굳이 안 만나도 되면 안 만나구요

    • 답글2024.04.25

      @민트 굳이? 맞아요. '거의 다 왔다'하면서 자꾸 더 늦으면 정말 좀.. 아닌 것 같아요. 아주 호오오오온쭐을!!!

  • 2024.04.241

    지난주에 친구가 제가 사는 도시에 여행을 왔는데요, 친구가 길을 잃어버려서 약속 장소에 한 시간 늦었어요. 그때 저는 밑미 리추얼 방에 들어가서 인증글 읽으며 댓글을 달았어요. 누군가를 기다면서 리추얼 방에 들어간 것은 처음인데 참 좋았어요. 바빠서 못 읽었던 글을 읽으며 댓글을 다니까, 누군가를 응원하는 글을 쓰며 저도 기분이 좋아졌달까요? 책을 읽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는 것과는 다른 좋은 기분을 느꼈던 것 같아요. 밑미 광장글 댓글 달 때도 기분이 좋거든요 :-) 물론 저는 오랜만에 본 친구이고, 베리님은 자주 늦는 친구니까 그 마음이 조금 다를 것 같기는 해요. 또 저도 위에 댓글 쓰신 림림 님처럼 야외에서 만날 경우 늦거나 일찍 도착할 것을 대비해서 ‘너무 일찍 도착하면 추우니까/더우니까 OO(실내 장소) 앞에서 기다려’ 라고 말해요. 그리고 저도 거기에서 기다리죠 :)

    • 답글2024.04.25

      @모래알 네가 나에게 누군가를 응원할 기회를 줬어! 고마워! 하는 마음으로. ‘너무 일찍 도착하면 추우니까/더우니까 OO(실내 장소) 앞에서 기다려’ 이 말 너무 다정해요~~~~ >.,< /

  • 2024.05.20

    '왓구나. 보기가 좋구나 와락 안아주기' 한번 해봐야 겠어요. 늦는 상황에서 나한테만 그러나 생각했던 적이 종종 있었거든요. 요즘은 기다리며 밑미 어플을 보거나 밑미 글밥을 종이에 남겨요. 조금은 여유가 생겼나봐요. 오늘도 조금 더 여유를 같고 행복하길

이 글을 읽고 나서
비워둘 30분, 오늘부터 만들어볼까요?

이 글과 맞닿은 리추얼을 준비하고 있어요. 14일 코스, 누른 날이 1일차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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