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힘든지 모르겠는 종뤠이 님의 고민

종뤠이 님의 고민
나의 감정을 잘 모르겠어요. 주위에서 “뭐 때문에 힘들어?”라고 물어보면 특정 사건의 전말은 얘기할 수 있는데, 그로 인해 무엇이 문제였고 내 감정이 어땠는지에 대해서 선뜻 말이 나오지 않아요. 정말 모르겠거든요. 그렇게 사건에 집중해서 이야기하다보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사실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거든요..

밑미 심리 카운슬러 최창석 님의 답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말에, 그런데 뭐가 문제인지는 모르겠다는 말에, 내 감정을 모르겠다는 말이 하나하나 포개지니 읽는 제게도 아픔이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해할 수 없다 하더라도 이미 찾아온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자신을 탓하지 않길 부탁드리고 싶네요. 다친 마음을 보듬고, 시간을 내어 고요히 나를 돌보며 쉬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힘든데 원인을 모르겠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혹시 상사와의 트러블이나 연인과의 이별이 ‘이만큼이나 힘든 일은 아닌데, 왜 이렇게나 힘들어하고 있지?’ 하며 나를 탓하는 말일까요? 그렇다면 별 것 아닌 일에 힘들어한다며 스스로를 탓하기 보다 ‘내게 일어난 일들이 힘든 일이구나’ 하고 그 힘듦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할 수도 있어요.
친밀한 사람과의 행복한 관계가, 그리고 내가 하는 일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그만큼이나 나에게 중요한 일이어서 그 일들로부터 오는 상처가 이렇게나 힘든 일이라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만약 종뤠이 님이 비슷한 시기에 일과 연인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면, 삶을 이루는 두 축 모두에서 타격을 받은 거니 힘들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하나만 흔들려도 충격이 커서 겨우 다른 걸 붙잡고 버틸 텐데, 양쪽이 흔들리면 정말 힘든 일이죠.
다른 가능성은 뭘까요? 최근에 겪은 일보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너무 크다는 건, 지금 나에게 밀려오는 이 힘듦의 감정은 사실 오래 쌓여온 것일 수 있어요. 종뤠이 님은 평소에 감정 표현을 어떻게 하시나요? 다른 사람을 배려하느라, 상황이 어색해 질까 봐 주로 참고 삼키지는 않나요? 혹시 어릴 때 가족 안에서나, 청소년 시절에 말하고, 주장하고, 싸우기보다는 듣고, 맞춰주고, 억울해하는 분은 아닌가요?
내 감정이나 마음이 할 말이 있는데도, 자꾸 주인인 내가 다른 사람, 상황들을 감당하느라 내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하고, 표현해주지 않는 시간이 쌓이면, 점점 입을 닫게 됩니다. 그러면 점점 상황 가운데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게 되고, 그렇게 자기도 모르게 쌓인 감정이 폭발해서 너무 힘든데도 원인을 알 수 없기도 해요. 그리고 현재의 사건은 하나여도 터져 나오는 힘듦은 사실 그동안 켜켜이 쌓여온 깊은 슬픔들과 격렬한 분노의 표현들이라 스스로는 물론, 다른 사람들도 놀라게 하기도 하고, 긴 시간 빠져나오기 힘들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종뤠이 님, 어떤 이유에서든 종뤠이 님이 지금 느끼고 있는 그 감정은 그대로 종뤠이 님의 것이에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말에서 주어는 누구인가요? 누가 종뤠이 님을 어떻게 보고 평가하든 종뤠이 님이 겪으신 일들은 모두 참 힘들고 버겁고 억울하고 화나고 슬픈 일이에요. 그러니 제일 먼저 힘든 나를 안아주시길 부탁드려요. 그리고 내 마음에게 말해주세요. “그동안 남몰래 얼마나 애쓰고 참고 버텨왔으면, 이렇게나 지쳐 있니? 가장 가까이에서 몰라줘서, 가장 가까이에서 다그치고 더 잘하라고 못되게 굴어서 미안해"라고요.
우린 내가 어떤 사람이든, 어떤 잘못을 하고, 못난 선택을 하든 내 편인 친구가 너무나 필요하잖아요. 종뤠이 님이 스스로에게 그 사람이 되어주세요. 안심하고 풀어진 마음이 종뤠이 님에게 자신의 감정을 하나하나 들려줄 수 있도록요. 끝으로 무서워서 숨은, 돌보지 않아 움츠린 마음을 살피고 달래며 좋은 벗으로 함께 잘 지내는 방법은 심리상담, 요가, 마음 챙김 명상 등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입니다.
혼자 힘으로 시작이 막연하고 벅차다 싶으실 때는 훈련 받은 전문가 그룹의 도움을 받으셔도 좋답니다. 결국 스스로 돌보는 법을 배우실 테니까요. 짧은 고민 글로 종뤠이 님의 상황을 제가 잘 알 수는 없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시길 바라는 마음에 답변이 길어졌네요. 이 긴긴 글도 이만 쓰겠습니다. 종뤠이 님의 남은 긴긴 삶 동안 굳세고 편안하시길 바랍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