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이 불편한 바람의 고민

바람의 고민
“침묵이 불편한 저,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30대 초반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평소 어색함을 자주 느낍니다. 주로 여럿이 대화하다가 침묵이 오거나 둘이 있을 때 침묵이 오면 너무 어색합니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친한 친구와도 그렇다는 겁니다. 친구와 밥 먹으러 가거나 카페에 갔을 때 대화하는 게 어색하고 대화를 어떻게 해야 잘 이어갈지 생각만 하다 보니 더 어색해지는 것 같아요. 어색할 때 몸으로도 반응이 오니 더 힘듭니다. 눈을 어디에다 두어야 할지 모르겠고 표정이 경직되고 어딘가 꼬집어 신경을 분산시키는 행동을 하곤 합니다. 편안한 대화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
“침묵의 무게를 견뎌내고, 침묵을 자연스러운 대화의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평정심이 필요해요”
반가워요, 바람.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다양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언젠가 느꼈던 선선하고, 세차고, 부드럽고, 들이치는 바람들이 생각나네요. 바람과 같은 자연은 그저 그대로 존재하는데 갈등이 없는데, 우리 인간들은 혼자도 함께도 편안하게 존재하기가 참으로 어렵구나 싶어요. 바람은 특히 누군가와 함께 있는데 오디오가 비었을 때 불편감을 느끼는 것 같네요. 그래서 어색하고 안절부절못하고요. 저도 내향인이라 말주변이 없어 침묵할 때가 잦은 편이라 바람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한번 생각해 봅시다.
먼저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게 있을 것 같아요. 누군가를 만나기로 했다면 따로 시간을 내거나 만나러 가는 길에 그와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주제들이나 하고 싶은 말들을 떠올려보고,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도 좋겠죠. 면접 준비처럼 심각할 필요야 없지만 약간의 준비는 나의 심리적 안정감에도 도움이 됩니다. 저는 종종 약속 장소의 화장실에 먼저 들러 손을 씻거나, 거울 앞에서 서너 번 심호흡하며 만남에 대한 긴장을 풀어주기도 해요.
다음은 대화를 하다가 침묵의 순간이 찾아왔을 때예요. 피해야 할 것들부터 말하는 것도 좋겠네요. 상대가 아닌 다른 곳으로 시선을 회피한다거나, 스마트폰을 보는 건 하지 맙시다. 함께 하는 상대에게 집중한다는 관계에서의 예의는 흔들리지 않아야 하거든요. 침묵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으니 하나하나 짚어보며 그에 따른 대처를 알아봐요.
첫째는 하나의 주제가 끝난 다음의 침묵이에요. 연달아 여러 주제를 이야기하다가도 대화를 시작한 지 수십 분 정도 후 타이밍 좋게 딱 말이 끝난 상황에서는 잠시 쉬어가면 돼요. ‘우리 잠시 숨 좀 돌릴까요?’ 정도로 마무리하고 생각도 정리하고, 다음 주제도 생각하고, 화장실도 다녀오면 좋아요.
둘째는 좀 다른 경우인데요. 함께 있지만 혼자 내 감정과 생각을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해서 찾아오는 침묵이에요. 뭔가 ‘아!’하고 알게 된 게 있거나, ‘어?’하고 느낀 바가 있을 때 우리는 입을 닫고 나를 살피게 됩니다. 누군가가 이런 이유로 침묵할 때는 가만히 기다려주면 됩니다. 시간이 흐르고 다시 상대가 정신을 차리면 물어봐 주세요. “생각 속으로 들어간 것 같더라. 잘 다녀왔어?”
셋째는 집중하지 못함으로 인한 침묵입니다. 마음이 다른데 가 있거나, 급하거나, 지루해도 우리는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흐름이 끊겨 침묵하게 됩니다. 상대가 그럴 경우에는 비난이 아닌 걱정하는 말투로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봐서 그 이유를 대화의 주제로 삼으면 됩니다. 너무 억지스럽게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는 걸 발견한다면 자리를 파하고 헤어져도 좋고요. 너무 길게 만나 불편한 시간을 늘리기보다는, 적절한 순간에 만남을 정리라는 게 좋으니까요.
생각보다 다양한 침묵이 있지요? 예시들 외에도 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거예요. 바람의 대화에 침묵이 찾아왔을 때, 먼저 이 침묵은 어떤 의미일까 헤아려 보길 권합니다. 그러려면 사실 침묵의 무게를 견뎌내고, 침묵을 자연스러운 대화의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평정심이 필요해요. 침묵의 책임을 느끼거나, 압박을 받고 경직되는 나에게 ‘대화에서 침묵은 자연스러운 거야. 어색하고 불안해지는 것도 괜찮지만, 내 책임은 아니야. 이 침묵의 의미는 뭘까. 어떻게 해볼까.’ 말해주세요. 친한 친구와 함께라면 이 고민을 함께 나눠봐도 좋습니다. 아주 좋은, 속 시원한 대화 주제가 될 거예요.
어떤가요? 침묵이 난처한 바람의 고민에 힌트가 좀 되었길 바랍니다. 침묵은 아무것도 없는 시간이 아니라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영양가 높은 시간입니다. 눈앞의 침묵을 외면하고 피하거나, 애써 메우려 의미 없는 말들을 늘어놓지 마세요. 오히려 천천히 심호흡을 해보세요. 긴장하는 양손을 쥐었다 폈다 하고 손목과 발목을 돌리며 풀어주세요. 그리고 따듯한 햇살을 느끼듯, 선선한 바람을 맞이하듯 침묵을 그대로 받아들여 주세요. 환영받은 침묵이 바람에게 더 편안할 뿐 아니라 깊이 있는 대화의 시간을 선물할 거예요. 제 말 한 번 믿어보길 바라요.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