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관계가 어려운 죵히의 고민

죵히님의 고민
“사람들이 좋은데, 인간관계가 힘들어요.”
인간관계에서 너무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직장 동료같이 별로 안 친한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항상 긴장하고 손에 옷깃이나 뭔가를 꽉 쥐고 있는 저를 발견하곤 해요. 대화가 끝나면 손이 땀이 나 있거나 잔뜩 올라간 어깨를 내리기도 합니다.
항상 재밌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정적이 있을 때는 제가 뭐라도 먼저 말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만나면 편한 가족들 친한 친구들이나 애인을 선호하고 가끔 만나는 친구들이나 안 친한 동료들과 약속이라도 잡히면 재밌겠다 싶다가도 그 전부터 조금 피곤해요. 어색하겠다. 무슨 말을 하지? 이런 생각들로요. 말실수 하나라도 한 것 같으면 식은땀이 나고 집에 와서 또 곰곰이 생각하고 자책합니다.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기본이 되어있는 것 같기도 해요.
가끔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도 눈치 볼 때가 많아요. 사람들이 좋지만, 이런 것들이 너무 힘들어서 적당히 거리를 두는 저, 어떻게 해야 편하게 사람들을 대할 수 있을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
“관계에서의 불안은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 시작합니다.”
죵히, 반가워요. 죵히의 고민글을 읽는데 문득 현요아 작가의 책들이 생각났어요. ‘제주 토박이는 제주가 싫습니다(2021)’와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2022)’. ‘내가 너무 싫은 날에(2024)’인데요. 인간관계에서의 부담감,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거짓말을 하고, 불안해하는 마음이 들끓는 에피소드들에서 조금씩 편안해지는 과정이 수년 간의 성장담으로 다가와 인상적이었던 책들이었어요. 죵히도 어쩌면 관계에서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편안하고 즐거운 관계를 누릴 수 있을지 한 번 같이 살펴봅시다.
뜬금없다 느낄 수 있겠지만 우리의 시작은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관계입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긴장하고, 즐거움이든 정보든 상대에게 뭔가를 줘야 할 것 같은 건 어쩌면 그대로의 나 자신으로는 인정도 사랑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염려 때문입니다. 죵히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죵히라면 죵히와 친구 하고 싶나요? 자신이 같이 시간을 보내고, 대화를 보낼 만하다고 생각하나요? 어떤 사람들은 금방 ‘당연하죠’라고 답하겠지만 저는 오래 망설이다가 ‘글쎄요’라고 답했던 시간이 깁니다. 그냥 나 자신으로는 늘 부족하다고 느껴서 잘 들어주는 사람, 배려하고 양보하는 사람, 세심하게 돌보고 챙겨주는 사람 역할을 열심히 했어요. 죵히의 긴장, 재밌게 해줘야겠다는 생각, 먼저 말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도 저와 같은 이유는 아닐까요? 생각해 보세요.
그래서 먼저 죵히가 자신을 그대로 사랑해 주기로 마음먹었으면 좋겠습니다. ‘긴장하면 어때. 재미없어도 괜찮아. 할 말 없을 때도 있지.’, ‘말실수한 게 마음에 걸려? 그 사람이 너를 싫어할까 봐 걱정되나보다. 너는 최선을 다했잖아. 그럼 어쩔 수 없지뭐. 넌 충분히 잘했어.’, ‘너 정도면 괜찮은 사람이야. 지금도 널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잖아. 적어도 그 사람들의 마음만큼은 너는 사랑받을 만한 사람인 거잖아. 이건 인정하자.’와 같은 셀프 토크도 많이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어색할 테니 익숙해질 때까지는 혼자 있을 때는 작은 소리로 말해보기도 하고, 노트에 써보기도 하면 좋겠네요. 그러다가 누군가와의 만남 전에 긴장하는, 억지로라도 재밌게 해줘야 할 것만 같은, 길어지는 침묵이 부담스러운, 작은 실수들을 자꾸 되새기며 자책하고 있는 나를 알아차렸을 때 스스로에게 마음속으로 그러나 분명하고 부드럽게 말해주세요.
‘야, 너 걱정하고 있구나. 사람이 좋은데, 관계를 잘하고 싶은데,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데 못 받을까 봐 불안하구나. 그래. 괜찮아. 그런 생각 해도, 이런 감정을 느껴도 괜찮아. 그래서 뭔가를 해도 괜찮은데, 사실은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아. 힘 빼고 편하게 조용히 있어도 되고, 너무 조심할 필요 없이 나오는 대로 말 해도 돼. 남이 뭘 원하는지 애써 추측하기보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훨씬 쉽고 자연스러워.’
혼잣말이 좀 길었나요? 저는 요즘도 종종 이럽니다. 여전히 사람들과의 만남이 연속되면 진이 빠지기도 하고요. 그럴 때면 물러나 혼자 있는 시간이나 아주 친밀해서 나를 그대로 보여도 괜찮다 싶은 사람과의 시간을 가지면서 충전합니다. 이건 비밀인데요. 억지로 재밌으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남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검열도 내려놓으면 자연스레 나만의 유머와 재치가 흘러나오기도 합니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해서 혼자 속으로 웃을 때가 많지만요. 편하게 사람들을 대하고 싶은 죵히에게 제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으며, 작은 힌트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죵히,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는 누구나 다른 이의 눈치도 보고, 말도 조심하고, 긴장도 하고, 불안도 느낍니다. 그러니까 그런 자신에게 괜찮다고 말해주세요. 그러면서 지금까지 관계 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좀 더 편하게 살아도 된다고, 마음 가는 대로 해도 된다고 허락해 주세요. 지금도 죵히를 좋아하고 종히 곁에 있는 사람들도 있고, 무슨 일이 있어도 죵히는 끝까지 죵히 편일 거라고 약속해 주세요. 타인들과의 관계는 계속 변합니다. 좋을 때도 가까워질 때도 멀어질 때도 싫을 때도 함께가 버거울 때도 사무치게 외로울 때도 있을 겁니다. 그런 경험들 하나씩 해나가며 점점 죵히만의 인간관계를 만들어 갈 거예요. 죵히가 죵히의, 지금부터 죽는 순간까지 변치 않는, 친구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저도 그러려고 애쓰며 살고 있어요. 응원을 보냅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