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앞서나가는 자스민의 고민

자스민의 고민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소한 일에도 흔들리는 감정을 다스리고 싶은데 잘 안 됩니다. 30살이면 어느 정도 나이도 먹었고, 짧다면 짧지 않은 인생을 산 것 같은데 아직도 ‘어른’이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소한 일은 겸허히 받아들이거나 잘 넘기고, 심각한 일도 감정적이지 않게 차분히 대처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막상 상황이 닥치면 감정이 앞서나가 버립니다. 감정에 잘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
“감정적인 나의 긍정적인 모습도 인정해 주세요”
반가워요. 자스민은 감정이 앞서나가 버리는 사람이군요. 그동안은 젊은 혈기라 해도 이제 삼십 대가 되었으니, 어떤 상황에도 잘 흔들리지 않고 차분하게 대처하는 어른이 되고 싶은가 봅니다. 고민글을 읽으며 웃음이 났어요. 감정이 자스민의 성격보다 급한 것 같아서요. 앞서나가 버린 감정 뒤에 남겨져 당황스러워하는 자스민이 상상되기도 하네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먼저 자스민과 자스민의 감정에 대해 다시 정리해 봅시다. 제가 하는 건 가정이니, 나중에 자스민이 직접 정리해 보는 걸 권해요. 자스민은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 같네요. 같은 일에도 그 사람이나 상황에 진하게 몰입하고요. 나와 타인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잘 발견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공감도 곧 잘하고, 푹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기도 하고, 감정에 차서 말이나 행동이 튀어 나가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런가요?
조금 더 상상력을 발휘해서 자스민을 친구로 둔 사람은 어떨지 생각해 보면 나의 기쁨과 슬픔에 더 많이 기뻐하고 슬퍼하고, 어떤 사람이나 상황을 자신의 것처럼 느껴 공감하고 함께 행동하고, 사람과 세상의 다채로운 모습에 적극적으로 감정 표현을 하는 자스민 덕에 심심할 날이 없을 것 같기도 하네요. 하하, 너무 멀리 갔나요. ‘감정적인’ 자스민을 부정적인 면 외에도 다양한 모습이 있는 입체적이고 고유한 존재로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자스민은 감정이 풍부한, 열정적이고 따듯한 사람이잖아요.
하지만 감정에 푹 빠져 사랑하고, 감탄하고, 몰입하고, 성취하는 짜릿한 순간 말고, 상황상 잠시 멈춰서 현명한, 혹은 방어적인 선택이 필요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감정이 많은 자스민이 감정에 잘 흔들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감수성이 풍부할수록 느껴지는 감정의 양이 많기 때문에, 눈에 힘을 주고, 치아를 악물며 참는 건 너무 힘든 일이에요. 그럴수록 감정의 통로가 좁아져서 욱하고 치고 올라오는 감정이 더 세고 빨라지기도 하고요. 혹시 눈치챘나요? 감정의 물결이 밀려올 때 통로를 막고 조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활짝 열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예요.
실제상황에서는 갑자기 흡 하고 숨이 막힌다든지, 머리가 핑 돌고, 어쩌면 눈도 돌고, 말이나 행동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그대로 입을 벌리고 와아, 하면서 감정을 길게 느껴보는 거예요. 그대로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길게 내쉬며 화가 나면 얼굴이 달아오른다든지, 억울해서 눈물이 차오른다든지 하는 내 몸의 감각에 머물러 보는 거예요. ‘이러면 안 돼’하는 판단도 억압도 없이요. 상황이 불편하다면 잠시 자리를 피해서라도 충분히 감정을 느껴보세요. 이렇게 저항받지 않고 받아들여진 감정은 내 안에서 고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가요. 그러면 자스민이 원하는 대로 내 감정을 존중하면서도 잘 대처할 수 있을 거예요.
참 쉽죠? 하, 하하, 아마 잘 와닿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안전한 곳에서 편안한 사람에게 안겨 긴 시간 펑펑 울고 나면 개운해지는 경험을 생각해 봐도 좋아요. 당연히 어떨 때는 내 치밀어오르는 감정이 제대로 느껴볼 틈도 없이 그대로 폭발해 버릴 수도 있겠죠. 매번 성공하지는 못하더라도 강한 감정을 인식했을 때, 싸우지 않고 넓게 받아들이고 충분히 머무르고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익숙해질수록 내 안의 묵은 감정들도 점점 흘러 나가고 내 마음이 더 넓고 깊게 비어 더 큰 감정들도 거뜬히 담아내는 자스민이 될 수 있을 거예요.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말하는 책은 참 많잖아요. 그만큼 다양한 방법이 있고요. 하나둘 시도해 보며 자스민에게 맞는 감정과 함께하는 방식을 찾아가길 바라요. 하지만 이 사랑과 연대가 메말라 가는 외로운 시대에 자스민의 감정은 나 자신과 타인과 세상과 풍성하게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귀한 선물임을 꼭 기억하면 좋겠어요. 응원을 보내요.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