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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고민 상담소2022.08.10 · 읽는 데 3

회피형 친구가 미워지는 솔솔님의 고민

솔솔님의 고민

회피형 친구에게 사랑의 말을 전하려 할 때마다 제 의도를 오해해서 속상하고 친구가 미워지기까지 해요. 친구는 예뻐지고 싶고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는데, 그러지 못해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어요. 세상의 기준에 맞추고 주류에 속하기 위해 갈팡질팡하기도 하고요. 친구에게 너의 모습 그대로 가치가 있고 너만 가지고 있는 장점이 있다고 이야기 해줘도 잘못 해석하고 받아들이지 않아요. 회피형이라 답장도 잘 안 하고 밖에서는 밝은 척하고 남들에게 과하게 맞춰주려고 자기를 희생하면서 속으로는 힘들어해요. 저는 친구를 더 많이 사랑해주고 도와주고 싶은데 제 능력 밖인 것 같아서 그냥 신경 쓰지 말아야 하나 싶기도 하고, 가끔 친구를 생각하면 화가 나기도 해요. 친구와의 관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심리 카운슬러 신지윤님의 답변

안녕하세요 솔솔님. 밑미 심리카운슬러 신지윤입니다.

솔솔님의 글을 반복해서 읽으면서, 친구에 대한 솔솔님의 복잡하고 또 깊은 마음들이 느껴져 저 또한 쉽게 답을 쓰기 어려웠습니다. 우리가 겪는 여러 가지 문제 중 가장 복잡하고 심플하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대인관계이기에, 저 또한 여기에 명쾌한 하나의 답을 드리긴 어려울 것입니다. 대신, 솔솔님이 친구에 대한 솔솔님의 마음을 좀 더 명료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몇 가지 질문을 드리는 것으로 답장을 대신하고 싶습니다.

먼저, 솔솔님에게 친구가 ‘회피형’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친구를 설명하는 가장 첫 번째 말로 ‘회피형’을 선택하신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회피형이라는 단어가 요즘 들어 많이 사용되고 때로는 정확하게 사용되지 않고 있는 듯합니다. 솔솔님에게 ‘회피형’은 어떤 사람인지요. 솔솔님의 글에서 친구를 회피형으로 정의하는 한 가지 단서가 나오는데, 바로 ‘답장은 잘 안 한다’이죠. 우리가 답장을 안 할 때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친구는 솔솔님의 모든 연락에 답장하지 않나요? 아니면 솔솔님의 특정한 메시지에 답장하지 않나요? 해야 할 일을 책임감 없이 피하거나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때로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답장을 피하는 것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상대에게 ‘회피형’이라는 단어를 너무 쉽게 되면, 때로 우리 사이의 모든 갈등의 원인을 상대의 회피 때문으로 귀결해버리기 쉽습니다. 회피라는 단어 대신, 우리 둘 사이에 어떤 마음들이 흐르고 있는지, 우리 둘은 서로에게 무엇을 주고 또 어떤 것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싶어 하는지, 그 마음들을 찬찬히 들여다보시길 권합니다.

둘째, 솔솔님께 사랑이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이 글에서 가장 자주 반복된 단어를 꼽으라면 그건 바로 사랑, 인 것 같아요. 솔솔님은 친구에게 ‘사랑의 말’을 전하고 친구를 더 ‘사랑’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렇기 위해 친구에게 너는 너대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친구의 마음을 케어하고 책임지고 싶어 하고, 친구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부분까지 덮어주고 좋아해 주고 싶어 합니다.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긍정적인 부분을 바라봐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친구분께 참 행운일 것입니다. 사랑은 태어난 순간부터 우리를 생존하게 하고, 조금 더 자라면 사랑의 눈에 비친 나를 보며 정체감을 형성합니다. 그 후에 우리는 사랑을 통해 고난을 극복할 힘을 얻고 나를 있는 그대로 수용할 힘을 얻습니다. 사랑의 모습과 그 역할은 자연스레 발달하기 마련이지요. 솔솔님과 친구분의 관계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어쩌면 지금의 이 불편함들은 두 분 사이에 흐르는 사랑의 모습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음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친구에게 무조건적인 응원과 관심을 주고 어쩐지 그 자리에 주저앉은 것 같은 친구를 억지로라도 일으키는 사랑이 이전의 두 분 사이에서는 필요했을지 모르지만, 어쩌면 이제는 다른 모습의 사랑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무조건 괜찮다고 하기보단 친구의 그 어려움에 함께 머물러 가만히 바라봐주는 사랑. 친구가 겪고 있는 세계에서 친구는 스스로를 어떻게 보고 있을지 그 모습을 함께 견뎌주는 사랑. 공간이 필요해 거리를 두는 친구를 가만히 기다려줄 수 있는 사랑. 그러다 친구가 나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을 때 그 결정까지 온전히 존중하고 받아들여 줄 수 있는 사랑.

솔솔님.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사랑의 완성일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친구에 대한 복잡한 마음을 잠시만 거두고 솔솔님의 마음을 그리고 두 분 사이에 흐르는 사랑을 가만히 바라봐주세요. 두 분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 거기에 머물러 주세요. 다시 새로운 사랑이 싹트고 깃들 수 있도록 말이죠.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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