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하자마자 번아웃이 온 것 같은 트리님의 고민

트리님의 고민
중소기업을 거쳐서 최근 훨씬 더 좋은 조건에 대기업으로 이직을 했습니다. 새로운 부서에서 업무를 배우는데, 머리에 다 집어넣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알려주세요. 업무에서 실수가 있으면 화를 내시고 선배들의 차가운 시선과 냉담한 반응에 사람들의 반응에 예민한 저는 의기소침해지고 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번아웃이 온 것 같다는 생각에 막막해집니다. 일하며 이직을 준비하기엔 힘들 것 같고, 퇴사를 하자니 가장으로써 경제적인 부담이 되고 겁이 납니다. 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심리 카운슬러 신지윤님의 답변
안녕하세요 트리님. 밑미의 심리카운슬러 신지윤입니다.
새로운 직장에 가셔서 겪고 계시는 어려움이 생생히 그려졌습니다. 새로운 곳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시는, 그러면서도 가장으로 해야 할 역할을 다하기 위해 고민하시는 모습이 보여 트리님의 글이 더욱 깊이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진로 탐색’은 대학의 전공을 결정하는 청소년 시기뿐만 아니라 어쩌면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것입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맞는지, 잘하고 있는 것인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은 계속되죠. 그렇기에 지금 트리님의 고민은 우리가 태어난 이상 계속하는 건강한 진로 탐색의 일환이고, 그 과정에서 약간의 심리적인 어려움이 동반되는 것도 당연하다는 것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직장은 우리가 새 학년에 입학하는 것처럼 친절한 선생님과 선배들이 있는 곳이 아닙니다. 직장은 배우는 곳이 아닌 생산하는 곳이기에, 학교에서처럼 ‘잘 가르치는 것’에 큰 초점을 두지 않습니다. 운이 좋게 나와 코드가 맞는 선배나 동료들을 만나면 참 좋겠지만 대부분의 직장은 그런 곳이 아님을 받아들이시는 새로운 진로의 단계에 와 계신 듯합니다. 일이라는 세계에서는 좋은 결과물이라는 분명한 목적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만납니다. 그렇기에 나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기다리고 수용해줄 의무가 없는 곳임을, 그것이 디폴트임을 조금씩 소화해 내실 그런 시점이 온 것 같습니다.
트리님은 주변의 차가운 시선이나 냉담한 반응에 상처받으셨던 경험들이 있는 듯합니다. 상처의 경험들이 아직은 덜 아문 채로 다시 비슷한 선배들을 만나시는 것이 아주 힘드셨을 것 같아요. 하지만 트리님이 만났던 사람들과 달리, 직장은 트리님의 존재 그 자체가 아닌 트리님의 아웃풋에 관심을 두는 곳입니다. 이 말이 냉정하게 들릴 수 있지만, 거꾸로 말하면 트리님의 아웃풋이 그들의 기준에 차지 않아 다소 냉정한 피드백을 받는다고 해도 그것이 트리님의 존재 자체에 대한 피드백은 아니라는 뜻이지요. 하루의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이기에 직장에서의 피드백의 진짜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리님은 직장인이기 앞서 좋은 배우자이고, 좋은 자녀이며, 또 누군가의 좋은 친구입니다. 지금은 직장에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 같다고, 그게 트리님의 존재 또한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트리님께서 분명하게 다른 목표나 꿈이 있으셔서 새로운 직무에 도전하시는 것이라면 충분히 괜찮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직장인 트리님’이 ‘자연인 트리님’이 원하는 반응을 얻지 못했다는 이유라면 지금 있는 곳에서 이 둘을 구분하는 지혜를 키우기를 연습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직장에서의 나와 직장 밖에서의 나, 이 둘의 스위치를 자유롭게 끄고 켤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워라밸이 아닐까 싶습니다. 진짜 워라밸을 획득하신 자유로워진 트리님의 모습을 함께 그리며 응원하겠습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