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혐오에 지친 스웨터님의 고민

스웨터님의 고민
강아지를 입양하고 키우는 2년 간 세상에 동물을 혐오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시간이 꽤 지난 상황인데도 트라우마로 남은 한 사람과의 다툼을 계속 곱씹고 있어요. 강아지를 키우기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다툼을 몇 번 하다 보니 강아지를 무의식적으로 덜 사랑하게 된 것 같고, 낯선 사람을 만나기가 두렵고, 인간에 대한 기대나 신뢰가 없어졌어요. 강아지와 함께 산책할 때의 즐거움도 조금 잃어버린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제 스스로 그런 사람들과 비슷하게 변하는 것 같아요. 큰소리가 오고 갔던 상황을 되짚다 보니 싸움 당사자와 비슷한 배려없고 무식하다고 치부했던 사람들을 저 또한 혐오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저 역시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고 인정하지 않고, 당당하게 혐오 표현을 하는 사람들과 같은 부류가 되어가는 중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뭐가 맞는 건지, 내가 틀린건 아닌지,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냉소하게 됩니다. 저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님의 답변
밑미 심리카운슬러 슝슝입니다. 안녕하기 참 어려운 세상에 안녕을 묻습니다. 이 글을 읽는 스웨터님의 지금 마음은 좀 어떠신가요?
제 지금 마음은 조금 씁쓸하고 슬픕니다. 스웨터님의 고민글을 읽으며 동물권 행동 단체, ‘카라’의 SNS에서 여러 번 본 동물을 학대하는 사연들, 사진들이 떠오릅니다. 오늘 접한 ‘N번방 처벌법 이후 법은 강화되었으나 적용이 되지 않아 무용지물’이라는 기사도 떠오릅니다. 정말 약한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혐오가 세상에 가득하구나, 부끄럽지도 않고, 무리를 지어 과시하기까지 하는구나. 인간에 대한 회의가 들고, 그것이 한 사람의 인간인 나 자신에게까지 미쳐 괴로운 마음이 듭니다.
스웨터님은 반려견과 함께 살고 계시네요. 저는 생명에 대한 책임감과 사별에 대한 두려움에 차마 입양을 못하고 있는데, 스웨터님은 용기를 내셨네요. 그 선하고 강한 마음이 멋집니다. 그리고 2년 동안 그 존재와 함께 하며 종을 초월한 사랑을 하고, 추억을 쌓고, 가족이 되셨겠지요. 참으로 아름다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새롭고 맑아진 마음으로, 동물과 반려동물 문화를 혐오하는 이들과 여러 번 부딪히는 과정에서 상처 받고, 분노하고, 불안하고, 무기력하고, 공허함을 느끼고 계시는 구나 싶기도 합니다.
무엇 보다 스웨터님께 위로와 응원을 전하고 싶습니다. 스웨터님께서 느끼시는 부정적인 감정들, 생각들은 ‘사랑하는 존재’가 받는 고통을 함께 겪고, 지키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정의를 위한 아픔’입니다. 다른 동물들과 자신 사이에 선을 긋고 폭력을 정당화하는 비열한 인간들과 같은 인간으로서 스웨터님이 느끼는 죄책감과 미안함은 약자인 동물의 편에 서서 그들의 행복을 위해 싸우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스웨터님은 지금 아주 생생하게 ‘사랑을 위한 싸움’을 하고 계십니다. 전쟁 중이니, 아무리 혐오를 대상으로 한 정의롭고 선한 편이라 하더라도, 편안하기 보다는 부대낄 일이 많습니다. 종종 악한 이들이 더 다수에다 강하기도 해서 외롭고 억울하기까지 하니까요. 거기다 혐오에 민감해진 눈에 우리 안에 남은 혐오의 습관들이 발견되면 혼란스럽기도 하고요. 하지만 스웨터님이 반려견을 맞이함으로 시작한 ‘사랑의 길’을 걷는 과정이겠지요.
가장 근원적인 힘은 함께 하는 반려견과의 사랑에서 나오겠지만, 홀로 싸우지 마시길 바랍니다. 스웨터님과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날이 갈수록 더욱 많아지고 강해지고 있습니다. 동물권 단체의 SNS부터, 각종 온오프라인 교육과 모임에서 동료를 만나십시오. 아무도 완벽하지 않지만, 약한 동물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랑을 선택하는 스웨터님과 같은 이들과 교류하며 사랑을 키워가시기 바랍니다.
저도 잘 못하는 것들을 스웨터님께 잔뜩 적고 있습니다만, 저도 할 수 있는 만큼 작게 작게 관심과 서명, 후원 등으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문득, 스웨터님과 함께 사는 그의 이름이 궁금합니다. 그의 등을 쓰다듬으며 스웨터님이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해주고 싶어요. 그도 스웨터님에게 어떤 의심도 없이 달려 안기는 믿음을, 기쁨을, 사랑을 주겠지요. 눈물이 납니다. 결국 사랑이 이긴다 합니다. 그러니 계속 사랑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스웨터님과 그의 낮과 밤이 편안하고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