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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고민 상담소2024.08.01 · 읽는 데 5

집착 때문에 친구를 잃고 싶지 않은 서다의 고민

서다의 고민

“친구에게 자꾸 집착해서 관계를 망쳐요.”

대학교 2학년 21살 여자입니다. 저는 인간관계가 너무 어려워요. 친구를 사귀는 것도 그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도 어렵습니다. 집에서 외동딸로 사랑받으며 자랐지만 초등학생 때 왕따를 당한 후에는 친구를 사귀면 자꾸 집착하게 됩니다. 어떻게 해야 집착하지 않을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초등학교 1, 2학년 때는 친구들과 잘 어울려 놀았었는데, 초등학교 3학년부터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 힘들어지기 시작하다가 초등학교 4학년 땐 은따, 초등학교 5, 6학년은 아예 왕따로 지냈습니다. 마음의 문을 닫고 혼자 다녔고, 그러다 보니 그룹으로 진행하는 수행평가 때 아주 곤란했지요. 그러다 중학교에 진학하고 첫 친구를 사귀게 되었는데 기쁜 마음에 저는 친구에게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관계가 진전되다 보니 어느새 저는 친구에게 저와 같은 마음을 요구하며 집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친구와 맨날 연락하고 놀면서 즐거웠는데 그렇게 6개월이 지난 뒤, 그 친구가 버티다 못해 너무 힘들다며 저와 관계를 끊었습니다. 왜 친구가 나를 버렸을까 생각하다가 너무 외로워서 다른 친구들을 사귀었지만 그 친구들 역시 버티다 못해 다 떠나갔고 고등학교 때도 친구가 있었지만 다들 힘들다며 떠나갔습니다.

대학교에 온 지금 친구들을 또 사귀었지만 또 잃을까 봐 전진도 후진도 못하는 상태입니다. 집착이 나쁜 건 알고 있고, 저의 어린 시절에 했던 그 집착이 안 좋았던 것도 알고 있습니다. 저는 더 이상 집착 때문에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아요. 어떻게 해야 친구에게 집착하지 않고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해 나갈 수 있을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

“상대의 거리와 속도, 의사를 존중하고 기꺼이 수용하는 시간의 힘으로 편안한 사이로 넘어갈 수 있어요.”

안녕하세요, 서다. 정말 반가워요. 서다의 고민글을 읽으며 정말 대단하는 생각을 했어요. 초등학교 때 2년 이상이나 따돌림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중학교에서도, 고등학교에서도, 대학생인 지금도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사귀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마음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 뭉클한 감동이 됩니다. 정말, 정말 고생이 많았네요. 서다도 꼭 알아주면 좋겠어요. 자신이 계속 노력해 왔다는 걸요. 그만큼 좋은 친구 관계를 너무나 원한다는 것을요. 이 답변글을 읽고 나면 꼭 교내의 심리상담센터에 꼭 가보세요. 지금까지 서다가 겪은 관계의 역사들과 지금의 관계들, 그 안에서 서다가 느꼈던 많은 감정들, 선택들에 대해서 안전하고 생생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무엇보다 상담사와의 관계를 통해 건강한 관계를 실제로 연습해 볼 수 있을 거예요. 자, 그럼 이 글에서 제가 줄 수 있는 이야기는 어떤 걸까요?

흠, 좀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솔직히 제가 싫어하는 말이 있는데요. 바로 ‘밀당’이에요. 특히 연인 관계에서는 밀당이 중요하다고들 말하잖아요. 인간관계를 무슨 게임하듯이, 힘겨루기처럼 표현하는 것 같아 거부감이 들었어요. 실제로 더 좋아한다는 이유로 무례한 상대에게 휘둘리는 마음씨 고운 사람들을 보기도 했고요. 하지만 연인 관계든, 친구 사이든 좋은 사람과 좋은 사람이 만났다는 가정을 해보면 상대방을 ‘밀고 당기기’는 대신 자신이 ‘다가서고 물러나기’를 잘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쩌면 서다가 연습하면 좋을 것 같다 싶기도 하고요. 서다의 고민글에서도 힌트를 얻었어요. ‘친구를 잃을까 봐 전진도 후진도 못하는 상태’라는 부분이요. 그럼 어떨 때 다가서고, 어떨 때 물러나면 좋을까요? 그리고 얼만큼?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정답은 없겠지만, 그래도 안전하고 자연스러운 타이밍은 있는 것 같아요. 서다는 모르는 사이에서 인사를 주고받는 아는 사이가 되는 초기 인간관계는 잘하는 것 같으니(참, 이것도 큰 재능이에요. 전 이게 제일 어렵고 쑥스럽답니다), 적절하게 다가서고 물러나기에 대해서만 말해 볼게요.

먼저 너무 서두르거나 무리하지는 않기를 바라요. 사람마다 누군가를 알아갈 때 원하는 거리와 속도가 있거든요. 어떻게 알 수 있냐고요? 물어보면 되죠. 친구가 많은 편인지, 기존의 친구들과는 어떻게 친해졌는지, 적극적으로 연락을 하는 편인지, 주로 말하는 쪽인지 듣는 쪽인지, 어떤 친구를 만나기 원하는지 등은 괜찮은 대화의 주제거든요. 반대로 서다도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정리하고 있으면 좋고요. 특히 성인이 된 이후의 인간관계는 무조건 한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청소년 시절과 달리 꽤나 선택 가능한 옵션이 많아요. 그러니 상대의 친구 관계에 대한 생각, 바람이 나와 결이 맞는지 충분히 얘기해 봐요. 이미 친밀한 관계들이 많고, 약속도 빼곡한 사람이면 한 걸음 물러나 함께 있는 시간 동안만 잘 지내야지 정도가 무난하고요. 지금 혼자 있는 시간이 많거나, 무언가를 같이 할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싶은 사람이면 한 걸음 다가가 ‘너도? 나도 그런데, 그럼 나랑 같이 해볼래?’ 말해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억지나 무리가 아니라 정말 같은 취향, 적절한 타이밍에서만요. 물러나는 것도 서운하지 않게 한 걸음만, 다가가는 것도 부담스럽지 않게 한 걸음만요.

그다음은 상대의 차례예요. 서다는 그가 어떻게 움직일지 기다려야 하고요. 이 기다림의 시간을 잘 보내는 것이 저는 관계를 잘하는 또 하나의 비법 같아요. ‘너와 함께하는 건 너무 즐겁고 좋아. 그리고 네가 없는 시간에도 나는 편안하고 좋아.’ 정도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가진 여유와 힘이 있거든요. 반대로 내가 없는 시간을 잘 못사는 사람에게 우리는 때로는 애틋함을 때로는 부담감을 느껴요. 어떤 사람들은 좋아하는 감정이 너무 커서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은 거라고 말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의 필요를 그를 통해 채우려고 하는 마음이에요. 다른 방법을 모르니까요. 그리고 상대도 나에게 의존하기를 바라게 되고요. 안 그러면 그가 나를 떠날 테니까요. 하지만 좋은 친구, 좋은 연인은 상대가 없는 시간에도 잘 지내는 사람이에요. ‘너무 좋으니까 네 생각이 나더라. 이 좋은 순간에 네가 있으면 더 좋을 텐데’하는 마음도 전하는 사람이면 더욱 좋겠죠. 이야기가 좀 곁으로 샜는데, 결국 우리는 상대의 거리와 속도, 의사를 존중하고 기꺼이 수용해야 해요. 그가 없는 시간에서 얻은 힘으로요. 그게 그냥 아는 사이에서 편안한 관계로 넘어가는 과정이에요. 그런 편안한 시간이 쌓이고 쌓이면 나중에는 정말 서로의 아주 깊은 곳까지 이해하고 안아주는 친구가 되는 것 같아요.

지금 서다의 삶에 친구 관계는 몇 퍼센트의 비중인가요? 자기 이해와 돌봄, 진로와 성장, 취미와 놀이 등 독립적이기도 겹치기도 하는 다른 영역들 사이에서 서다는 균형을 잘 찾아가고 있나요? 나와 친구들의 마음과 상황은 계속 변할 거예요.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멀어지고, 친밀하다가도 외로워지기도 할 거예요. 서다에게 심리상담을 여러 번 권하는 건, 앞으로는 과거와 달리 훨씬 서다가 원하는 방향으로 다양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 많은 기회들 앞에서 과거의 상처 받은 서다가 아닌, 자기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가장 잘 이해하고 지지하는 서다로 용기 있는 선택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에요. 서다는 경험하고 아는 슬픔과 외로움이 큰 만큼 다른 이의 힘든 마음들도 넉넉히 품어줄 수 있는 다정한 친구가 될 거예요. 응원을 보냅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함께 나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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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밑미 사이트에서 옮겨온 이야기예요. 회원 정보를 옮기기 전이라 쓰신 분의 이름은 아직 보이지 않아요.

  • 2024.08.052

    ‘너와 함께하는 건 너무 즐겁고 좋아. 그리고 네가 없는 시간에도 나는 편안하고 좋아.’ 이 마음가짐이 참 쉬울거같은데도 어렵네요. 결국은 나를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하나봐요. 좋은 답변 너무 감사해요 슝슝님! 고민질문자 서다님도 한걸음씩.. 관계에 대해서 배워가고 또 단단해져가기를.. 응원합니다~!!

  • 2024.08.052

    현명한 상담과 따뜻한 위로글에 저도 위안을 받네요

이 글을 읽고 나서
비워둘 30분, 오늘부터 만들어볼까요?

이 글과 맞닿은 리추얼을 준비하고 있어요. 14일 코스, 누른 날이 1일차예요.

준비 중
나 리추얼 — COMING SOON
14일 · 오늘 시작 가능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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