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미
CONTENTS
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고민 상담소2026.06.05 · 읽는 데 3

인생이 망한 것 같은 영숙의 고민

영숙의 고민

“인생이 망한 것 같아요…”

요즘 눈물이 나오려고 해요. 두렵고 슬프고 뭔가에 늘 쫓겨요. 2월에도 노트에 외롭다고 적었더라고요. 그런데 지금도 여전히 같은 마음이고 계속 뭔가에 쫓기는 기분이 들어요. 글쓰기로 붙잡고 다잡고 애써 위로하고 일으키려 해도 달라진 게 없는 기분이고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기분이 들어요.

몸도 마음도 직업도 제자리에 있어요. 돈은 조금씩 저축을 하지만 돈만 모아지면 뭐 하나요? 제가 행복하지 않은데. 자꾸 뒤처지고 있고, 인생이 망한 것 같아서 아찔해요. 사실 망했다고 하기에는 아직 젊고(28살) 몸도 아픈 곳이 없고, 부모님 노후 준비나 건강도 나쁘지 않죠. 언니 오빠도 좋고요. 스스로는 인생이 망한 것 같은데 사실은 아직 망하지 않았어요.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잘할 수 있을지, 영원히 이 상태가 지속되는 건 아닌지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여요. 그리고 또 최악을 생각하죠. 이대로 다 포기하는 건 아닐까 하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지는 않을까 문득 무서워져요. 제가 다른 사람보다 더 예민하고 잘 우울해져서 인프제라서. 그냥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서 무서워요…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밑미 메이트 강원의 답변

“억지로 일으키려 애쓰기보다 그 자리에 잠시 머물며 숨 고르기를 해봐요.”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묻는 영숙님에게 어떤 답장을 보낼 수 있을까 오래 고민했습니다. 수없이 반복해 읽은 편지 속에는, 똑 떨어지는 정답이 있는 문제 가운데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내 마음의 무거운 현실과 세상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어쩌면 "인생이 망한 것 같다"는 두려움과 씨름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요. 우리가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면, 저는 어떤 토도 달지 않고 영숙님의 이야기를 한참 듣고 있었을 겁니다.

글쎄요,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왜 이런 불안과 우울에 휩싸여 잘 지나온 걸음조차 내딛기 무서워지는지. 씩씩하게 많은 것들을 해오다가도 불현듯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이, 그 어두운 확신에 마음을 내어주고 마는 건지. 정말 잘 모르겠습니다. 이토록 무섭고 아찔한 순간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순간에 그나마 할 수 있는 건 주위를 간신히 더듬거리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먼저 이렇게 편지를 통해 삶을 나누어 주어서 고마워요. 내면의 이야기를 글로 꺼내놓는 일은 쉽지 않았을 텐데, 그 과정 자체로 이미 의미가 있습니다. 타인의 시선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새롭게 마주하고, 다른 관점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자리에 있는 것 같다는 영숙님의 말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자리까지 오기 위해 어떻게든 한 걸음씩 애써온 사람의 시간을 봅니다. 영숙님은 스스로를 "원래 예민하고 우울해지기 쉬운 사람"이라고 설명했지만, 저는 그것만으로는 이 마음을 다 설명할 수 없다고 느껴요. 지금의 우울과 불안은 그만큼 삶을 잘 살아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의 반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라앉는 스스로를 억지로 일으키려 너무 애쓰지 말아요. 잠시 그 자리에 가만히 머물러 숨 고르기가 필요할 뿐입니다.

다만, 침전하는 마음의 무게가 혼자 감당하기에 버겁게 느껴진다면, 영숙님의 곁에서 그 무게를 덜어줄 전문가의 따뜻한 시선을 빌려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특히 영숙님이 편지에 적어준 것처럼, 문득 스스로가 무서워질 만큼 어두운 생각이 찾아온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때로는 전문적인 상담이나 진료를 통해 객관적으로 진단받는 것도 마음이라는 작은 방에 꼭 필요한 환기가 되어주기도 하니까요.

영숙님, 지금 느끼는 이 막연한 두려움이 영원히 지속될 것 같아 무섭겠지만,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 마음이 필요한 소리를 내고 있을 거예요. 어쩌면 영숙님이 말하는 '제자리'는 정말 제자리라기보다, 너무 오래 버티느라 잠시 숨을 고르며 발을 멈춘 자리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멈춰 서서 비로소 도착한 그 자리에서, 가장 편안해진 영숙님을 만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묻는 영숙님의 목소리를 상상하며 한때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라고 방치했던 시절을 떠올렸어요. 그래서 저는 이 질문 자체가 얼마나 단단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인지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삶이 버겁고 모든 것이 망한 것처럼 느껴질 때는 차라리 아무것도 묻지 않고 포기해 버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숙님은 여전히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떻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묻고 있어요. 저는 그 마음이 훨씬 크고 용기 있는 마음이라는 걸 압니다. 그래서 이 편지를 만났다는 사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편지를 보내준 영숙님의 용기에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지금까지 버텨온 모든 시간은 영숙님만이 할 수 있었던 최선이었을 거예요. 그렇게 또 시간은 흘러 6월이 찾아왔습니다. 6월의 노트에는 어떤 말을 적어 내려가고 있을지 궁금하네요. 저의 답장은 부족하지만, 마음을 담아 제가 좋아하는 책의 문장을 빌려 마무리 인사를 전할게요.

*"비참하게 찢긴 상처투성이인 자신을 스스로의 힘으로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 느끼는 것, 이거야말로 정말 근사한 일입니다. 최고입니다. 말할 수 없던 것을 말로, 자기 삶으로 표현하게 되면 정말 멋진 일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위로는 자기 자신과의 화해이고, 타인을 향한 용기이고,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입니다. 그러니까 진정한 위로는 기억이 그러하듯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자기 창조입니다." (*정혜윤, 삶을 바꾸는 책 읽기, 101-102)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밑미 메이트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함께 나눈 이야기

1

기존 밑미 사이트에서 옮겨온 이야기예요. 회원 정보를 옮기기 전이라 쓰신 분의 이름은 아직 보이지 않아요.

  • 2026.06.25

    저도 지금 비슷한 상황이라 많이 공감되고 위로도 받습니다. 특히 아래 문장에 와닿았어요.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묻는 영숙님의 목소리를 상상하며 한때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라고 방치했던 시절을 떠올렸어요." 정말로 힘들면 스스로를 방치하게 된다는 점이 중요한 것 같아요. 사연자분은 아직 자신을 붙잡고 계신듯해서 다행입니다.

이 글을 읽고 나서
비워둘 30분, 오늘부터 만들어볼까요?

이 글과 맞닿은 리추얼을 준비하고 있어요. 14일 코스, 누른 날이 1일차예요.

준비 중
나 리추얼 — COMING SOON
14일 · 오늘 시작 가능 예정
밑미레터

매주 월요일 아침 6시 편지를 보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