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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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고민 상담소2026.05.30 · 읽는 데 4

지독한 인연의 트리거에서 벗어나고 싶은 로그아웃의 고민

로그아웃의 고민

“지독한 인연의 트리거, 이제는 벗어나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6년의 공공기관 생활을 뒤로하고, 나를 지키기 위해 정말 큰 용기를 내어 퇴사한 1년 차 재취업 준비생입니다. 요즘 재취업과 집 계약 만료가 겹치고, 생계를 오롯이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라 미래에 대한 불안이 부쩍 커진 상태예요. 이런 시기에 최근 지인의 결혼식에서 헤어진 지 일 년 된 전 애인을 마주쳤습니다. 사실 그는 제게 아주 지독한 인연이에요. 20대 시절 3년을 만났고, 헤어진 지 6년 만에 재회했지만, 결국 또다시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태도로 저를 매몰차게 버렸거든요.

그런데 결혼식장에서 본 그는 너무나 평온하고 여유로워 보였습니다. 그 모습과 불안정한 제 처지가 대비되자, 잊었다고 믿었던 상처와 "나만 제자리인 것 같다"는 우울함이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 모든 만남과 이별이 상대의 일방적인 통보로 시작되고 끝났다는 사실, 두 번이나 같은 방식으로 당했다는 생각이 저를 더 힘들게 합니다. 마음으로는 "그건 네 인생이고, 내 인생만 신경 쓰자"라고 되뇌지만, 감정이 폭발하면 속수무책입니다. 불쑥불쑥 올라오는 이 억울함과 마음속 응어리들을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물리칠 수 있을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

"상처받는 마음은 열린 마음이에요. 그 마음을 외면하지 말고, 끝까지 느끼고 안아주는 것이 진짜 회복의 시작입니다."

안녕하세요, 로그아웃. 밑미 심리카운슬러 슝슝입니다. 여러 번 로그아웃의 고민글을 읽고 있는데,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 할지 떠오르지가 않네요. 그러다 고민글 마지막에 ‘감정이 폭발하면 속수무책’이라는 말이 목에 걸리네요. 네, 지금 제가 그 감정에 휩싸여 잠도 설치고, 화가 나고, 서운하고, 지치고 괴롭습니다. 지금의 상황들도, 과거의 선택들도, 주위의 사람들도, 나도 싫어요. 사실 이런 제가 제일 싫습니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이렇게 로그아웃의 고민에 답을 하고 있나 싶어요. 지금 사무실인데, 눈물이 자꾸 차오르려고 해서 잠시 쉬었다가 이어서 쓰겠습니다.

이번이 다른 때보다 더 심란하구나 싶네요. 잘 못 쉬고 돌아왔거든요. 다행인 건 이 답변글의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거예요. 로그아웃에게도, 밑미에게도 고맙습니다. 당장 해야 할 일은, 적어도 그 일을 할 동안 저를 제 괴로운 마음에서 구해주거든요. 여러 날 들여다 봐주어야 할 감정이지만 지금은 잠시 기다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로그아웃도 혹시 현재 상황에서 스스로와 약속한 공부, 일, 자신을 위한 루틴이 있다면, 가능한 만큼 지속해 주세요. 우리는 감정적 어려움 속에서도 일상을 지켜나갈 수 있으니까요(혹시 퇴사나 현재 상황과 관련하여 번아웃을 겪고 있거나 심리적인 어려움이 매우 커서 일상생활이 어렵다면 예외적 상황이라, 적극적인 심리상담, 정신과 치료 등을 고려해 보아야 합니다.).

한편으로는 로그아웃의 마음을 크게 흔든 촉발 원인이 된 것이 전 애인과의 만남이었기에, 이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길게 만났고 재회 후 다시 헤어지는 과정을 반복했기에 함께 한 추억도 많고, 감정적인 연결도 진하고, 상처도 깊었을 거예요. 그 경험들이 로그아웃 안에서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버려졌다’로 끝나는 문장은 너무 마음 아프게 읽었습니다. 한 문장에 로그아웃님이 얼마나 마음을 쏟고 다시 열고 또 괴로웠는지가 꾹꾹 눌러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로그아웃을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 그 상처들과 힘든 경험들, 감정들을 충분히 같이 슬퍼하고 분노하며 애도했는지 궁금해요. 그보다 많은 시간 로그아웃이 자신의 편에서 로그아웃이 경험한 힘든 사랑과 아픈 이별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시간을 가졌는지도요. 그러기 어려웠다면, 로그아웃의 응어리를 풀어내는 작업은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하거든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덮어둔 상처, 풀어주지 못한 감정은 자꾸 나를 아프게 해요. 그래서 상담실에서도 자주 과거 이야기를 해요. 오십 대의 어른이 대여섯 살의 상처로 우울해하기도 하고, 엉엉 울기도 한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로그아웃이 충분히 돌봐주어서 과거의 상처가 꽤 아문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전 애인과의 만남에 영향받을 수 있어요. 그리 큰 자극은 아니었지만, 지금 로그아웃의 마음이 많이 힘들 때라 이미 가득 차 있었던 서러움이 넘쳐흐르는 경우예요. 이때는 초점을 퇴사와 재취업 준비가 나를 이만큼이나 힘들게 하고 있었구나로 초점을 맞춰야 해요. 나를 지키기 위한 퇴사였다면, 육 년 동안의 회사 생활 중에서도 억눌리고 쌓인 마음들이 있었을 테고요. 그 마음들 충분히 살피고 챙겨주었나요?

내 안의 응어리를 풀어내고,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지는 작업은 딴 길이 없어요. 우선 나부터 부정적인 감정을 외면하거나 억압하지 않고 그대로 느끼며(물론 고통스러운 일이에요, 지금의 저처럼 잠시 미룰 수도 있고요.) 존중해 주어야 해요. 이별로 끝났거나, 상처로 남았거나, 현재가 불안하고 불만족스럽다 하여도 사랑하고자 용기 냈던 마음이었음을, 자신을 지키고 더 나은 삶을 원해서 한 선택이었음을 인정해야 해요. 그리고 아쉬워하고, 많이 화내고, 더 많이 울면서 지금의 좌절까지 내가 한 사랑이고, 삶임을 받아들이고 애도해야 해요. 혼자 나에게 맞는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읽거나, 영상으로 찍고 보고 들으며 해볼 수도 있고요. 친밀하고 안전한 관계에서 사연과 감정을 털어놓고 수용 받으며 해볼 수도 있어요. 그렇게 묵은 감정들을 조금씩 털어내다 보면, 점점 새로운 자극의 양에 가깝게 느끼고 표현하고 흘려보낼 수 있게 돼요.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내 감정과 몸을 섬세하게 돌보며, 소소한 기쁨들과 다정한 순간들을 발견하고 경험하며 오늘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어요.

“뻔한 이야기죠.” 제 글에 가끔 달리는 말이에요. 그 뻔한 게 어찌나 어려운지 우리의 마음이, 우리의 삶이 이토록 요동치는지 저도 모르겠어요. 다만 상처받는 마음은 열린 마음이고, 사랑이 많은 사람이 내어준 마음도 커서 깊이 상처받는다고 전 믿어요. 그 상처가 아물고 새살이 돋으며 더욱 깊고 단단한 사람이 되어가는 거라고요. 로그아웃, 혹시 다음에 폭발하듯 감정이 밀려오면 안전하고 편안한 곳에서 엉엉 울어볼래요? 가슴이 답답하면 이불 속에서 소리도 지르고요. 온갖 불안과 설움, 분노와 슬픔, 외로움 등 참지 말고 마지막 한 방울의 감정까지 표현해 보세요. 온몸에 힘이 다 빠지고, 손발이 저릿하고, 머리가 멍하게요. 그리고 웅크린 나를 두 팔로, 마음으로 꼭 안아주세요. ‘더 이상 참거나 피하지 않아도 돼. 내가 다 받아줄게. 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어. 고마워. 충분히 잘했어. 너무 아프지. 많이 아쉽지. 애썼어…’ 로그아웃의 마음이 듣고 싶은 말도 조근조근 해주세요. 따듯한 매트나, 욕조로 몸을 덥혀도 좋고요. 말없이 오래 안아줄 누군가에게 안아달라고 부탁해도 좋아요. 여러 번 반복하며 로그아웃에게 꼭 맞는 방법을 찾아가길 바라요. 오늘은 제 감정도 엉망이라 다소 정리되지 않은, 그만큼 생생한 제 이야기가 로그아웃에게 작은 힌트가 되길 바랄게요. 로그아웃의 평안과 건승을 빌어요. 저도 제 마음 돌보러 갈게요. 그럼 안녕히.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밑미 메이트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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