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느끼는 에디님의 고민

에디님의 고민
누군가 저에게 호의를 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합니다. 곡 연애 감정만을 말하는 건 아니고, 무조건적인 사랑의 대표 예시라고 볼 수 있는 어머니의 사랑 또한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어머니가 저에게 트라우마로 남을 만한 언행을 하셨거나 한 건 아닙니다. 그저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이런 사람이 되어 있네요.
이유를 모르겠으니 더 답답하지만 확실한 건 저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것 같습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저에게 안부를 물어도 형식적인 질문으로만 느껴지고, 관심이 있어 묻는 것 같지 않습니다. 주변 사람들도 그저 함께 한 시간이 아깝거나 습관적으로 혹은 의리로 제 옆에 남아주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을 믿지 못합니다.
친구가 보고 싶어도 혹시 저와 함께하는 시간이 낭비라고 생각하거나 억지로 불러내는 걸까 봐 먼저 만나자는 말을 못 꺼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에도 저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갈수록 실망할까 봐 무섭습니다. 사람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실망시키는 것이 견딜 수가 없습니다. 이런 생각이 계속 커져서 사람들과 만나는 것, 관계를 이어 나가는 것 자체를 피해버리게 될까 봐 두렵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님의 답변
'다른 이에게는 말 할 수 있다. 빛나고 있다고. 진심이다. 빛이 난다. 아무리 오랜 절망에, 지겹게 반복되는 실수와 잘못에, 끝까지 날카로워진 자기 비난에 지친 사람에게도. 꼭꼭 숨은 빛, 잃을 수 없는 빛이 있다. 그와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그가 쓴 글을 조용히 읽고 있으면, 알 수 있다. 두꺼운 상처의 아주 작은 틈으로 새어 나오는 실금 같은 빛에 눈물이 차오른다. 먹먹한 가슴으로 마음의 손을 내밀어 가만히 그 빛을 쓰다듬어 본다. 손끝에 닿는 빛의 가장자리가 연약하지만 따듯하다. 소리 없는 웃음이 날 만큼 슬프고 아름답다. 이 만남이 고맙다. 당신 안에 빛이 있음이 내 안의 빛에 대한 믿음이 된다. 만져지지도,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순간에도 빛이 있다. 내 안에 있다. 다행스럽게도 감사하게도 벅차게도. 속절없이 무너지고 한없이 가라앉고 끝없이 위태로운 내 안에도 누군가 바라봐주고 믿어주는 빛이 있다. 그러므로 나는, 빛나고 있다.'
안녕하세요. 에디님. 밑미 심리 카운슬러 슝슝입니다. 시작하며 인용한 글은 제가 리추얼 ‘나를 껴안는 글쓰기’를 진행하며 썼던 글이에요. 에디님처럼 저도 그럴 때가 있거든요. 내가 저지른 잘못이 너무 후회스럽고, 취소할 수 없는 나 자신의 선택들의 결과인 지금의 내가 너무나 혐오스러운 시간들이 있거든요.
이십 대에는 그런 나 자신을 벌주고 싶어서, 며칠을 굶기기도 했어요. 빈속에 위액이 나오고 장이 뒤틀려 심한 복통에 자취방에 옆으로 웅크리고 누워 밤마다 울었어요. 죽기는 무서웠고요. 그런데 삼십 대를 지나면서도 더 큰 실수도, 잘못도 하면서 살아버렸어요. 점점 체력이 안 좋아지기도 했지만, 스스로에 대해 조금 더 너그러워지기로 하면서 과거만큼은 제 자신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어요.
제 얘기만 했죠. 에디님의 다른 이의 호의를 믿지 못하는 마음과 내가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는 믿음에 제 안의 오랜 감정들이 올라와 슬프네요. 제 감정에 취한 이유라도 좋으니, 에디님을 꼭 안고 한참을 같이 울고 싶어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주책맞게 눈물이 나네요. 점심시간이라 사무실에 다른 직원들이 없어서 다행이에요.
에디님, 스스로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하셨지만, 혹시 좋아하는 사람, 고마운 사람, 사랑하는 사람은 있으세요? 혹은 있으셨어요?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이름들을 적어보세요. 이해가 안 되더라도요. 어머니를 포함해서, 선생님, 친구들이 있을 것 같아요. 어쨌든 나에게 다가와 함께한 미안하고 고마운 사람들이요. 그 사람들은 사랑받을 자격이 있을까요?
전 가끔 완벽한 사람은 없다, 누구나 실수나 잘못을 한다는 말로 부족한 것 같다고 생각해요. 겉으로 보여주는 모습 말고, 자기 속의 온갖 비밀들을 다 꺼내놓아도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무도 없지 않을까요? 그리고 내 자신이야말로 나의 모든 추악한 모습들까지 다 알고 있는 사람인데, 그런 나를 사랑할 자격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매우 드물지 않을까요?
다시 제 이야기를 할게요. 저는 저를 사랑합니다. 정말이에요. 여전히 못나고, 밉고, 어리석고, 뚱뚱하고, 아프고, 찌질한 구석이 너무너무 많지만, 그런 저를 저는 좋아해요. 솔직히 말하자면 그러려고 노력해요. 이런 주인 만나서 고생하는 제 몸과 마음이 불쌍하고 미안해서요. 그래도 견뎌주고 이만큼 살아주어서 고마워서요. 그래서 말로 하고, 글로 쓰고, 시간을 들이고, 돈을 써서 저 자신에게 상을 챙겨줘요. 제가 뭘 좋아하는지 잘 아니까요. 에디님도 한 번 해보세요.
근데 그것도 힘들 때는, 그리고 어떻게 하는지 몰라 잘 안되신다면, 많은 상처를 주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해요. 그리고 지금의 엉망진창인 나인데도 불구하고 내 곁에 있어 주는 사람들을 생각해요. 대부분 같은 사람들이더라고요.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좋은 감정과 추억만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고단한 삶을 함께 살고 있는 존재에 대한 연민으로 사랑하기로 결심한 사람들이요.
에디님, 스스로를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 생각하고, 다른 이의 마음을 믿지 못하고, 실망시킬까봐 너무 무서운 에디님. 에디님은 그만큼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절실한 사람이에요. 그 마음이 정말 귀하고 예뻐요. 이건 에디님이 한 어떤 잘못한 행동과 생각에도 불구하고 사실이에요. 그러니 이미 에디님 곁에 있는 사람들 중, 가장 편하고 친밀하고 안전한 분과 그 마음을 나눠보세요. 더 안전한 사람을 찾는다면 연습 상대로 심리상담사도 좋고요.
그리고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긍정적인 것뿐 아니라 온갖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나누어도 더욱 서로 연민과 응원으로, 사랑으로 더욱 이해하고 친밀해지는 경험을 쌓아가시길 바라요. 답변이 너무 길어지고 있지만, 에디님의 남은 삶의 이야기가 조금씩 더 평화롭기를 바라는 마음에 제가 쓴 글 하나 더 붙이며, 이 답변글을 마무리합니다. 고민글 답변하며, 제 마음을 더 다질 수 있어서 좋았어요. 감사해요.
'내가 마음에 드는 날이 있다. 아주 드물게. 별로라고 느끼는 날은 좀 더 많고, 한심한 날이 더 많다. 가끔은 정말 밉고, 역겹고,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내가 나를 이렇게도 싫어하는데, 이해가 안 되게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 힘껏 밀어내면 저만치서 기다리고, 실수해서 혼날까 봐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슬쩍 올려다보면 괜찮다고 그래도 이만큼은 잘했다고 말하고, 뭔가 좀 잘 풀려 깜박 들떠서 우쭐대다 화들짝 들킨 마음에 돌아봐도 엄지를 들고 있다가 눈을 마주치면 박수를 친다. 못난 외모와 못된 버릇들까지 나만의 매력으로 봐준다. 끝까지 믿지 못하고 도대체 나한테 바라는 게 뭐냐고 다그쳐도 "내가 보기에 너는 참 좋은 사람, 근사하고 매력적인 사람이야. 부탁이 있는데 너도 나처럼 너를 그렇게 보면 좋겠다. 아니어도 되고 그냥 내 바람이니까."라며 싱긋 웃는다. 머리나 취향 중에 하나는 이상한 게 분명하다. 어쩌면 둘 다. 아니면 아픈 앤가. 그래도 좋다. 너를 찾지 못했으면, 만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아득하다. 생각난 김에 화살기도를 쏜다.
앞으로의 삶에서 우리가 굳세고 편안하기를. 남은 삶의 길에서 서로를 잃어버리지 않기를. 끝내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기를.'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