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일하는 보람을 느끼고 싶은 콩가루님의 고민

콩가루님의 고민
무엇이든 쉽게 질려서 한 가지 일을 오래 하는 게 어렵습니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다 보니 경제적인 문제에 부딪히기도 했고 이 일을 잘 못 한다는 생각이 들어 정규직으로 옮겨 일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경제적 여유로 편안했는데 1년이 지나니 일이 익숙해지고, 기대했던 일의 모양이 아니라서 금방 질려서 그만두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듭니다. 늘 이렇게 금방 포기하다 보니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떨어지고 나는 인내력이 꽝이고 꾸준히 못 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낙인찍어버리게 됩니다. 뭘 하든 꾸준히 하기 힘든 제가, 어떻게 하면 일에 보람을 느끼며 오래 일할 수 있을까요?

심리 카운슬러 신지윤 님의 답변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소설의 제목을 보고 무릎을 '탁' 쳤던 기억이 납니다. 현대 사회의 일의 속성을 어떻게 저렇게 쉬운 언어로 통찰력 있게 표현했을까, 하구요. 그렇죠. 어른에게 이렇게 다양한 기쁨과 슬픔, 절망과 보람을 동시에 주는 것이 일 말고 또 있을까요. 그러니 가장 먼저 콩가루님께 드리고 싶은 말은, 일에서 이리도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콩가루님만의 일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콩가루님이 주신 고민 사연을 찬찬히 읽어 보니 몇 가지 복합적인 마음들이 섞여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처음 프리랜서 일을 그만 두셨을 때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내가 이 일을 잘 한다는 느낌, 즉 효능감을 느끼기 어려우셨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정규직으로 근무 형태를 바꾸신 후 경제적인 안정감은 어느 정도 가지셨지만 이번엔 콩가루님이 기대하셨던 일의 모양이 아닌 것에 어려움을 다시 느끼신 것 같구요.
자, 이제 콩가루님께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콩가루님에게 ‘일하는 나’는 어떤 모습인가요. 일을 통해 콩가루님은 어떤 사람이 될 거라 기대하시나요? 일은 콩가루님께 어떤 것을 가져다줄까요? 사람마다 일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는 모두 다릅니다. 콩가루님이 원하시는 일을 통한 콩가루님의 원하는 바를 먼저 명료하게 하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떤 사람은 경제적 안정이 올 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고, 또 어떤 사람은 내가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을 실현할 때 비로소 나다움을 느낍니다. 누군가에게는 잘하는 일을 통해 인정받는 것이 일하는 이유일 수 있습니다. 이것들이 바로 직업 선택에서 보상, 가치, 흥미, 적성이라고 부르는 것들이죠. 콩가루님께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두 번째 드리고 싶은 질문입니다. 콩가루님이 원하는 상태가 있을 때 그것에 도달하는 과정을 어떻게 경험하시나요? 누군가 수학 100점을 받는 것이 목표인데 현재 점수는 60점이고 당장 2주 뒤가 시험이라면, 일단 가능한 부분을 공략하여 75점 정도를 목표로 잡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가 될 것입니다. 그 성취 경험을 발판삼아 80점, 85점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가겠죠? 그런데 만약 어떤 사람이 100점이 아니면 아무 의미가 없고 자신은 75점, 80점인 상태는 견딜 수가 없어서 시험을 포기한다면 아마 그 사람에게 100점은 더욱 먼 꿈이 되어버릴 것입니다. 이상적인 목표로 가는 현실적인 과정을 견디기 힘들어 시도하지 않는 모습을 우리는 ‘완벽주의’라고 부릅니다. 콩가루님께서 스스로가 쉽게 질려 한다고 말씀하신 부분에서, 이런 완벽주의 마음이 있는 건 아닌지 조심스레 짐작해봅니다.
일을 통해 이루고 싶은 나의 모습은 크고 아름답지만 그것에 다가가는 우리의 삶은 참 초라하고 힘들 때가 많지요. 대부분의 우리의 삶은 그렇습니다. 내 생각과 달리 멋지지도, 잘 하지도 않는 내 모습을 품어주기 어려운 순간에 콩가루님은 이 일이 ‘재미없다’, ‘내 기대와 다르다’, ‘잘 할 자신이 없다’라는 말로 그 순간에서 물러섰던 것은 아니었는지 질문드려 봅니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우리는 스스로를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라고 낙인찍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콩가루님의 마지막 질문, 어떻게 하면 보람을 느끼고 오래 일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저의 대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보람은 생각보다 쉽게 오지 않고, 그래서 보람을 느껴야 오래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우리의 소망일 수 있습니다. 개인의 적성과 흥미, 가치를 신중하게 고려해서 어떤 일을 결정하셨다면 그 일을 통한 콩가루님의 모습을 그려보세요. 그 후에 우리에겐 그저 버티는 일만이 남아 있습니다. 보람은, 완성된 나의 모습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린 나의 모습에 어제보다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나의 모습, 그리고 완벽하지 않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버텨낸 나의 오늘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과정이 생각만큼 멋지지 않을 수 있지만 괜찮습니다. 어느 순간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뿌리내리고 싹을 틔우고 콩가루님만의 꽃을 피워내게 될 테니까요. 뿌리내린 자신을 너무 자주 옮기지 말고 사랑으로 물을 주고 바라봐 주세요. 저 또한 콩가루님을 저의 자리에서 응원하겠습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