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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고민 상담소2022.08.10 · 읽는 데 3

개복치 같아서 성격 때문에 고민인 버섯님

버섯님의 고민

개복치 같은 성격 때문에 고민입니다. 평소 걱정도 많고, 몸도 멘탈도 약한 편이라 조금만 무리하거나 상처를 받으면 동굴로 숨게 됩니다. 그래서 유독 직장생활도 힘이 듭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회사에 가기 싫어서 병가를 낸 적도 많습니다. 책임감은 있어서 일을 시작하면 어떻게 해서든 끝을 내고, 일을 미루는 편도 아닌데, 왜 이렇게 출근해서 일하는 게 괴로운 걸까요?

심리 카운슬러 최창석님의 답변

버섯님. 저도 그렇습니다. 겁도 많고, 감정 기복도 심하고 체력도 약해서 사회 생활에서 어떤 역할을 꾸준히 해낸다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과거형이 아니라 나이 사십인 지금도요. 인사가 늦었네요. 반갑습니다. 밑미에서 리추얼 ‘나를 껴안는 글쓰기’를 진행하고 있는 심리카운슬러 슝슝입니다.

요즘도 종종 ‘아, 한 달에 백오십만원만 벌고, 나머지는 그저 혼자 편하게 소소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최소한 월 400만원을 벌어야 하는 십대 아이 둘을 둔 외벌이 아빠의 삶이라는 현실을 삽니다. 어린 시절부터 힘들었던 빡빡한 상하관계를 피해 선택한 심리상담사라는 직업도 여러 사회생활이 필요한, 심지어 관계를 잘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일이더군요. 어떻게든 해내며 살고 있는 건 버섯님도 말씀하신 그 ‘책임감’인 것 같습니다. 제게는 아이들인 셈인데요. 제가 버섯님께 드리고 싶은 첫째 질문입니다. 버섯님의 괴로움을 견디며 현재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외부적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마 버섯님도 저처럼 사회화가 잘 된(훈련이 잘 된) ‘개복치’인가 봅니다. 그래도 밖으로는 티 안내며 보통 사람처럼 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버섯님은 직장생활이라는 난관에 부딪혀 아슬아슬한 듯도 보입니다. 아침에 내는 당일 병가는 특히 불성실한 근무태도로 의심 받기 쉬운 위험한 선택이잖아요. 저도 직장생활이 힘들어 여러 번 이직을 했습니다. 점점 업무 강도가 낮고, 자율성이 높고, 연봉이 낮은 직장으로요(피할 수 없더군요). 제 기준으로 헬 난이도인 직장에서 버티다 지쳐 죽기 보다 난이도가 낮은 직장으로 도망쳐서 살아남으려고요. 주위 사람들도 가족들도 이해를 못했지만, 제가 계속할 수 없을 거라는 것을 저만은 알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주 4일 출근하는 지금의 직장에 만 4년을 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버섯님께 드리고 싶은 둘째 질문입니다. 버섯님의 현재는 지속 가능한가요? 누구도 아닌 버섯님의 판단으로요.

계속 하긴 힘들 것 같아도 당장 퇴사, 이직이 힘들거나, 혹은 그래도 일이나 사람, 연봉 등 여러 가지 조건이 괜찮아서 계속 지금의 회사에 있어야 할 가능성이 아주 높으실 것 같습니다. 그러면 셋째, 잘 버티기 위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제게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많이 하자’ 였어요. 남들이 회사에서 인정 받기 위해, 더 좋은 대우를 받기 위해 하는 박사 공부, 상위 자격증 취득 등을 포기했어요. 지금도 죽겠는데 그것까지는 못하겠더라고요.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애 취급 받으며 우쿨렐레, 칼림바를 모으기도 하고, 보드게임들을 수백 개씩 사기도 하고, 글쓰기나 타로 수업도 가고, 이 모든 것 보다 더 많은 돈을 책을 사고 읽는데 쓰면서 삽니다. 네, 돈이 안 모여요. 하지만 좀 즐거운 개복치로 살고 있습니다. 가끔은 감사한 마음도 들어요. 때때로 땅굴을 파고 들어가는 시간은 꼭 필요하지만요. 버섯님에게도 현재를 살만하게 할 내부적인 이유를 꼭 찾으시길, 자신을 위해 기꺼이 돈과 시간을 들이시길 부탁합니다.

막막하고 답답한 마음에 한 고민글에 답변이 상황을 극복하는 법, 성격을 바꾸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죄송합니다. 덧붙인 제 이야기를 들으며 난 그 정도는 아니야 싶으시다면 더 좋습니다. 버섯님은 개복치 보다 사람에 가깝습니다. 지금의 마음도 무뎌져 가고 인간 사회에 점점 적응해 옛날엔 그랬었지 하실 겁니다. 하지만 읽을수록 내 이야기 같다면, 환영합니다. 동료 개복치 버섯님. 인간 사회에서 당신이 겪은 노고와 헤쳐나가야 할 일들에 대해 진심으로 위로와 건투를 빕니다. 험난한 세상이지만 그래도 종종 소소한 기쁨들과 감사한 인연들이 있습니다. 저도 버섯님의 굳세고 편안한 삶을 기원하겠습니다. 부디 안녕하시길.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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