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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고민 상담소2023.07.23 · 읽는 데 3

소중한 사람을 위로하고 싶은 느린 님의 고민

느린님의 고민

“힘든 시기를 보내는 그를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요?”

3년 가까이 만난 소중한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작년 겨울 남자친구에게 직장 관련 안 좋은 사건이 생겼고, 이 과정에서 마음이 많이 다치고 분노와 억울함에 휩싸여 삶을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의 어려운 시기를 보냈습니다. 남자친구의 상처가 회복되기를 바라며, 무거움과 우울에 잠식되지 않도록 곁에 있어 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아주 느리지만 시간의 힘을 믿었고, 그는 병원도 다니며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안심하고 있던 차에 남자친구가 정말 안 좋은 생각까지 했었고, 최근에도 불쑥 삶을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에 종종 잠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과거의 저도 그런 생각에 잠식되어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시간이 있었고, 버텨내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는 걸 경험했기에, 요란스럽고 과하지 않게 남자친구의 일상을 가까이 지켜봐 주며, 소소한 행복과 기대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걸로 정말 충분한지 모르겠습니다. 어려운 그 시기가 감히 어떤 마음인지 알기에, 그저 믿고 옆에서 기다려 주는 것 외 도저히 생각나는 것이 없지만, 이러다가 남자친구를 혹여나 잃는 건 아닌지, 저의 알량한 과거 경험만 믿고 더 도움이 될 다른 방법이 있는데 제가 모르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깊이 힘들어하는 남자친구가 어두운 마음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게,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서 남자친구에게 도움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

“그가 손 내밀 때 잘 잡아줄 수 있도록, 느린의 삶 또한 잘 보살펴 주세요 ”

안녕하세요, 느린. 밑미 심리카운슬러 슝슝입니다.

느린의 소중한 연인이 우울증을 앓고 있나 봐요. 작년 겨울부터라면 벌써 반년이 넘어가고 있네요. 그분도 인생의 가장 어두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그의 곁을 지키고 있는 느린에게도 길고 어려운 시간들이었을 것 같아요.

느린의 고민 글을 읽으며, 과하지 않게 가까이에서 약 복용이나 일상을 챙겨봐 주고, 함께해 주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더 자세히 알고 싶기도 합니다. 보통 일주일이라는 사이클에서 우리의 일상이 반복된다면, 어떤 평일을 보내고 있나요. 주말은 또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요. 혹시 기록해 보고 있나요? 연인은 스스로 할 힘이 없거나, 느린이 캐묻는 느낌이라 확인하기 어렵다면, 느린이 짐작 가능한 만큼이라도 기록해 보세요. 정확하지는 않아도 상황이 나아지고 있는지, 그대로 유지되는지, 나빠지고 있는지 등을 알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이 고민 글의 주인공은 느린이에요. 위에 적은 ‘일주일 단위의 기록 쌓아가기’는 사실 느린을 위한 거예요. 지금처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너무 힘들어하는 때라면, 느린의 신체와 마음의 건강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반대로 비교 대상이 늘 힘든 그라서 나를 섬세하게 살피기보다는 ‘그래도 그 사람보다는 낫잖아’, ‘그는 더 힘들 텐데’ 등의 생각에 소홀해지기 쉽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럴수록 느린은 굳세고 편안하셔야 해요. 그와 함께 혹은 따로 즐거운 순간들도 있어야 하고요. 느린이 잘 지내지 못하면, 그가 유난히 수렁으로 가라앉는 날 어떻게 느린에게 손을 내밀겠어요. 그가 안심하고 손을 내밀 수 있게, 그 손을 잡고도 넉넉히 그의 우울의 무게를 버텨낼 수 있게, 그 시간 후에도 미안하다고 말하는 그에게 진심으로 괜찮다고 너의 회복을 잘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 줄 수 있게요. 꼭 느린의 삶을 기록하며 몸과 마음을 살피고, 건강한 삶을 위한 행동을 챙겨서 해야 해요. 고통스러운 이만큼 그의 곁을 지키는 사람도 힘들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걸로 정말 충분한 건지’ 물으셨지요. 네, 느린의 몫은 충분히 하고 있습니다. 제가 구체적인 느린의 상황과 행동을 모르지만 이 말은 분명하게 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확실해요. 두 사람의 현재니까요.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염려하느라 현재를 살아내고 있는, 가뜩이나 쉽지 않은 시간들이 많을 자신을 부족하다 여기지 않으셨으면 해요. 다만 심리상담사든, 가족이든, 친밀한 지인이든 의지할 수 있는 곁을 늘려갈 수 있기를 바라요.

사회학자 엄기호는 그의 책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에서 ‘곁에게도 곁이 필요하다’고 말해요. 느린이 연인의 고통을 나눠지는 것처럼, 그의 고통을 나눠질 다른 이들도 필요하고, 느린의 고통을 나눠질 이들도 필요해요. (엄기호 인터뷰 “2인칭 서사 ‘곁’이 필요하다”)

사랑하는 이의 고통에 기꺼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사람, 느린이 지금의 시간을 통해 자신 안의 사랑을 더욱 발견하길 바라요. 그가 힘든 시기에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내려놓고 아이처럼 그대로 사랑받는 시간을 감사히 누리길 바라요. 그리고 두 사람을 사랑하고 염려하는 가까운 이들에게도 두 사람을 도우며 사랑하는 존재로서의 자신을 발견할 기회를 주길 바라고요. 그를 우울로부터 지켜야 하는 게 아니라, 고통의 가장 가까이에서 맞서 싸우고 있는 그를 느린과 다른 이들이 돕고 있음을 그와 느린과 함께 하는 모든 분들이 알게 되기를 바라요.

이 고통의 끝이 언제일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사랑으로 이 시기를 잘 통과하기를 진심으로 바라요. 평안을 바라요.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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