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우선순위가 혼란스런 사춘기님의 고민

사춘기님의 고민
인생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운 20대 후반입니다. 5년 차가 되고 후배가 생기고 업무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번아웃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계속된 야근으로 건강도 망가지고 있어서 내가 이렇게까지 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현타가 옵니다.
올 초에도 번아웃이 와서 다 버리고 호주로 워홀을 갈까 생각했지만 번아웃을 극복하며 그 마음이 식었는데, 요즘 다시 번아웃이 오니 워홀에 대한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그런데 이 마음이 진짜 가고 싶은 마음인지 도피성/회피성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가서 무엇을 할 것이라는 구체적 계획 없이 그냥 해외 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이거든요.
우선순위 없이 이끌려다니기만 하는 인생 속에서 저는 어떻게 저만의 기준을 세우고 제가 만든 방향성 속에서 추진력 있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나이에 대한 강박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30살이 가까워지니 무의식에 숨어있던 나이 강박이 커져서 더더욱 혼란스럽습니다.
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
“새로운 결심과 열심 전에 충분한 휴식과 회복, 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반가워요, 사춘기. 슝슝입니다.
서른이 다가오는 나이에, 사회생활 오 년 차, 사회생활 초기에도 올해 초에도 지금도 일에 대해 회의감과 지침으로 혼란을 겪고 있네요. 최근에는 야근 등 업무 강도가 높아 건강도 나빠지고 있고요.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고 싶은 마음도 들고요. 사춘기도 고민 글을 적으면서 느꼈을 것 같아요. 저도 글을 여러 번 읽으며 정리하면서 나 같아도 벗어나고 싶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도 사춘기는 힘들고 피하고 싶은 시간들 속에서도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인생을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추진력 있게 실행하는 사람이 되는 방법을 묻고 있네요.
번아웃은 왜 올까요? 빨리 결심하고, 열심히 일하고, 힘들어도 극복하고, 지쳐도 다시 결심하고, 혼란스러워도 참고 다시 결심하고 또 열심히 일하니까요. 제게는 일이 너무 즐겁고, 출근이 기다려지는 기적을 경험한 1년이 있는데요. 과거에도 심리상담 일이 좋긴 했지만 이렇게나 신난 적이 없어서 저도 놀라서 이유를 찾아보았어요. 정답은 근무일이었어요. 저는 그때 일주일에 이틀 반만 딱 출근했었거든요. 행복했었습니다. 또르륵.
사춘기의 결심과 열심, 인내의 반복이 만들어 낸 결과가 사춘기의 지금입니다. 인정받고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높을수록, 노력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능력이 있을수록 더욱 열심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 압박도 있었겠지요. 사춘기가 말하는 새로운 결심과 열심 전에 충분한 휴식과 회복, 나라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극복하고(사실은 그냥 참고), 또 달리다가 지치겠지요. 차곡차곡 과거에 참았던 것들도 더해질 테니 현타도 번아웃도 심해지겠지요. 끝내주게 대단한 성공을 거둔 사람이 아주 극단적이고 심한 번아웃에 빠지는 이유입니다.
사춘기는 자신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나요? 무엇을 좋아하고, 얼만큼 집중했을 때 효율이 가장 잘나고, 어느 정도 혼자만의 편안한 시간을 보내면 만족스럽고, 어떤 사람과 어떤 활동을 하는 것을 원하나요? 또 어떨 때 외롭고, 슬프고, 힘든가요? 유난히 어려워하는 사람, 활동, 상황이 있나요? 어떤 주말을 보내고 싶나요? 십 년 후쯤에는 어떻게 살고 있으면 좋겠나요? 사춘기라는 사람을 혈연, 학력과 직업 등의 사회적인 역할들을 빼고 소개한다면 어떻게 시작하고 싶나요? 일이 많아 야근할 때 즐겁고 힘이 나는 경우는 어떤 경우인가요? 일주일 중에 며칠은 일찍 집에 가고 싶나요? 후배에게, 회사에 기대하고 있는 바는 무엇인가요? 사춘기는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나요? 이 질문들은 예시일 뿐이지만, 지금의 사춘기는 나를 가만히 오래 살펴보고, 질문하고, 하나하나 대답해 보는 시간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아요.
왜 호주인가요? 왜 워홀인가요? 긴 학창 시절 보내고, 사회생활 오 년 더해 삼십 년 살아왔는데, 남은 인생 오십 년 후반전을 위한 휴식과 정리의 하프 타임이 필요함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렇다면 달리기를 멈추세요. 호주에 가든 말든 회사 그만둬도 됩니다. 사춘기의 가족력, 성장 이력을 저는 모르지만 정신없이 쫓기는 삶에, 지치고 혼란스러운 시간들 속에 사춘기가 원하는 것이 있나요? 없다면, 못 찾겠다면 벗어나도 됩니다. 어떤 일은 피해야 삽니다. 남 부러운 직장과 삶에도 내가 불행하다면 누구를 위한 성공인가요?
사춘기의 삶에는 성공과 열심과 인내와 성장 외에도, 사춘기를 위한 다양한 길이 있을 수 있음을 꼭 알려드리고 싶어요. 열심과 성공과 성장의 반대편 같아 보이는, 포기와 실패와 휴식도 살면서 경험할 수 있는 귀한 배움의 시간입니다. 사춘기에게 하나의 길이 아닌 다양한 길을 허락해 주세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나를 잘 데리고 살아줄 거라고. 네 선택을 믿고 네 편이 되어 줄 거라고. 약속해 주세요. 사춘기의 몸과 마음과 오늘이 굳세고 편안하기를 바랍니다. 그럼 안녕히.
추신: 잘 쉬고 놀고 회복한 하프 타임 후 맞이하는 후반전은 전반전보다 더 잘 뛸 수 있지 않을까요? 사춘기의 고민글 속의 질문에 대한 제 대답입니다. 응원을 보내요~!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