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았는데도 불안하고 허덕이는 행복이 뭘까의 고민

행복이뭘까의 고민
“열심히 사는 데 계속 허덕이는 것 같아요…”
저는 30대 중후반의 미혼 여성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마음이 점점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주변 친구들은 하나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서울에 집을 사고, 가정을 이루며 안정된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데,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저만 뒤처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많이 힘듭니다.
특히 최근에 큰 현타가 왔던 일이 있습니다. 제 친구 중 한 명은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한 편도 아니었고, 대학교도 자퇴했습니다. 연애도 복잡했고, 남자 문제로 바람을 피운 적도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미용을 배우면서 돈을 벌면 여행을 가고, 또 돈을 벌면 여행을 가는 식으로 자유롭게 살았습니다. 예전에는 그 친구를 보며 “저렇게 미래 준비 없이 살아도 괜찮을까?” “지금은 즐거워도 나중에 힘들어지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미국에서 사업하는 분을 만나 해외로 가서 결혼을 했고, 지금은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고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며 살고 있습니다. 남편이 어학비, 여행비, 생활비까지 지원해 준다고 하니 그 삶이 너무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참 씁쓸했습니다.
반면 저는 회사에 다니면서도 5년 동안 외주와 부업을 병행했습니다. 주말에도 일하고, 평일에도 퇴근 후에 또 일했습니다. 거의 잠자는 시간 빼고는 계속 일을 하며 살아온 것 같습니다. 여행 가는 돈도 아껴가며, 언젠가 아파트를 사기 위해 돈을 차곡차곡 모아왔습니다. 그런데 아파트값은 계속 오르기만 하고,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제 삶은 늘 허덕이는 느낌입니다. 그러다 보니 문득 “이렇게 열심히 사는 게 맞는 걸까?” “결국 인생은 노력보다 팔자인 걸까?” “성실하게 살아도 원하는 삶에 닿지 못한다면, 나는 뭘 위해 이렇게 버텨온 걸까?”와 같은 생각이 듭니다.
물론 친구의 삶을 함부로 판단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람마다 보이지 않는 사정이 있을 테고, 겉으로 보이는 삶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압니다.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이 무너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누군가는 자유롭게 살다가 좋은 사람을 만나 풍족하고 편안한 삶을 살고, 저는 매일을 성실하게 일하며 미래를 준비해 왔는데도 여전히 불안합니다. 그런 현실을 마주할 때마다 인생이 참 불공평하게 느껴지고, 허무한 마음이 듭니다. 지금까지 제가 잘못 살아온 건 아닌지, 앞으로도 이렇게 버티기만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열심히 살아도 계속 불안하고 허덕이는 제게, 진심 어린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밑미 메이트 박아름송이의 답변
“놓친 것들보다, 지금까지 성실하게 살아오며 얻어낸 것들을 한 번 더 바라봐 주세요.”
안녕하세요, 행복이 뭘까님. 편지 잘 읽었습니다.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일을 하며 미래를 준비해 오셨다고 했지요. 그렇게 열심히 살아왔는데도 여전히 허덕이는 것 같고, 나보다 치열하지 않게 살아온 것처럼 보였던 친구는 어느새 여유롭고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도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저는 행복이 뭘까님이 단순히 친구를 부러워하고 있는 게 아니라, ‘나는 이렇게까지 애썼는데 왜 아직도 불안할까?’라는 질문 앞에 멈춰버린 것처럼 느껴졌답니다. 여기서 저는 행복이 뭘까님께 되묻고 싶어요. 진짜 '원하는 답'은 무엇인가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서울에 집을 사고,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는 삶이 행복이 뭘까님이 정말 원하는 답인가요? 아니면 사회가 말하는 정답에 가까운 모습인가요? 혹은 주변 사람들이 향해 가고 있는 목적지를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내 목표처럼 받아들이게 된 것은 아닌가요? 불편하게 느껴질지라도 이 질문은 꼭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출제자가 누구인지 모른 채 시험을 보고 있다면,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진짜 원하는 답에 도착하기 어려울 테니까요.
행복이 뭘까님의 고민을 읽으며 저 역시 요즘 자주 하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바로 FOMO(Fear of Missing Out), 놓치거나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관한 것이에요. 10대에는 외모와 친구 관계, 20대에는 취업과 연봉, 30대에는 결혼과 주식, 재테크 같은 것들이 우리를 흔들곤 하잖아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을 비교 대상으로 삼고, 어느새 스스로를 평가하게 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제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었어요. 불안을 느낀다는 사실이 곧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증거는 아니라는 거예요.
오히려 그 불안은 내 안에 중요한 욕구가 있다는 신호에 가까운 것 같아요. 더 잘 살고 싶고, 원하는 삶에 닿고 싶고, 뒤처지고 싶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인 거죠. 사실 이것은 불안하다는 감정일 뿐 진짜 문제는 아니에요. 진짜 문제는 그 불안이 커질수록 현재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어려워진다는 데 있는 것이죠.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놓친 것만 셈하게 되거든요.
누군가 결혼했고, 집을 샀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만 집중해 바라보면 정작 내가 해낸 것들은 너무 당연하게 지나쳐 버립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한 적도 없고, 같은 결승선을 향해 달리는 사람들도 아니잖아요. 삶은 생각보다 훨씬 우연적이고, 불규칙하고,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일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비교가 시작될 때마다 ‘내가 놓친 것은 무엇인가’보다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를 떠올려보려고 해요. '소소 이룸 리스트'를 적어보곤 하면서요.
‘소소 이룸’이란 예를 들면 이런 것들입니다.
하반기에 하고 싶은 것들을 떠올렸다. (과연 할 수 있을까?)
이 정도의 것들이요. 너무 작고 사소해 보이지만, 사실 우리는 매일 많은 것들을 해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행복이 뭘까님도 마찬가지예요. 본업을 하면서도 외주와 부업까지 꾸준히 이어오셨거나,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어떤 목표를 위해 달려오셨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시간들을 '아직 집을 못 샀으니까', '아직 원하는 삶에 도착하지 못했으니까'라는 결과로만 평가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삶은 결과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혹시 그 과정에서 일을 통해 얻었던 성취감은 없었는지, 스스로 대견했던 순간은 없었는지, 내가 지켜낸 것들은 무엇이었는지 한 번쯤 돌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건, 행복이 뭘까님은 오랜 시간 미래를 위해 현재를 아껴 오신 것처럼 보여요. 여행을 미루고, 쉬는 시간을 줄이며 언젠가의 나를 위해 지금의 나를 계속 뒤로 미뤄두었던 거죠. 물론 그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뜻은 아니지만, 사람은 먼 미래만 바라보며 오래 달릴 수는 없기에 숨 고를 틈이 너무나도 필요합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도 삶을 누릴 시간 말이에요. 어쩌면 지금의 허무함은 너무 오랫동안 현재의 행복을 미루며 생긴 피로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앞으로는 미래를 준비하는 것만큼, 오늘의 나도 챙겨보셨으면 좋겠어요. 동시에 이런 질문들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요. 최근 어떤 하루가 가장 만족스러웠는지, 일은 내게 어떤 의미인지, 지금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이미 누리고 있는 행복은 무엇인지 같은 것이요. 숨을 고르며 나부터 잘 살펴보자구요.
덧붙여, 행복이 뭘까님도 이미 말씀해 주셨듯, 친구분의 삶 역시 우리가 아는 것이 전부는 아닐 거예요. 자유롭게 살다가 좋은 사람을 만나 풍족한 삶을 살게 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고민과 불안, 어떤 선택들이 있었는지는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비교는 언제나 불완전한 기반에서 싹을 피우기에, 나를 누군가의 비교 대상으로 두기보다는 내가 어떤 기준으로 나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지가 어지럽게 느껴지는 이 세상에서 균형을 잡는 가장 중요한 태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행복이 뭘까님, 부디 놓친 것들보다, 지금까지 성실하게 살아오며 얻어낸 것들을 한 번 더 바라봐 주세요. 때로는 삶의 만족이 더 많은 것을 갖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발견하는 데서 시작되기도 합니다. 행복이 뭘까님은 지금도 충분히 애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더 열심히 사는 방법이 아니라, 이미 잘 살아온 자신을 인정해 주는 것일 거예요. 언젠가 지금을 돌아보게 된다면, 지금의 허무함조차도 삶의 방향을 다시 점검하게 해준 소중한 신호였다고 말할 수 있기를, 조금 더 단단해진 자신의 모습을 대견하다고 느끼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밑미 메이트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새로운 일을 배우기 위해 시간을 썼다. (비록 이게 내 미래와 연결될지 모르겠지만)
결과를 장담할 수 없지만 지원서를 냈다.
출근하기 싫은 아침을 잘 버텼다.
오늘 해야 할 일을 잘 끝냈다. (도시가스 납부 카드 연결, 점심 필라테스 운동, 군것질 방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