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의 갈림길에서 고민이 되는 도우의 고민

도우의 고민
“커리어의 갈림길에서 고민이 됩니다.”
다시 일을 해야 할지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할지 고민스러워요. 패션이라는 한 분야에만 몰두해서 일을 한 지도 3년이 넘었습니다. 처음엔 설레고 새롭고 직장 생활을 하는 것에 자부심도 있었지만 어느덧 회사에서 일이 잘 안 풀리고 상사의 선이 넘는 행동에 지쳤습니다. 쉰 지는 어느덧 4개월이 넘어가고 있어요. 본가에서 해보고 싶은 것도 하면서 자격증도 준비 중이긴 하나 새로운 길에 뛰어들기는 늦은 것 같고 매번 오래 지속하지 못하는 것 같아 저 자신에 대한 믿음도 많이 부족한 상황이에요. 응원해 주던 친구들과도 연락하지 않고 숨어 지내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면 준비 기간만 2년 정도 걸릴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밑미 메이트 박아름송이의 답변
“지금의 고민하는 시간을 나만의 중심을 다시 찾아가는 과정으로 바라봐 주세요.”
도우님 안녕하세요. 보내주신 편지 잘 읽었습니다.목적지를 어디에 두고 다시 길을 떠나야 할지, 깊은 고민 속에 계신 것 같아요. 짧은 글만으로 도우님의 지난 3년을 모두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오래도록 몰두했던 패션이라는 분야를 떠나고 싶을 만큼 힘든 시간이 있었다는 건 충분히 느껴졌습니다.
우선 먼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도우님의 바운더리가 무너질 정도로 힘든 상황이었다면 퇴사를 선택하고 쉬어가는 시간을 가진 건 정말 잘하신 거예요. 우리는 종종 버티는 걸 미덕처럼 배우지만, 어떤 순간에는 멈추는 선택이 나를 지키는 일이 되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한 가지 눈에 들어오는 건, 쉬는 동안 다시 패션 업계로 돌아갈 준비보다 새로운 길을 고민하고 계신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조심스럽게 이런 질문을 함께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힘들었던 건 ‘회사’였을까요, 아니면 그 시간을 지나며 도우님 내면에서 ‘나는 무엇을 오래 지속하며 살아가고 싶은 사람일까’에 대한 확신 자체가 흔들리고 있었던 걸까요. 저는 이 지점부터 같이 들여다보면 좋겠어요.
먼저 도우님이 보낸 지난 3년을 하나씩 정리해보세요. 힘들었던 순간들, 유난히 뿌듯했던 장면들, 좋아했던 일의 형태, 자주 들었던 말들, 잘 맞았던 동료, 유독 지쳤던 관계들까지요. 적다 보면 처음 어떤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는지, 무엇을 기대했고 어떤 부분에서 점점 소진되었는지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할 거예요. 우리는 종종 새로운 길만 찾으려고 하지만, 사실은 내가 해온 시간을 잘 정리해야 다음 방향도 선명해지더라고요. 그리고 제 노파심일 수도 있지만, 글을 읽으며 한 가지 조금 마음에 남았던 부분이 있었어요. 지난 4개월 동안 해보고 싶은 것들을 하고, 자격증을 준비하며 ‘시작할 준비’는 하고 계셨지만, 아직은 어떤 결론이나 마무리까지 닿지 못한 상태처럼 느껴졌거든요. 어쩌면 도우님 내면에 아직 끝내지 못한 마음이 남아 있지는 않나요?
이 고민이 유독 마음에 와닿았던 건, 저 역시 작년에 아주 비슷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일 거예요. 저는 교재와 교과서 편집 일을 약 10년 정도 해왔는데, 다니던 회사의 정리해고 소식을 듣고 6개월 넘게 이직을 시도하다 지금의 업계로 오게 되었어요. 교육 출판과는 꽤 결이 다른 콘텐츠 유통 업계로요. 처음에는 무작정 익숙한 분야 안에서만 답을 찾으려 했어요. 그런데 계속 실패를 겪으면서, ‘나는 정말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이지?’, ‘나는 어떤 방식으로 일할 때 살아 있는 느낌을 받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 던지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답을 정확히 내리지 못하고 결국 지금의 일을 선택하게 되었지만, 막상 도착하고 나서는 내가 원해서 온 것보다 떠밀려온 것 같다는 생각이 컸어요. 그래서 이직에 성공했는데도 꽤 오랜 시간 우울했던 것 같아요. 물론 지금은 이 경험 안에서 나름의 기쁨과 즐거움을 찾아가고 있지만요.
제 이야기를 길게 드린 이유는 하나예요. 사람은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시간을 오래 끌어안고 살아가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도우님도 패션 업계 자체에 마음이 떠난 건지, 아니면 좋아하지만 다시 돌아갈 용기가 나지 않는 건지, 그 이유를 조금 더 선명하게 들여다보셨으면 좋겠어요. 그 과정이 앞으로의 선택을 훨씬 단단하게 만들어줄 거예요. 결국 도우님의 인생은 도우님이 선택하고, 도우님이 책임져야 하는 삶이니까요.
그리고 제가 읽으며 가장 마음이 아팠던 부분은 ‘새로운 길에 뛰어들기엔 늦은 것 같다’, ‘매번 오래 지속하지 못한 것 같다’라는 도우님의 표현이었어요. 분명 지금은 자신감이 많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시기예요. 하지만 저는 ‘늦었다’는 감각은 아직 우리가 느끼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삶이 늘 곧고 완벽하게 흘러갔다면, 지금까지 겪어온 수많은 흔들림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또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더 많이 남아 있는 우리가, 정말 벌써 ‘늦어버린 사람’이 되어버린 걸까요.
도우님이 저와 비슷한 또래라고 생각하며 말씀드리자면, 성인이 된 뒤 살아온 시간은 이제 겨우 10년 남짓이잖아요. 사회가 만든 평균 속도에 자신을 자꾸 끼워 맞추기보다, 지금의 시간을 나를 더 깊이 이해하는 시기로 바라봐도 괜찮지 않을까요. 어쩌면 지금의 4~5개월은 앞으로의 삶에서 아주 중요한 방향을 만들어주는 시간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만약 충분히 고민한 끝에, 도우님이 정말 원하는 삶의 방향이 조금이라도 선명해진다면 그때는 너무 오래 망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요즘 저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완벽한 확신보다도, 마음 다해 살아보려는 치열함에 더 가깝다는 생각을 자주 하거든요. 정말 가고 싶은 길을 위해 애써본 경험은 결과와 상관없이 결국 사람 안에 남더라고요.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시간은 분명 도우님 안에 단단한 결로 쌓일 거예요. 그래서 지금 무언가를 시작하셨고, 2년이라는 시간을 준비의 시간으로 삼겠다고 다짐하셨다면, 뒤돌아보지 않고 건강하게 몸과 마음을 챙기며 시도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무언가를 시작하고 시도하기에 아직 너무 젊고, 또 충분히 적당한 때에 있으니까요.
다만 꼭 기억하셨으면 하는 건, 그 길이 등 떠밀려 선택한 방향이 아니라 도우님 스스로의 선택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친구들의 속도나 세상의 기준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가는 것. 어쩌면 그게 흔들리는 시기를 지나며 우리가 결국 배워야 하는 태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마세요. 지금의 고민은 길을 잃어버린 시간이 아니라, 도우님만의 중심을 다시 찾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르니까요.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밑미 메이트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