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즐겁지 않은 오랜지님의 고민
오랜지님의 고민
요즘 들어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이 즐겁지 않아요. 처음 만나는 사람들을 비롯한 직장 사람들, 심지어 친구와 가족까지도요. 예전부터 저는 제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듣는 편이었습니다. 비중으로 따지면 9:1 정도인데요, 이런 상황이 계속되니 이제는 대화 자체가 지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예전에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상대의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보면 뿌듯하고 즐거웠는데, 이제 더 이상 그렇지 않아요. 그렇다고 대화를 피할 용기는 없어서 그냥 해오던 대로 반응하며 듣고 있는데, 이런 대화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 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도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어요. 제 이야기하는 걸 그렇게 즐거워하는 성격도 아니고요. 다른 사람과의 대화가 즐거워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님의 답변
안녕하세요. 오랜지님. 밑미 심리카운슬러 슝슝입니다. 누군가와 즐겁게 대화한 지가 얼마나 ‘오랜지’의 오랜지인가요? 하하. 에고, 죄송합니다. 어색한 농담으로 답변을 시작한 건, 오랜지님이 지금의 고민을 조금 가볍게 생각하면 좋겠다 싶어서예요. 진짜. 정말로요.
주로 듣는 편이라니, 동류를 만난 듯해 반갑습니다. 저도 이런저런 이유로 듣는 걸 좋아해서, 심리상담사까지 되었거든요. 하지만 사실은 대화가 즐겁기는커녕 누군가와 같이 있는 것도 싫을 때가 있습니다. 특히 내가 피곤할 때는 제발 좀 아무도 내게 말을 안 걸었으면 좋겠고, 그냥 혼자 있고 싶습니다. 너무 멀리 갔나요?
어쩌면 오랜지님도 듣는 대화에 지쳐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이야기도 한두 번인데, 온갖 이야기를 주로 듣는 세월이 수년이 쌓이면 지겨워지는 것도 당연하고요. 이야기를 따라 감정도 흘러서, 힘든 이야기를 듣고 또 들으면 부정적인 감정까지 같이 짊어지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모든 내향인이 대화를 즐기지 않는 것도 아니고, 오랜지님도 듣는 대화가 편하고 즐거울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아닌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금의 오랜지님이 누군가의 이야기와 감정을 듣고, 담아줄 마음의 여유가 없을 수 있습니다. 나 하나 데리고 사는 게 힘들고 벅차서일 수도 있고, 듣고 이해하고 배려해주기만 하는 관계 패턴에 염증이 나서일 수도 있고, 원하는 것보다 혼자만의 오롯한 시간을 못 가져서일 수도 있고, 이제는 오랜지님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차 올라서 있어서 일수도 있습니다. 아마 여러 이유들이 중첩되어 있겠지요.
오랜지님의 이유에 맞게 실마리를 풀어가셔야겠지만, 분명한 건 ‘지금까지와 같은 대화의 시간은 줄이는 게 첫째일 거예요. 갑자기 왜 그러냐고 다른 이에게 비난받을 수도, 나 자신도 어색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만족스럽지 않은 것은 줄이고 멈춰야, 그 빈 자리에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기 마련입니다.
저는 조용히 독서, 산책이나 여행 같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잘 써야 한다는 부담 없이 글로 내 마음을 적어보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과의 일대일 만남을 마련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 또 즐겁게 혹은 진심으로 공감하며 듣는 대화를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익숙하고 잘하는 것이기도 하니 위로가 된다,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뿌듯하고 기쁘기도 하고요.
자, 이제 오랜지님의 차례입니다. 다른 이에게 귀 기울이는 마음으로 오랜지님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너 요즘 마음이 어떠니? 내가 잘 들어줄게. 괜찮다, 잘했다, 고생했다, 고맙다 알아줄게. 꼭 안아줄게.’ 어쩌면 오랜지님과 같이 참 잘 들어주는 친구가 필요한 사람은 오랜지님 일수도요. 평안을 빕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