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는 기분에 힘든 애플님의 고민
애플님의 고민
제 노력이 충분한지 모르겠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자기 전까지 책상에 앉아 나름 열심히 하는데 성과가 보이지 않아서 지쳐갑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면 내가 뭘 했다고 쉬고 싶지? 하는 생각이 들고, 쉬는 날을 가져도 될 정도로 노력했는지 의심이 들어요. 오늘 할 일을 다 못했는데 자도 되는 건지 불안해서 잠들기가 어렵고, 친구 만나는 것도 죄책감이 들어서 친구들과 안 만난 지도 1년이 넘었네요. 집이 더 어려워지고 남들과 다른 선택을 했기 때문에 더 빨리 좋은 성과를 보여줘야 할 것 같은 강박이 있어요. 항상 쫓기는 기분이 듭니다. 꿈을 꿀 때도 항상 누가 쫓아오는 꿈을 꿔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님의 답변
밑미 심리카운슬러 슝슝입니다. 고민글 속의 애플 님은 아무 탈 없이 편안하지 않으신 것 같아, ‘안녕하세요.’라 물으며 답변 글을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아쉽고 씁쓸한 일입니다. 스물 둘에 일어나서 잠들기까지 공부 중이라니, 시험 준비 중이구나 추측해봅니다. 가정 형편이 어렵고, 1년 넘게 친구도 만나지 않고, 공부에만 매달리다니 외롭고 힘든 싸움을 하고 있구나 싶습니다. 반드시 빠르게 해내야 한다는 부담에 꿈까지 꾼다니 자신을 뾰족하게 몰아세우며 목표에 집중하고 있네요. 대단하기도 하고 팽팽한 긴장감, 불안감이 느껴집니다.
짧은 고민 글이라 방법적으로 맞는지, 효율적인지는 알기 어려우나, 노력 면에서는 애플님은 가능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노력이 충분한지 물으셨지요? 답은 결국 결과로 알 수밖에 없겠지요. 다만 지금보다 더 할 수는 없으니, 충분함에 이르기까지 계속해볼 수밖에 없습니다. 제 답변이 애플 님의 ‘계속하기’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지금 하시는 공부는 1년 이상의 장기전인데, 애플 님의 방식은 단기전의 방식이라 염려가 되는데요. 애플 님의 글 속에서 ‘지친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쫓기는 기분이 든다’는 부정적인 감정 신호가 보이는데요. 힘든 감정이 쌓이면, 무기력한 행동, 괴로운 생각들의 악순환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해야 할 것들을 못 해내는 상태가 되기 쉬운 거죠.
그렇기 때문에 쉬는 시간은 해낸 것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더 잘 해내기 위한 회복의 시간으로 필요합니다. 중고교 시절 수업 시간 50분 사이의 10분 휴식 시간이나, 마라톤 경기 중의 물을 마시고 끼얹는 시간처럼요. 어중간하게 갈등하기보다 체계적으로 ‘회복 시간’을 정하세요. 매 두 시간마다 20분, 이 주일마다 세 시간, 한 달마다 반나절, 3개월마다 이틀처럼요. 날짜를 정해놓고 그 시간에 무엇을 할지도요. 형편과 취향에 맞게 산책, 커피와 케잌, 친구와 영화, 여행처럼요. 다만 공부라는 행위와는 장소도 방식도 느낌도 아주 달라야 합니다. 그래야 확실한 뇌의 모드 전환이 일어나 ‘쉼과 회복’의 시간이 될 테니까요.
그리고 마감을 정하세요. 최대한 2년 안으로요. 그 시간까지 최선을 다하고 좋은 결과든 그렇지 못하든 받아들이고, 새로운 시작을 하겠다고요. 좋은 결과가 아니라, 내가 정한 시간까지 이 노력을 하겠다고 정해야 끝이 생겨요. 그 명확한 끝이 주는 편안함, 집중력이 있습니다. 그다음은 그때의 나에게 맡기고요.
끝으로 신체 움직임 없이 머리만 과하게 오래 쓰는 활동으로 인한 불면, 악몽에 대한 해답은 신체활동뿐이에요. 달리기 등으로 내 몸을 지치게 한 후의 온수 샤워로 내 몸을 이완시키기를 권합니다. 공부하기에도 시간이 없는데, 할 게 너무 많죠. 다시 강조하지만 ‘휴식’은 사치나 섣부른 보상이 아니라, 계속하기 위한 전략적 전환이에요. 애플 님의 상황에 맞게 꼭 적용해보시길 바랍니다.
사족으로 꼰대 같은 말 몇 마디하고 글을 마치려고요. 스물두 살의 애플 님이 지금보다 좀 더 생각 없이 막 살 수 있으면 좋겠다. 6개월이라도 어디라도 도망쳐서라도 마음껏 자유로운 삶을 누렸으면 좋겠다. 감히 바라게 됩니다. 이를 악물고 울면서 떨면서 공부해내고 있을 애플 님이 안쓰럽고, 대단합니다. 애플 님의 내일뿐 아니라 오늘도 편안하고 다정하고 웃을 일들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