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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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고민 상담소2023.04.16 · 읽는 데 3

사는게 너무 힘든 누군가의 언니님의 고민

누군가의 언니님의 고민

"이렇게 힘든데, 계속 사는게 맞는걸까요?”

내년이면 서른이 됩니다. 정규직 전환까지 긴 인턴 생활을 했어요. 입사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모든 삶의 사이클이 정규직에 맞춰졌어요. 한 달 25일은 새벽 야근을 했고, 야근수당도 보너스도 없이 근근이 살아가며 저축도 휴식도 취미도 만들지 못한 채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듯 2년이 되어갑니다. 이런 생활을 통해 몸이 망가졌고, 자궁 쪽 병과 비만을 얻었습니다. 함께 사는 작은 강아지와의 산책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돌봄이었고 왜 사는지에 대한 성찰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루틴이 되었네요.

7년 된 남자친구와도 멀어져서 결국 작년 초에 헤어졌습니다. 이제 저에게 남은 건 작은 강아지와 일 폭탄. 그리고 대출이네요. 하루하루가 힘들어서 이제는 "너무 우울해서 죽고 싶어"가 아니라 "왜 사는지 정말 모르겠고, 행복이란 감정이 어디서 오는지도 모르겠는데 나 정말 이렇게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눈물도 이제 나지 않아요. 제가 힘든 건 맞을까요? 제가 살아야 하는 건 맞는 걸까요? 이런 무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나요? 병까지 생겨서 아픈 몸을 꾸역꾸역 움직여가며 일하는 건 맞나요? 나는 사회에 필요한 게 맞나요? 난 정말 왜 살고 있는 걸까요? 이제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심리 카운슬러 슝슝님의 답변

“내 삶을 잃어가면서도 쥐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요?”

누군가의언니(이하 언니), 환영합니다. 밑미 심리카운슬러 슝슝입니다.

고되고 허망한 삶 가운데 이렇게 고민 글을 보내주셔서 고마워요. 제게 특별한 해결책이 있지는 않지만, 언니에게 도움을 청할 용기가 있고, 질문을 건넬 힘이 있고, 강아지와 함께 행복하고 싶은 소망이 있음을 발견합니다. 의미 없는 삶을 벗어나고 싶다고 말하는 언니는 사실 누구보다 간절히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은 거구나 싶어 마음이 아픕니다.

궁금해요. 수당도 없는 야근이 잦고, 몸이 병들어도 지속해야 했던 이 년간의 인턴 생활과 정규직 전환 후에도 기본급인 직장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사연이요. 부모의 빚이나 생활비를 부담하거나, 학자금 대출을 갚고 있을까요?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도 꼭 하고 싶은, 할 수밖에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걸까요? 언니에게 있는 그 어쩔 수 없는 이유가 고민 글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네요.

상담실을 찾는 내담자나 가까운 지인들이 생을 버거워하며 죽기를 바랄 때, 저는 그럴 만큼 힘듦을 존중하면서도 삶을 포기하기 전에,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들부터 하나 둘 내려놓기를 부탁합니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은 자식 노릇 하는 것이고, 자신의 경제적 파산을 가족에게 들키지 않는 것이고, 남편에게 맞으면서도 자녀를 위해 이혼하지 않는 것이고, 매일 진통제를 먹어가며 고생 끝에 자리 잡은 회사에서 버티는 것입니다. 그럴 수 없다고,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어쩔 수 없지요.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니까요.

언니는 어떤가요? 하나하나 헤아려보며 적어보세요. 내가 삶을 잃어가면서도 쥐고 있는 것들을요. 놓으면 죽을 것 같은 것들도요. 그것들이 언니의 전부인가요? 위기 상황이 계속되고, 몸과 마음이 힘들수록 극단적으로 생각하게 되는데, 당연히 모두를 한꺼번에 내려놓지는 않아도 됩니다. 가장 작은 것부터, 그나마 변화가 적은 것부터 내려놓고, 그것 없이 살아보길 권합니다. 그래도 살아지는, 오히려 숨통이 좀 트이는 경험을 해보길 바랍니다.

다행스럽게도 언니의 곁에는 ‘작은 강아지’가 있네요. 이미 언니는 살기 위해, 삶의 의미를 갖기 위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반려 강아지와 함께 살고, 걷고 있습니다. 염려스러운 건 언니의 고민 글 속에 헤어진 사람 외에 다른 힘이 되는 사람들이 언급되지 않는 거예요. 우리는 모두 각자의 고통을 짊어지고 살지만, 힘들수록 곁의 사람들과 함께해야 더 잘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 관계 속에서 재미도 의미도 생겨나고요.

언니, 삶을 놓아버리고 싶은지 이미 수개월이거나, 구체적인 자살의 방법을 생각하고 있거나, 고민 글에서의 부정적인 생각의 쳇바퀴가 매일 돌고 있다면, 정신적으로도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만큼 약해져 있는 거예요. 그렇다면 꼭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정신건강의학과에 찾아가셔야 합니다. 약 먹고 상담하며 몸과 마음의 소진을 돌보면서,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나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줄 거예요.

저는 모릅니다. 언니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어쩌면 아무도 모르겠지요. 언니 혼자 힘겹게 버티고만 있는 걸 보면요. 하지만 작은 강아지와 언니는 알겠지요. 아마 강아지도 언니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거예요. 언니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상황에 대해 스스로를 탓하지 않길 바랍니다. 언니는 잘 못살지 않았어요. 언니니까 이만큼 살아냈습니다.

다만 이제는 방향을 바꿔야 하나 봐요. 고민글 마지막에 쏟아냈던 그 질문들의 답을 찾아 나서야 하나 봐요. 사는 걸 그만두기 전에 지금처럼 사는 걸 멈추고, 작은 강아지와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평안을 빕니다.

덧. 언니가 다니는 회사에 대해서 저는 알 수 없지만, 고민 글에서의 행태는 다분히 착취적이고 비인간적으로 보입니다. 언니가 벗어나야 할 곳이 이 회사일지도요. 상황을 자세히 알고, 합리적인 판단을 도울 수 있는 사람과 꼭 상의해보시길 권합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함께 나눈 이야기

6

기존 밑미 사이트에서 옮겨온 이야기예요. 회원 정보를 옮기기 전이라 쓰신 분의 이름은 아직 보이지 않아요.

  • 2023.04.173

    안타까운 일이네요. 정규직을 미끼로 2년가까이 인턴에게 야근을 강요하는 회사라니 정상적인 조직이 아니지만, 슬프게도 흔한 조직이긴 하죠. 용기를 내어 다음 일터로 차근차근 옮겨가는 마음의 준비를 하실 수 있길.

  • 2023.04.172

    언니님 글을 읽는데 마음이 아프네요. 정말 언니님은 최선을 다하고 계시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최선을 인정해 주시고 조금만 용기를 내어 나에게 다른 선택지도 있다는 사실을 들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언니님의 평온을 위해 기도할게요:)

  • 2023.04.172

    과도한 업무와 보상이 결여된 회사 생활을 견디게 한 이유가 무엇이었을지 궁금해요. 여유와 건강한 삶을 잃게되면 어떤 직장을 다녀도 행복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지금 필요한 건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최소한의 것들이 아닐까요? 그럼에도 어려운 과정을 잘 견뎌낸 언니는 굉장히 강한 분인 것 같아요 + 행복은 기분 좋은 일상의 연속일 뿐이에요. 햇빛, 자연, 강아지의 표정, 몸짓, 노래, 영화 등 언니가 좋아하는 다양한 것을 일상에 채우고 알아차리면 어느새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 답글2023.04.172

      @카밍 카밍님 행복은 기분 좋은 일상의 연속이라는 말이 정말 확 와닿았어요ㅠㅠ 언니님의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 채운 하루를 응원하고 싶어집니다.

  • 2023.04.182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2023.04.182

    내려놓을 수 없는 이유가 여럿 있겠지만 너무 매몰되지 않으셨으면 해요. 세상은 넓고 회사는 많고 나는 하나니까요. 처음이 어렵지 괴롭게 하는 것을 그만두는 것도 해보다보면 쉬워요. 괴로움과 고민의 원인을 멀리해보세요. 내인생은 내거다라는 마음으로 우선순위 상단에 나를 올리는 연습을 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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