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지 못해 괴로운 멋쟁이의 고민

멋쟁이의 고민
“제가 못나서 사랑받지 못하는 것 같아요”
30살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연애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모태 솔로”입니다. 늘 여초환경에서 살아왔고, 연애와 결혼이 관심이었던 적이 없어서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하고 살아왔습니다. 짝사랑도 20대 후반에 뒤늦게 딱 한 번 해봤고요. (물론 아이돌 덕질은 해봤지만, 그건 연애와는 다르니까요)
그런데 회사에 입사 후 "한창 연애할 시기인데 왜 연애 안 하냐" 와 같은 안타까움이 담긴 말을 듣게 되었고 연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연애를 못 해 봤다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비정상으로 비춰질 수도 있고, 연애를 해봐야 나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인간관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는 생각이 들어 연애를 위한 시도를 해보자는 답을 내렸습니다. 낯선 사람과 만나는 걸 싫어함에도 다양한 커뮤니티도 참여하고, 소개팅도 나가보았는데 결과는 씁쓸했습니다. 제가 마음에 드는 사람들은 다 저를 거부하는 걸 보니까 은연중에 자꾸 자괴감이 들고, 이제껏 누군가에게 고백 한 번 못 받아 본 제가 매력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생각이 심해지니 직장 관계, 친구 관계 등등으로 시야가 확장되면서 난 왜 연애를 떠나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지 못할까 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타인에게 매력적인 사람이 되려면 내가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나를 가꿔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잘 아는데, 현실에서는 사람들에게 집착하고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만 생겨납니다. 이런 저, 어떻게 해야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연애도 할 수 있을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
“지금 모습 그대로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어요. 지금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기로 선택하세요”
반갑습니다. 슝슝입니다. 멋쟁이라니. 고민과는 너무 다른, 하지만 이미 정답을 맞춘 멋진 닉네임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멋쟁이는 이미 충분합니다. 그러니 어떻게 해야 사랑받을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이렇습니다. 지금의 멋쟁이 그대로 사랑받을 수 있습니다.
인사 후 단 세 문장만에 답변 끝이라니, 머쓱함에 제 이야기를 좀 보태려고요. 저는 청소년 시절 내내 인기가 없었습니다. 외모도 별로고, 운동은 못하고, 공부도 어중간 해서 매력 포인트가 없었다고 할까요? 아무튼 저의 ‘매력 없음’에 대한 열등감은 이십 대, 삼십 대에도 늘 따라다녔어요. 그래서 상대가 누구든 그가 원하는 걸 주는 사람이 되려고 애썼고, 다른 이들의 인정에 목말랐죠. 세월이 지난 지금도 저의 신체적, 사회적 조건은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늙고 있지요. 하지만 많이 좋아진 것이 있어요. 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마음인데요. 저는 제가 참 좋습니다. 자연스럽게 우러나오지 않을 때도 저는 저를 좋아하기로 선택하려고 하고요. 나에 대한 혐오가 치밀어 오르다가도 얼른 정신을 차리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하는 행동을 제 자신에게 합니다.
멋쟁이, 고민글의 끝에도 적었지요? ‘내가 나 자신부터 진정으로 사랑해야 한다고’. 맞습니다. 하지만 그게 자연스러우면 신생아거나, 득도한 사람입니다. 평생을 다른 이의 시선과 평가와 조건과 조언에 휘둘려 온 우리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과제입니다. 그러나 무엇 보다 시간을 들일 만한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니 지금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기로 선택하세요.
답변은 계속됩니다. 멋쟁이가 연애를 해야 겠다고 결정한 이유부터가 그것이 멋쟁이의 바람인지 모호합니다. 마치 싫은 과제를 떠밀려 해야하니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것 같아요. 애초에 관심이 없었다고 말하는 멋쟁이의 말이 오히려 솔직해 보입니다. 연애를 안 하면 비정상인가요? 연애가 인간관계 이해도 상승에 필수적인가요? 둘 다 아닙니다. 연애가 좋고, 연애를 통해 관계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더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을 자본주의적 상품으로 만드는 주범이 연애 시장이고, 사랑이라는 이름의 집착으로 인간을 망가뜨리는 것이 연인 관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백 년도 안 되는 짧은 인생에 연애 말고도 할 것은 많고, 사랑은 연인 관계 외에도 얼마든지 가능한 크고도 아름다운 선택이고요.
그런데 사람들은 왜 연애를 필수라고 하는 걸까요? 사람들은 두 가지 경우에 자신과 다른 이를 혐오합니다. 그것에 대해 잘 모를 때, 현재의 자신이 불행할 때. 전자의 경우는 연애 없이 살아 온 멋쟁이의 삼십 년 시간이 부족함 없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무지에서 나오는 것이고요. 후자의 경우는 연애나 결혼으로 힘든 현실을 겪고 있는 스스로의 상황에 대해 믿음을 가지려는 의도로 연애나 결혼을 하지 않은 이들을 낮잡아 말하는 거예요.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돌보는 사람과 싱글로 살며 자기 탐색과 다른 이들과의 우정을 키우는 사람은 완전히 동등합니다. 그 다양성에 대한 우열 없는 존중만이 사랑을 가능하게 합니다. 멋쟁이님의 연애 없는 삶을 낮잡아 보는 이들이 스스로는, 사랑하는 상대에게는 그런 비교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을까요? 다소 과격한 말이지만, 저는 저의 삶을 자신의 기준에 비추어 평가하는 이들에게 속으로(그러나 분명하게) 말합니다.
‘당신의 인생은 성적/돈/연애/결혼/좋은 차와 집/명예/성공 밖에 없어서, 그게 불안하고 행복하지 않아서 이것도 없는 나는 당연히 행복하지 않을거야 라고 말하는 구나. 미안하지만 난 지금도 좋아. 내가, 내 삶이 즐겁고 편안해. 당신이 떠미는 불안과 불행은 거절할게.’
제가 좀 흥분했나요? 다른 사람의 삶을 자신과 다르다 하여 폄하하는 사람들을 제가 좀 많이 싫어합니다. 그럼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딱 잘라 말해 연애 경험 없음은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로 느껴지는 순간에도 멋쟁이는 그 문제 보다 훨씬 크고 풍성한 삶을 이미 잘 살고 있는 존재고요. 그러니 연애가 인생의 전부거나 필수적이라고 하는 거짓말에 속지 마세요.
하지만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다른 누구의 욕망도 아닌 멋쟁이의 바람인가요? 그렇다면 내 주위의 사람에게든, 소셜 모임이든, 소개팅이든 계속 도전하세요. 내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를 마음에 들어할 확률은 생각 보다 아주 낮습니다. 그러니 몇 번 어긋났다고, 안되나 하지 말고, 정말 숙제처럼 올 해 내로 다섯 명을, 마음에 덜 차도 그 중에 두 명은 다섯 번은 무조건 만나야지 하는 결심으로요. 이왕이면 멋쟁이의 평소 모습 그대로로요. 꾸미지 않은 외모와 마음으로요. 연애 경험 없음도 답답한 지금의 생각들도 털어놓고요. 멋쟁이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기로 선택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함입니다. 그런 인연을 만난다면 마음을 다해 사랑하면 됩니다. 다른 길은 없어요.
최근에 읽은 <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이란 책에서 읽은 문장 하나를 소개하면서 이 답변글을 얼렁뚱땅 마칠까 합니다. 관계는 구원이 아니라 배움의 수단입니다. 연애를 비롯한 타인과의 관계가 멋쟁이님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외로움과 막막함과 불안감을 해소해주리라 나를 도와줄 것이라 기대하지 마세요. 대부분 실망으로 끝납니다. 다만 직장에서, 모임에서, 소개팅 자리에서 만난 이에게 오늘 당신으로부터 배우겠습니다 하는 마음으로 함께해 보세요. 정성을 다해 듣고, 그의 뛰어난 점을 발견하고, 잘 배웠다고 답해주세요.
그리고 꼭 그 보다 먼저 멋쟁이의 지나간 시간들을 되새기고 정리해보세요. 홀로 부족함 없이 즐거웠고, 슬프고 힘든 가운데 잘 살아낸 자신의 삶을 폄하하지 마세요. 어제까지의 자신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오늘을 넉넉히 누리는 멋쟁이가 되길, 닉네임처럼 자기 멋, 자기 삶의 멋을 잘 알고 만족하며 살길 바랍니다. 그럼 안녕히.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