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사람이 없어 우울한 연말병 님의 고민

연말병 님의 고민
저에겐 연말마다 찾아오는 고질병이 하나 있어요. 바로 한때 가까웠지만 지금은 제 곁에 없는 사람들을 되새겨보며 우울해지는 병이에요. 사람들에게 못되게 굴며 살지도 않았고, 나름 노력하며 살았는데 왜 제 곁엔 아무도 남아있지 않은 걸까요? 아니면 다들 저처럼 친구가 한두 명만 두고 살아가는 걸까요? 연말에 왁자지껄 많은 친구들과 어울리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워요.

밑미 심리 카운슬러 노은정 님의 답변
1년 전만 하더라도 예상하지 못했던 바이러스의 습격으로, 우리 모두 혼자 있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된 것 같아요. 대면으로 만나던 모임들이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기존과 다른 양상으로 관계들이 변화하면서 나 홀로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더욱 고민하게 되는 시점입니다.
인간이라면 한 번쯤 처절하게 외롭고, 혼자 뚝 떨어진 외톨이 같은 느낌을 갖게 될 때가 있죠. 영국의 정신분석학자 도널드 위니캇은 타인과 잘 관계 맺기 위해서는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capacity to be alone)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나 자신과 관계를 잘 맺어야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기고, 타인과도 잘 관계 맺을 수 있다는 거예요. 혼자인 상태는 내 안에 담긴 여러 모습들, 상처 입고 외롭고 고독을 견디고 실패를 두려워하는 다양한 나의 모습을 직면하게 합니다. 그 혼자 있는 시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의 정체성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날 수밖에 없어요.
많은 철학가들과 작가들이 ‘혼자’에 대해 많이 다룬 이유는 나를 오롯이 대면하는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우리가 겪는 결핍과 상처를 발견하고,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과 타인과의 관계를 주시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혼자 있음(aloneness)은 외로움(loneliness)과 다를 수 있어요. 그리고 건강한 혼자만의 시간은 오히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밑거름이 되기도 해요.
연말병님이 혼자 있는 시간 동안 나는 혼자인 나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생각해 보세요. 혼자일 때 할 수 있는 것과 혼자여서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요? 혼자인 순간에도 나는 오롯이 혼자 있을 수 있나요? 혼자인 순간에도 계속해서 타인을 의식하면서 타인의 시선으로 혼자인 나를 비난하고 있지는 않나요? 친구가 없다고 하면서 타인의 손을 먼저 놓아버린 적은 없나요? 나의 두려움 때문에 다가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친구가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면 먼저 손을 건네보세요. 분명 반가워하고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친구와 연말을 함께하지 못한다고 해도 연말병님의 마음은 친구가 내 마음에 들어온 공간만큼 따뜻해질 수 있을 거예요.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