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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고민 상담소2023.07.07 · 읽는 데 4

돈 때문에 힘든 호이호이님의 고민

호이호이님의 고민

“돈 때문에 괴롭고 힘이 듭니다.”

올해 24살 대학생입니다. 저희 집은 형편이 좋지 않아요. 부모님은 이혼하셨고 어머니 혼자 저와 오빠 뒷바라지를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주6 일을 뼈 빠지게 일하세요. 이런 가정형편 속에서 빨리 철이 들어 버린 저는 대학 등록금이나 생활비를 어머니께 지원받는 게 정말 미안하고, 저 때문에 어머니가 고생하시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에요.

그래서 올해 휴학을 하고 인턴을 하며 생활비를 벌고 저축도 하며 제 나름대로 어머니의 수고를 덜어드리려 하는데, 6월에 인턴 계약이 끝나며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돈을 쓰는 모든 것이 마냥 죄스럽습니다. 사고 싶은 것도 마음껏 사고 해외여행도 서슴없이 다니는 잘사는 집안의 지인들을 보며 부러움과 자격지심이 느껴지는 날들도 있습니다. 남들과 비교하지 말자고 다짐해도 쉽지 않습니다. 제 삶에서 돈이 일 순위는 아니지만 돈 때문에 놓쳐버리는 행복과 안정들이 괴롭습니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아는데 괜히 부모님을 원망할 때도 있습니다. 제 삶에서 가져야 할 태도와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

“지금 시간을 잘 견디기 위해서는, 작은 별빛 같은 시간들을 자신에게 선물해 주세요 ”

반갑습니다, 호이호이(이하 호이로 부를게요). 슝슝입니다. 저는 지금 대부분의 직원이 퇴근한 사무실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데요. 체중 관리 중인데 점심을 너무 많이 먹어서 배고픔을 좀 참고 저녁은 거르고 일찍 잠들 계획입니다.

힘든 형편, 고단한 시간들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호이의 질문에 대한 답변의 시작으로는 너무 가벼운 이야기네요. 죄송합니다. 호이의 상황과 제 상황의 크기만큼이나 다른 한 가지는, 두 상황의 ‘자발성’입니다. 저는 반나절의 자발적 배고픔을 스스로 선택한 거고, 호이는 선택의 여지 없이 원치 않는 가난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들에 의한 고통은 내가 선택한 고통보다 훨씬 더 우리의 심정을 복잡하게 합니다. 긴 세월 홀로 두 자녀를 키운 어머니의 고생도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겠지만, 어린 마음에도 원하는 걸 표현하기보다 숨기고 포기해야 했던 어린이, 청소년이었던 호이도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았을까요. ‘고통스러운, 미안한, 죄송한, 죄스러운, 원망하는, 부러운, 자격지심을 느끼는, 괴로운’ 호이가 고민글에 적은 이 마음들은 얼마나 켜켜이 쌓인 아픈 경험들로 호이를 힘들게 해왔을까요. 답변 글을 쓰면서도 한숨이 나오고, 마음이 아픕니다.

그러니 제일 먼저 호이가 자꾸만 떠올리는 생각들, 계속 밀려오는 감정들이 아무리 부정적이고, 아프고, 부질없더라도 허용해 주세요.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감정을 느끼는 나를 한 번 더 책망하지 마세요. 혹시 그동안 최신 스마트폰 등의 값비싼 전자기기를 갖고 싶은 마음이나, 시작하는 가격이 많이 드는 겨울 스포츠나, 비싼 음식과 옷, 자유로이 멀리 떠나는 해외여행 등을 원하는 마음을 스스로 비난하거나 억압해 온 적이 있지 않나요? 지금 할 수 없고, 가질 수 없더라도 그 원하는 마음을 허용해 주세요. 어머니에게 가지는 감사하고도 미안한 감정만큼이나 원망하고 밉고 화 나는 호이의 마음을 허용해 주세요. 그렇게 생각해도, 그렇게 느껴도 괜찮다고 말해주세요. 더 나아가 그 생각과 감정을 적으며 정리해 보세요.

호이, 성경에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이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예수의 산상수훈에 나오는 팔복 중에 하나인데요. 여기서 ‘긍휼’은 불쌍하고 가엽다는 뜻입니다. 호이는 이 말을 자신에게 붙일 수 있나요? ‘불쌍하고 가여운 우리 엄마’, ‘불쌍하고 가여운 나’. 슬픈 마음이 들 수도, 반감이 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엄마에 대한 표현에는 조금 더 동의하지 않나요? 누군가 호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십 대, 이십 대를 보내고 있는 걸 호이가 본다면 그런 마음이 들지 않을까요? 불쌍하다는 말은 내가 그보다 낫다는 우월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어서 함부로 품거나 표현하면 안 된다고들 하는 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이 고민 하나 없고, 어떤 인생이 고단하지 않을까요. 어떤 사람이 호이와 같은 상황에서 슬픔과 무력감과 괴로움 없이 살 수 있을까요. 호이, 혹시 자신을 긍휼히 여겨줄 수 있나요?

어머니의 수고를 덜어드리려 애쓰는 호이의 마음이 참 대단하고 아름답습니다. 호이는 엄마를 아끼고 사랑하네요. 진심으로 긍휼히 여기고 있어요. 그 마음으로 호이가 어머니를 대하듯, 그 마음으로 호이를 대해주세요. 힘든 상황에서 힘들어하는 호이에게 그래도 괜찮다고, 너니까 이만큼 해내고 있다고 말해주세요. 그리고 숨통을 틔워주세요. ‘지금이 어떤 상황인데, 이래? 너 미쳤어? 이럴 시간 없어. 이러면 안 돼!’ 불쑥 솟아나는 비난과 죄책감을 달래고, 스스로에게 작은 쉼을, 작은 사치를 허용해 주세요. 어쩔 수 없이 지금의 상황은 금방 나아지지 않을 거잖아요. 어두운 밤이 길수록, 그 시간을 잘 견디기 위해서는 작은 별빛 같은 시간들이 필요하답니다. 호이가 형편 때문에 미루기만 했던 바람들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소박한 형태로 이루어 주세요.

자본의 결핍이 주는 크고 지속적인 고통에 제가 보탤 수 있는 건 이 힘없는 글뿐이네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호이, 호이의 상황이 나아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점점 편안하고 자유롭고 풍요로워지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도 사랑하는 이들과 작은 행복과 감사의 순간들을 호이가 놓치지 않길 부탁드려요. 그럼 안녕히.

추신: 저는 이번 달에 리추얼 메이커 볼리님의 ‘머니 로그 & 하루 일기’를 해보고 있어요. 문득 제가 답변한 내용이 호이가 현재의 자신과 삶에 대해 가지면 좋은 태도에 관한 것이라면, 호이가 날아오르기 위한 나머지 날개는 현실적인 돈에 대한 이해와 축적 노하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덧붙여 봅니다. 호이호이! 응원을 보냅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함께 나눈 이야기

5

기존 밑미 사이트에서 옮겨온 이야기예요. 회원 정보를 옮기기 전이라 쓰신 분의 이름은 아직 보이지 않아요.

  • 2023.07.0810

    슝슝님의 답변 한번만 읽지 않는 사람입니다. 언젠가 부터 한번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있어요. 눈물을 흘리기도 용기를 얻기도 합니다. 자신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게 된것도 슝슝님의 고민 답변 덕분이예요. 새삼 이렇게 정성스러운 답변에 감사드려요. 궁금한게 이런 답변을 작성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시나요? 호이호이! 저도 응원을 보냅니다.

    • 답글2023.07.141

      @마인 긴 글을 정성껏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걸리는 시간은 편차가 아주 큽니다. 3~5시간 정도인 것 겉아요.

  • 2023.07.109

    나이부터 가정 형편, 활동까지 저랑 똑같아서 처음으로 댓글을 남겨보아요! 저도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지원받기 어려운 환경이라 성인 이후로 쉴 틈 없이 일했는데, 처음에는 비싼 물건 턱턱 사고 해외여행도 곧잘 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부러움과 박탈감을 많이 느꼈어요. (물론 지금도 아예 안 느낀다고는 할 수 없지만요) 그런 상황에서 자기합리화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부모님 손 안 벌리고 내 힘으로 돈 벌어서 앞가림 잘하고 다니고 있는데 뭐!' 라고 생각하면 세상에 대한 원망(?)이 줄고 계속 나아갈 힘이 생기더라고요. 내 힘으로 생활비 벌어서 쓰는 것에 대한 성취감도 생기고요..... 그리고 지금은 여행이든 뭐든 남들보다 못해본 게 많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앞으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일이 남들보다 훨씬 더 많다는 거잖아요? 그 시기가 조금은 늦을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그 일이 얼마나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인지 잘 알기에 행복도 더 크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횡설수설이라 제 말이 위로가 되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너무너무 제 얘기 같아서 댓글 달아보고 싶었어요 호이 님의 일상에 크고 작은 행복들이 항상 함께하길 바랄게요! 그리고 오늘은 맛있는 거 드세요!!!

  • 2023.07.106

    지금 호이호이님께서 그런 마음이 드는 건 어쩌면 당연해보여요.. 그러니까 너무 죄책감 느끼지 마시고,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일지라도 그걸 감당해내고 있는 것에 대해 스스로 칭찬해주고 다독여주셨으면 해요! 저도 윗댓글 적어주신 분과 같은 생각이에요..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하는 경험이더라도 그만큼 인생에 대한 경험치가 쌓이고 있는 거니까 분명 어떤 방향으로든 도움이 될 거라고 믿으시고 대신 하루에 잠시만이라도 꼭 스스로에게 작은 행복을 선물하는 여유를 꼭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응원하겠습니다..!

  • 2023.07.114

    글쓴이의 사연을 읽고 제 대학 시절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네요. 글쓴이 만큼은 아니겠지만 저 역시 초중고 시절 그리고 대학에 올라와서도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아르바이트가 일상이었고, 해외 교환학생도 돈이 들어 포기하고 대학에 올라가면 배워야지 했던 그림 그리기도 할 수 없었습니다. 학점 기준을 맞춰야 장학금을 받을 수 있어서 늘 잘난 친구들 속에서 불안했고요. 시간이 흘러 직장을 가졌고, 돈을 벌고 취미 생활도 하고, 맛있는 것도(제 기준) 사먹을 수 있고 해외여행도 마음을 먹으면 갈 수 있는 정도가 됐습니다. 더 행복해졌냐 묻는다면 그렇다고 얘기할 겁니다. 그러나 그 행복의 정체가 '그동안 못했던 것을 할 수 있게 되어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남들이 부러워 할만한 경험이나 물건을 소유할 수 있어서가 아닌 듯합니다. 저는 남들보다 더 높이 올라가거나 더 많이 소유하는 게 목표가 아니거든요. 앞서 댓글 달아주신 분처럼, 그 기간을 제 나름 잘 견뎠고 이제는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주는 단단함이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많았지만, 얻은 것들도 많았거든요. 고민이 깊어 끄적이던 블로그도 있었고, 해외 대신에 눈을 돌렸던 대외 활동에서 만났던 인연들이 있습니다. 그 때 하지 못했던 그림을 지금은 더 열심히 하고 있고요. 글쓴이의 부모님을 생각하는 예쁜 마음, 그리고 성실히 자기 앞길을 고민하는 태도는 앞으로도 계속 남을 겁니다. 그건 지금 당장 자본으로 경험할 수 있는 값비싼 경험들보다 더 소중한 것이 될 것이라 저는 확신합니다. 돈을 벌어보니 알겠더라고요. 항상 뒤늦게 깨닫는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자책하지 마세요. 응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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