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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고민 상담소2023.04.29 · 읽는 데 4

공감가지 않는 대화에 지친 유유님의 고민

유유님의 고민

"공감되지 않는 대화에 지쳐갑니다.”

하고 싶지 않은 대화를 기분 나쁘지 않게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주변에 아이를 키우는 친구들과 대화를 하면 많이 피곤해 집니다. 저는 미혼이고, 자녀도 없다 보니 그 주제가 공감이 되지 않거든요. 적당히 이야기를 듣고, 반응도 하지만, 아무래도 친구들의 삶의 중심은 '아이들'이다 보니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도 계속 이야기가 돌아온다는 느낌이에요.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라서 보고 싶지만, 만남 후 피곤한 감정이 많이 남습니다.

제가 그 주제에 공감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자책하기도 하고,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한 것 같단 생각도 들고, 즐겁게 대화하고 싶은데 그러질 못하니 결국 안 만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나 생각하게 돼요. 꼭 주제가 '아이'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어떤 대화들은 공감이 가질 않는 주제들이라 피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전 직장의 험담'이나 '타인에 대한 험담' 등이요. 그때 어떻게 하면 적당히 끊고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한 대화를 할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

"소외의 감정을 상황과 자신 탓으로 돌리지 마세요.”

안녕하세요, 유유. 오늘은 어떤 하루였나요? 원하는 일이 이루어지고, 준비한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거나 좋아하는 사람과 편안하고 즐거운 대화를 나눈다면 이 질문에 괜찮은 순간들도 꽤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매월 리추얼 회고 미팅에서 엽서 한 장을 꺼내 지난날을 돌아보는 짧은 편지를 씁니다. 만족스러운 기억으로 떠오르는 날들은 대부분 일과 관계 중 하나 이상에서 좋은 경험을 한 날이었어요. 유유의 4월은 어땠나요?

대학원에 심리학을 공부하며, 인간의 주요한 주제는 결국 일과 관계라 배운 일이 떠오릅니다. 유유의 고민인 ‘대화’는 관계의 꽃이라 할 수 있겠지요. 누군가와 좋은 대화를 할 수 없다면, 사실은 관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예요. 유유의 질문이 어떤 면에서 매우 어려운 주제인 이유입니다.

학생, 직장인, 육아 등 비슷한 인생의 과제를 겪으며 공통된 경험을 하고 있는 관계는 대화의 주제가 잘 맞고, 그것을 계기로 친밀함이 더해가는 경우가 많지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도 같이 동해서 함께 답답하고 함께 시원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주로 시간을 보내고 에너지를 쏟는 활동이 아주 다른 경우는 서로의 사연을 이해하는 것부터가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한 일이 됩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할 이야기는 많은데 서로의 주제가 다르니, 애매하게 시간을 나눠 쓰게 되지요. 셋 이상의 친구들이 모이면 다수의 친구들이 공감하는 주제에 비해 소수의 주제는 시간을 많이 할애하기도 어렵고 공감받기도 어렵습니다. 다른 친구들과 유유의 상황이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유, ‘결국 안 만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나’ 생각한다고 했지요.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는 이 만남이 반복될수록 만나지 않는 쪽으로 더 기울 겁니다. 그래도 친군데 하며 참고 만나고, 헤어지고 혼자 자책하며 피로감을 느끼는 시간이 반복되면 극단적으로 이 관계에 대해 회의감이 들 수도 있겠지요.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럼 선택지를 생각해 볼까요?

하나, 유유가 혼자 느끼는 불편감을 드러내고 함께 해결책을 찾습니다. 다들 입장 차이가 있을 터라 미묘한 갈등이 생길 수 있어 섬세하고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겠죠. 둘, 유유의 기대를 수정합니다. 이 모임은 친구들의 기혼 생활을 간접 체험하는 배움의 시간으로요. 셋, 이 기혼자 친구들 모두와 함께 만나는 것을 줄입니다. 일 대 일에서는 적어도 동등한 대화가 가능할 거예요. 당연히 이 선택지들은 중복 선택이 가능하며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 또한 섬세하게 조율하는 게 좋습니다.

길게 돌아왔지만 민감한 이야기를 꺼내야겠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분명 다양하고 복잡할 것입니다), 지금 이 관계는 배려가 부족합니다. 친구들은 과시든, 하소연이든, 수다든 유유님의 입장을 생각하기엔 자기 이야기를 쏟아내기에 바빠 보입니다. 모두가 비혼 상태이다가 하나둘 결혼하며 친구 사이가 멀어지는 일은 빈번합니다. 하지만 잘 이어가는 관계들은 소외될 수 있는 친구에 대한 배려가 구체적으로 합의되어 있어요. 앞서 제시한 첫째 선택지는 사실 유유가 아니라 다수인 친구들에게서 시작되어야 하고요. 다수가 모른 척할 때, 소수는 스스로 자책하게 됩니다. 자신이 느끼는 소외의 감정을 상황 탓과 자기 탓으로만 돌리기 쉽고요.

하지만 유유, 사실은 서운한 일입니다. 유유는 친구들의 결혼하기 전의 시간을 계속 머무르는 게 아니라, 친구들은 살아본 적 없는 비혼으로 사는 삼십 대 후반을 살아내고 있어요.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매일들 속에서 자신이 한 선택을 최선을 다해 책임지면서요. 친구라면 ‘너는 결혼 안 해서 몰라’, ‘그래도 너는 너 하나만 잘 살면 되잖아’라는 암묵적인 배제가 아니라, 유유의 요즘을 궁금해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제가 또 흥분해서 친구들을 비난했네요. 죄송해요. 제가 답변 글을 쓰다가 가끔 이럽니다. 제가 오해한 거라면 좋겠네요. 그런 경우에는 일 대 일 만남을 중심으로 우정을 이어가시면 됩니다. 반대로 사실은 서운하고 원망스러운 마음이 유유 속에 있다면, 유유의 지금을 편안하고 솔직하게 충분히 나눌 수 있는 다른 관계가 필요한 것 같아요. 함께 하는 모두에게 좋은 대화가 가능한 관계가요.

이 친구들과 관계를 끊으라는 말로 오해하진 않겠지요? 일시적으로 관계에 대한 기대 수준을 낮추고, 빈도나 밀도를 줄이는 정도로 충분합니다. 세월이 더 지나고 다들 다양한 삶에 대한 포용력이 생긴 다음에는 동창회 등에서 반갑게 만날 수 있을 거예요. 함께 했던 추억들로만 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로요.

반대로 유유가 평소의 일과 관계에서 충분한 만족감을 누릴 수 있다면, 가끔씩 반나절 정도 즈음이야 친구들의 하소연을 연민과 응원하는 마음으로 들어줄 수 있을 수도요. 이 말이 멋있지만, 모두가 사는 게 벅찬 현대사회에서 쉬운 일은 아닙니다. 다수의 배려가 훨씬 수월한 일이라 제가 아쉬움을 표한 거고요.

유유, 이제 마무리할게요. 친구의 가장 귀한 덕목은 친구의 마음을 살피는 일입니다. 유유도 그도 편안하고 솔직하게 좋은 것들뿐 아니라 슬프고 힘들고 불편한 것들까지 나눌 수 있는 친구와 많은 시간을 보내길 바랍니다. 그 힘을 모아야 잘 이해되지 않고, 공감이 어려운 주제들의 대화도 감당하며 낯선 세계에 대해 배워 나의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어서 고마워요. 유유의 평안을 빕니다.

추신1. 기분 나쁘지 않고 자연스레 대화를 끊고 주제를 바꾸는 기술은 어떤 모임의 진행을 위한 것일 수는 있어도 친구와의 대화 중에 사용하기에 적절하지 않습니다. 알게 되어도 사용하지 않길 권해요. 미묘한 기분 나쁨이 쌓입니다.

추신2. 힘들다는 이야기에는 공감과 위로를 전해도 반복해서 험담을 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동의도 하지 말고 무반응으로 대응하세요. 그래도 험담을 줄이지 않으면 최대한 멀리하고 말을 섞지 않길 권합니다. 내 험담도 하고 있을 거예요.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함께 나눈 이야기

1

기존 밑미 사이트에서 옮겨온 이야기예요. 회원 정보를 옮기기 전이라 쓰신 분의 이름은 아직 보이지 않아요.

  • 2023.04.3010

    저도 비슷한 고민을 3년전?에 했어요. 전혀공감이 안되는 주제. 타인 험담. 직장상사욕. .. 오랜만에 시간을 내어 친구들을 만난 자리인데 에너지가 더 빠지는 기분이였어요. 차라리 일대일로 만나거나, 유유님의 일상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지인들의 만남을 이어가시길요~~ 가까운 사이라서 더 힘든 경우도 있답니당

이 글을 읽고 나서
비워둘 30분, 오늘부터 만들어볼까요?

이 글과 맞닿은 리추얼을 준비하고 있어요. 14일 코스, 누른 날이 1일차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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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리추얼 — COMING SOON
14일 · 오늘 시작 가능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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