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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고민 상담소2024.01.04 · 읽는 데 4

타인과 친해지기 어려운 론니님의 고민

론리님의 고민

“타인과 깊이 친해지기가 어려워요…”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가 어려워요. 처음 본 사람과 사교적이게 어렵지 않게 대화할 수 있지만 그 사람과 오래 가는 관계로 발전하는 게 힘들어요. 내가 이 사람과 친해지고 싶지 않은지 생각해 보면 아닌 적도 있었어요. 왜 친해지기 어려운지 생각해 보면, 우선 제 삶의 여유가 없어 새로운 누군가를 들이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리고 거절당할 것에 두려운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친한 친구와 멀어져서 무리에서 낙오됐던 경험이 있어요. 점심시간에는 화장실에 숨어있던 적도 있었어요. 그 이후로 누군가와 깊이 친해지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오랜만에 중학교 동창이 결혼한다고 연락이 왔는데 가고 싶지 않아요. 지금의 제 모습이 창피한 것 같아요. 살이 쪘고 머리를 이상하게 잘랐고 변해버린 제 모습을 평가할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도 외모에 대한 얘기를 한마디씩 하고 가면 그게 너무 스트레스였어요. 혼자일 때가 편하고 좋지만, 문득 너무 외롭다는 생각이 들고, 힘들 때 기댈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

”론리, 딱 지금 할 수 있는 만큼만 마음을 열어봐요.”

론리, 반가워요. 이름이 외롭고 쓸쓸하다는 뜻이네요. 처음 본 사람과도 어렵지 않게 대화를 할 수 있을 만큼 사회적 기술은 가지고 있지만, 친밀한 관계로 나아가는 것이 어렵군요. 청소년 시절에 친구 관계에서 경험한 상처도 있고, 지금의 나를 다른 사람이 부정적으로 평가할 것 같아 무섭기도 하고요. 스스로도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고요. 고민글에서 혼자는 편하지만 외로운 마음과 함께는 어렵고 부담스러운 마음 사이에서 고민하는 론리의 헛헛한 마음이 느껴져요.

제 자랑을 좀 할게요. 저는 아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친밀한 관계가 다섯 명은 넘는 것 같아요. 함께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서로의 고민과 상처를 나누며 더 깊어질 수 있는 사람들을 세어보자면 더 많고요. 이어서 고백해요. 저도 혼자일 때가 제일 편하고요. 요즘처럼 추운 날이면 외롭다는 생각에 휩싸이기도 하고요. 결국 인생 혼자구나 싶어서 제가 감당하고 있는 책임들로부터 저를 아는 사람들로부터 영영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울컥 치밀기도 해요.

제 이야기를 한 건 혹시 론리가 하고 있는 고민들을 다른 누군가나 다른 누군가의 관계가 해결해 줄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면 그건 아닌 것 같아서예요. 그래서 나와의 관계가 좋아야 한다고 말하는 거지요. 다행히 이미 론리는 혼자가 편하고 좋다니 어느 정도 괜찮은 관계인 것 같네요. 내 외모도 생각도 감정도 싫을 때가 있을 텐데, 이해해 주고 챙겨주고 챙겨주려고 많이 애썼겠지요? 따돌려지고, 숨어 있어야 하고, 놀림과 평가를 받는 순간들을 견디며 론리를 괴롭히는 사람들만큼 힘없이 당하고 있는 나 자신도 많이 미웠을텐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오늘까지 잘 데리고 살아오느라 고생이 많았어요. 참 잘했고, 고마워요. 누구보다 론리의 마음이 고마워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론리와 저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사는 건 외로운 일인 것 같아요. 내 마음은 나도 잘 모를 때가 많아서 다른 존재로 다른 경험을 하는 다른 이들이 내 마음을 정확하게 알아주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서요. 이 사실이 저에게 위로가 되는 것처럼 론리에게도 그러길 바라요. 론리만 외로운 게 아니에요. 모두가 외로워요. 그리고 론리처럼 그 사실을 인정하고 어렵지만 함께 그 외로움을 같이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다시 제 친구들 이야기를 할게요. A는 회사 동료예요. 제가 입사했을 때 저를 데리고 여러 사업장들을 돌며 다른 회사원들에게 저를 소개시켜 줬어요.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 7년여의 회사 생활 동안 수백 잔의 커피와 서로의 대소사를 축하하는 작은 선물들과 그보다 더 많은 대화로 깊어졌어요. B는 대학원에서 심리상담을 공부하며 만났는데, 10년을 넘게 같은 필드에서 일하며 나눈 이야기들이, 웃음들이, 눈물들이 얼마나 많은지 헤아릴 수도 없고요. C는 제가 사는 동네의 책방 사장님이에요. 독립 출판한 책을 직접 입고하러 서점에 방문하며 처음 만났는데, 그로부터 3년을 넘게 같이 밥 먹고, 보드게임하고, 술 마시고, 여행 다니며 점점 더 가까워졌네요. 최근 몇 년은 제가 리추얼 메이커로 활동하고 있는 밑미에서 만난 인연들이나 독립출판 작가로 만난 다른 작가분들이나 책방지기분들과 즐겁고 편안한 시간을 종종 가지는데 이분들 중에 어떤 분들은 또 더 깊은 우정으로 나아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너무 고맙고 좋고 사랑스러운 사람들이에요.

제 이야기가 론리에게 힌트가 좀 되었나요? 소개팅처럼 작정하고 만나지 않더라도, 내가 일이나 취미나 일상에서의 여러 순간들에서 반복적으로 만나게 되는 인연들이 함께하는 시간이 쌓이며 깊이 있는 관계가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조건이 있지요. 내가 조금씩이라도 점점 마음을 열고 있는 그대로의 내 생각, 감정, 경험을 말해야 하죠. 그래야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내 존재를 수용해 주고 자신의 마음을 여는 상대를 만날 수 있어요. 순서는 반대가 될 수도 있지만, 내가 어쩔 수 있는 건 나뿐이니까요. 그렇게 만나는 사람들의 절반은 잘 안 맞을 거고, 또 몇몇은 잘 맞지만 시절 인연으로 지나갈 거고, 억울하고 속상하고 화나고 어이없고 지루하기도 한 만남들도 있겠지만 몇몇은 오래 남아 서로에게 기댈 곳이 되어 주겠지요. 함께가 지나치고 버거우면 또 혼자 있는 시간으로 돌아가기도 하면서요. 어떻든 나만은 끝까지 내 손을 꼭 잡고 삶의 외로움을 감당하면서요. 외로움과 인간관계라는 주제에서 다른 길이 있을까요?

론리, 딱 지금 할 수 있는 만큼만 마음을 열고, 이왕이면 론리가 좋아하고 하고 싶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함께할 수 있는 곳으로 가봐요. 그곳이, 그 사람들이 좋다 싶으면 계속 가봐요. 조금씩 나의 사회적인 모습을 내려놓고, 한 꺼풀 안의 나를 드러내 봐요. 괜찮으면 조금 더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면서요. 다른 이가 약하고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는 용기를 보일 때는 진심으로 격려해 주면서요. 얼마나 혼자 있어야 하고, 얼마나 함께 있는 게 좋은지는 론리만의 기분을 찾아가면 되겠지요. 요즘에 계속 속으로 다짐하는 말이 있는데요. ‘사랑을 선택하자. 어떤 게 사랑인지 잘 보자. 그리고 할 수 있으면, 사랑을 선택하자.’예요. 론리에게도 부탁하고 싶네요. 론리, 두려움 가운데서도 사랑을 선택할 수 있기를 바라요. 사랑하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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