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멈출 수 없는 여름의 고민

여름의 고민
“별거 아닌 일에도 계속 눈물이 나요.”
기숙사 학교에 다니는 18살 고등학생입니다. 제가 사연을 보내게 된 이유는 울음 때문이에요. 어릴 적엔 부모님이 맞벌이하러 나가셔도 떼도 안 쓰고, 울지도 않았던 착한 아이라고 들었는데, 18살이 된 지금은 너무 쉽게 남의 아픔에 공감하고, 남의 사연에 대신 울고, 스스로가 가장 힘들고 불쌍하다고 생각해 버리는 이상하고 못난 청소년이 되었어요. 초등학생, 중학생 때에는 굉장히 어른스러운 아이라고 칭찬받았어요. 그때는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다른 아이들처럼 유치하게 굴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왜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친구들보다 유치해지고 어려지는 느낌입니다. 별것도 아닌 일에도 그냥 이유 없이 눈물이 나와요. 정말 힘들 때는 눈물이 나오지도 않으면서 왜 자꾸 별일 아닌 일들에 눈물이 펑펑 나는 걸까요? 학교에서는 버틸 수 있다지만 집에 들어오면 이틀을 집에서 펑펑 울다가 다시 기숙사로 돌아가서 일주일을 보내요. 울음을 어떻게 하면 멈출 수 있을까요? 갑자기 나오는 눈물에도 이유가 있나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
“참으면서 울지 않고, 마음껏 울도록 허용해 줘요.
밝게 웃는 나만큼, 울고 화내고 슬픈 나도 사랑해 줘요.”
여름, 반가워요. 자꾸 눈물이 나는 게 고민이네요. 갑자기 원치 않는 울음이 터져 당황스럽기도 하고, 눈물을 멈추고 싶고, 눈물이 나는 이유도 궁금하고요. 우선 잘 왔어요. 환영합니다. 이 답변글을 읽다가도 눈물이 날지도 모르겠네요. 안전하게 마음껏 울 수 있는 곳에서 손수건을 준비하고 읽기를 바라요.
여름은 왜 울까요? 아니, 우리는 왜 울까요? 눈에 들어간 이물질로부터 눈을 보호하고 눈 밖으로 이물질을 흘려보내려고 울고요. 눈물샘이라는 신체기관이 너무 작거나 문제가 생겨도 자주 운대요. 첫째 경우는 자연스럽고요. 둘째 경우에는 수술까지 필요할 수도 있다네요. 이 두 경우가 아니라면 여름은 세 번째 경우인 큰 감정의 신체적 표현으로 울음을 터뜨리는 것 같아요. 슬픔, 분노, 억울함에도 고마움과 감동에도 우리는 눈물을 흘리잖아요. 셋째 경우에도 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열여덟 살의 여름이 스스로 놀랄 만큼 갑자기 펑펑 쏟아지는 눈물을 만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고민글을 바탕으로 한 제 추측은 이래요. 어릴 때 떼도 안 쓰고, 울지도 않으며 어른스럽고 착한 아이로 사느라 꾹 눌렀던 눈물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할 만큼 차올라 흘러넘치고 있는 거예요. 특히 부정적으로 여겨지는 슬픔, 억울함, 무서움, 화남 등의 감정은 이해가 되지 않을 만큼 불쑥 크게 치밀어 올라 그때그때 적절히 표현하기도 어렵고, 씩씩하고 똑똑한 아이일수록 어른들이 좋아하고 칭찬받을 수 있는 행동이 무엇인지 잘 알아서 부정적인 감정들을 꾹 눌러 삼키는 경우가 많아요. 이 과정이 반복되면 나중에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반사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기도 전에 아래로 꾹 눌러버려 없는 셈치는 습관으로 자리 잡기도 하고요. 하지만 제대로 느끼고 표현하지 못한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마음 한구석에 남고 쌓여요. 부정적인 감정을 누를수록 덩달아 긍정적인 감정에도 둔감해지고요. 어쩌면 여름의 어른스러움은 펑펑 엉엉 우는 모습만큼 빵 터지고 까르르 웃는 모습도 잃어버린 시큰둥함인지도 모르겠네요.
어떻게 하면 울음을 멈출 수 있는지 물었죠. 억지로 힘을 주어 참으면 힘만 더 들어요. 머리도 아프고요. 눈물은 또 억압되기만 했다가 또 넘칠 거예요. 한편으로는 이미 잔뜩 울었는데 왜 계속 나오는 걸까 싶을 것 같아요. 눈물을 부정하면서 울어서 그래요. 울었는데 울면 안되는 거였고, 안 울었어야 해서요. 그럼 아무리 울어도 눈물의 효과를 못 봐요. 눈치챘나요? 맞아요. 잘 울면 눈물의 효과를 볼 수 있어요. 그 눈물의 효과 중 하나가 점점 눈물이 줄어들고, 그치게 되는 거라 지금부터 알려주려고요. 어렵지 않으니 몇 가지만 따라 해봐요.
우선 눈물이 핑 돌 때, 참지 말고 충분히 울어요. 안전하게 울 수 있는 곳에 얼른 가서요. 그리고 우는 나를 힘든 일을 겪은 제일 친한 친구나 아픈 반려동물을 대하듯 다정하게 바라봐줘요.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렇게 서럽게 엉엉 울고 있을까. 왜인지도 모를 만큼 긴 시간을 혼자 참고 견디느라 얼마나 외롭고 지쳤을까. 다 이해할 수 없지만 원하는 만큼 울어도 돼. 슬퍼해도 되고, 원망해도 되고, 화내도 돼.’ 하는 마음으로 울음이 자연스레 멎을 때까지 기다려주고, 같이 울어줘요. 자신에게 우는 걸 허용해 줘요. 부정하면서, 참으면서 울지 않고 허용해 주며 울면 그만큼 슬픔이 빠져나가요. 그렇게 조금씩 내 안의 눈물을 흘려보내 주면, 부정적 감정의 수위가 낮아지게 되는 원리예요. 개운하게 울고 난 다음 울음이 터진 상황부터, 어디서 얼마나 울었는지, 울면서 무슨 생각과 감정이 들었는지, 우는 나를 어떻게 돌보고 함께해 줬는지를 기록하면 더욱 효과가 좋고요.
마지막으로 혼자 우는 것보다 함께 울면, 우는 나를 가만히 안아주고 받아들여 주는 사람이 있으면 효과가 훨씬 좋아요. 혹시 울음을 터뜨리고, 눈물을 흘리는 여름을 가족들을 비롯한 어른들이, 함께 어울리는 친구들이 어떻게 볼까 봐 무서운가요? 많이 웃고, 잘 참는 어른스러운 모습만 보이지 않으면 사랑받지 못할까 봐 두려운가요? 참다못해 울음을 터뜨리고 있는 마음에게 울면 안된다고 이를 악무는 여름의 모습이 그려져 마음이 아파요. 고민글만 읽은 제 마음이 그런데 여름 곁에서 혼자 숨어 우는 여름을 지켜보는 여름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요. 얼마나 여름의 슬픔에 함께해 주고, 여름을 안아주고, 여름을 돕고 싶을까요. 지금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용기를 내어 함께 울어보길 바라요. 우리는 밝게 웃는 멋지고 대단한 나뿐 아니라 울고 화내고 초라한 나도 수용 받고 사랑받는 경험이 꼭 필요하거든요. 걱정된다면 교내 상담 선생님을 찾아가서 연습해 보아도 되고요.
여름, 엉엉 우는 아이가 이상한 게 아니라, 굉장히 어른스러운 아이가 슬픈 존재랍니다. 그러니 그동안 울지 못했던 어린 여름들이 이제야 울음을 터뜨리는 지금, 그 아이들을 꼭 안고 함께 울어주길 바라요. 열여덟의 여름도 떼써도 울어도 되는 사람이고요. 혼자 견디지 말고 친구와, 가족과, 어른들과 함께 힘든 시기를 잘 보낼 수 있길 부탁합니다. 밤새 와르르 비 쏟아진 다음 날의 맑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기억하길 바라요.
추신. 상담실에서, 술자리에서, 집에서, 회사에서 이십 대, 삼십 대, 사십 대 할 것 없이 얼마나 많은 어른들이 엉엉 펑펑 주르륵주르륵 울며 사는지 여름에게 보여주고 싶네요. 정말. 잘 울고 잘 웃는 우리를 응원합니다.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이제 정말 안녕.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