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그만보고 솔직해지고 싶은 SIN님의 고민

SIN님의 고민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싶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즐거운 일이나 힘들었던 일과 같이 소소한 내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데 말하는 게 자꾸 망설여져요. 다른 사람들은 잘도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듯 보이는데 제가 다른 사람의 눈치나 기분을 많이 살피는 편이라 그런지 상대방이 듣기 싫어하면 어쩌나 재미있지 않은 이야기면 어쩌나 하는 고민들이 쌓여 입을 열지 않게 되네요. 막상 이야기를 시작하면 횡설수설 된다거나 약간 꾸며낼 때도 있고 과장도 해요. 지나고 나면 그게 뭐라고 그렇게 말했지 하며 솔직하지 못한 스스로가 부끄러워져요. 생각해 보면 얘기를 하는 동시에 상대방의 반응을 유추하며 내가 뱉는 말을 신경 쓰고 조심하는 습관이 깊게 뿌리내린 것 같아요. 어쩌면 내가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니까 남 앞에 나를 드러내기 무서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내가 나를 사랑해 주지 못하니깐 상대방의 반응이 곧 내가 돼버리고 그러니 타인의 의견이 중요해지는 거죠.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있고 타인에 의해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조금 부족하더라도 솔직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거짓투성이인 저를 사랑하기가 힘들어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
“눈치는 신중함과 사려깊음의 표시이기도 해요. 나의 단점만큼 장점도 인정해주고, 조금씩 연습해 볼까요?”
반가워요, SIN. 소문자 ‘sin’이 죄를 뜻한다는 걸 알고 정한 닉네임일까요? 기독교 전통에서 sin은 모든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원죄를 뜻하기도 해요. 갑자기 무슨 말이냐고요? SIN의 고민,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 때 망설여지고, 평가가 두렵고, 어떨 때는 거짓을 섞기도 하는 것은 마치 원죄처럼 모든 사람에게 있는 부분 같아요. 누군가에게는 고민이고, 누군가에게는 별 거 아니기도 하겠지만요.
저는 얼마 전에 지인에게 “나 이번에 새로 독립출판으로 책 낸다. 지난 책은 천 권 인쇄했는데 다 팔아서.” 하지만 사실은 반은 사실이고 반은 거짓이에요. 집에 쌓아뒀던 천 권이 없어진 건 맞지만, 사실 일부는 증정하기도 했고요. 전국의 동네책방들의 책장에서 먼지 쌓이고 있는 재고도 많을 거예요. 자세하게 말하기는 번거롭기도 했지만, 사실은 조금 부풀려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나중에 마음에 걸려 정정했지만요. 이러면 저도 고민하는 쪽인가요?
SIN, 스스로에 대한 확신에 가득 차 타인에 의해 ‘전혀’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없어요. 아마 있어도 가까이하기 싫은 사람일 것 같기도요. 그러니 어떤 이상적인 사람이 있고, SIN이 그 반대편에 있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주세요. 말로 표현하기 전에 내 생각을 살피고, 타인의 반응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신중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 가진 귀한 덕목이에요. 조금 더 솔직하고 편안하게 말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그전에 지금 자신의 부정적인 면뿐 아니라 긍정적인 면도 함께 봐주세요. 나의 긍정성 혹은 강점에 대한 인정이 내게 익숙치 않은 것을 시도할 든든한 받침돌이 됩니다.
신중하고 사려 깊은 SIN, (앞으로 제가 이렇게 부르면 ‘네, 저는 정말 신중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에요’라고 대답해주세요. 연습해볼까요?) 신중하고 사려 깊은 SIN, (‘네, 저는 정말 신중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에요’) 솔직하고 편안하게 말하기를 연습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을 제안합니다. 지속적으로 만나고 있는 친밀한 관계에서 연습하기를 권해요. 한 번 들어보세요.
첫째는 확인하기, 정정하기예요. 말하고 나니 내가 너무 횡설수설 한 것 아닌가 싶을 때는 상대에게 물어보세요. ‘내 말이 어떻게 들려? 내 이런 이런 의도가 잘 전달됐는 지 궁금해.’라고요. 그리고 약간 거짓말을 보태거나 부풀리거나 축소해서 말했다면, 조금 시간이 지났다 하더라도 말이나 메시지 등으로 다시 정정해주세요. ‘이런 이런 이유로 내가 사실과 좀 다르게 말한 것 같아서’와 같은 말을 덧붙여서요. 긴장되는 상황이어서, 잘 보이고 싶어서 등의 이유일 때가 많을 것 같아요. 그만큼 상대와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말인데다 솔직하게 정정까지 하는 신중하고 사려 깊은 SIN(그냥 넘어가려고 한 건 아니죠? 뭐라고 해야 하나요?)에게 상대는 더욱 믿음을 가지게 될 거예요.
둘째는 양해를 구하고 연습하기예요. 친밀하고 안전한 친구와 둘만의 대화에도 좋고요. 온/오프라인의 소규모 독서 모임, 마음 나눔 모임에도 좋아요. 시작부터, 자기소개부터 신중하고 사려 깊은 SIN의 이 고민을 말하고, 솔직하게 말하기 연습을 하고 있으니 혹시 제가 말실수를 하거나 무례하다면 꼭 피드백을 해주면 정말 고맙겠다고 말하는 거예요. 그리고는 여러 생각과 걱정이 들면, 잠깐 멈추고, 지금은 연습하는 시간이니 일단 말해보는 거에요. 아주 소수의 대화라면 SIN의 말이 어땠는 지 피드백을 부탁해도 좋고요. 아마 대부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는 말을 듣겠지만, 그 말이 안 믿기겠지만, 그게 맞을 거예요. 신중하고 사려 깊은 SIN이 자기 검열을 좀 느슨하게 해봤자, 무의식적인 필터링이 꽤 작용할 거라서요. 쉬거나 놀 때도 이성을 못 놓는 사람에게, 마음을 놓고 막 놀고 막 쉬는 연습을 아무리 시켜도, 원래 잘 노는 사람에게는 턱없이 못 미치거든요. 본인은 큰 일인 것처럼 놀라지만요.
이 첫째와 둘째를 상황이 될 때마다 반복 연습해보세요. 그럼 점점 편안하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도 익숙해질 거고, 그 대상도 조금씩 늘어날 거예요. 이제 이 답변글도 정리하려고요. 신중하고 사려 깊은 SIN, 거짓을 멀리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안쓰럽지만, 한편으로는 귀하고 아름다워요. 저는 거짓도 적당히 두르고 잘도 살고 있거든요. 솔직하려는 노력도 하지만, 괴롭지 않을 정도만 하고, 대충 넘어갈 때가 더 많아요. 그러면서 이렇게 고민상담소에서는 온갖 성숙한 척을 하고 있답니다. 제가 그렇게 살고 있어서가 아니라, 이렇게 쓰다 보면 언젠가는 몸에 벨 것 같아서요. 제가 잘나서가 아니라 저도 쉽지 않아서 같이 조금씩 노력해보자고요.
끝으로 SIN, 자신을 사랑해주세요. 어떤 말과 행동과 능력과 성취때문이 아니라, 가장 가까이에서 한 몸으로 같이 살아내고 있는 이유만으로요. 저도 자주 저를 사랑하려고 마음 먹고 말하고 써요. 잘 안돼서요. 하지만 사랑의 힘으로만 우리는 성장할 수 있어요. 언제나 사랑이 먼저예요. 우리 같이 해봐요.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