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사랑하지만 시댁 때문에 헤어지고 싶은 미완결의 고민

미완결의 고민
“남편을 사랑하지만 시부모님을 생각하면 헤어지고 싶어요.”
결혼 4년 차, 남편을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시부모님을 생각하면 차라리 헤어지고 싶어요. 남편과 결혼하면서, 각 가정의 문화가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희 친정은 명절에도 모이지 않을 정도로 부모님이 각자 바쁘시고, 각자 잘 지내면 된다는 주의입니다. 형제들과도 흩어져 살아서 잘 만나지 않고, 저희에게 자식으로서 뭘 바라지 않으십니다.
그런데 시부모님은 많은 형제들과 늘 챙기고 만나며 사셔서 그런지 가족의 도리를 항상 강조하십니다. 자식에게도 바라는 게 많으신 것 같아요. 특히 위의 두 딸보다 아들인 남편과 며느리인 저에게 그런 마음이 크신 것 같아서 점점 부담스럽고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결혼하고 저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남편이 평일에 다른 지역에 있었는데 혼자 평일에 찾아가고 그랬거든요. 그렇게 1년 정도 하니 저도 불편하고 지치더라고요. 지금은 그렇게까지 하지 않는데, 그렇게 애쓴 시간이 후회되고, 뭔가 요구받을 때 심리적으로 너무 괴롭습니다.
최근 시아버님이 크게 아프셔서 2주 정도 병원에 입원해 계셨습니다. 수술 전, 수술하는 날, 수술하시고 찾아뵈었는데 방문 횟수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심지어는 저희 부모님들이 사돈 수술하시는데 연락을 안 했다며 그것도 불평하셨습니다. 다만 저에게 직접적으로는 안 하시고 남편에게 하셨습니다. 남편은 남편대로 제 편을 들면서 부모님과 싸우는데, 모두가 기분도 안 좋고, 저는 솔직히 시부모님들을 앞으로 평생 볼 생각만 하면 차라리 사랑하는 남편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자꾸 듭니다. 어떤 게 지혜일까요. 억지로 옛날 며느리들처럼 참으면서 평생 살 수 없을 것 같아서 조언을 구합니다.

밑미 메이트 박아름송이의 답변
“더 잘하려 노력하는 대신, 내 기준과 경계를 세우는 일을 차근차근 시도해 보세요.”
안녕하세요, 미완결님. 편지 잘 읽었습니다.
저도 결혼 4년 차라 그런지, 미완결님의 고민이 더 깊이 와닿았습니다. 시부모님이라는 관계는 참 어렵지요. 사랑하는 사람의 부모이기에 어느 날 갑자기 더 많은 이해와 애씀을 요구받는 관계가 되고, 그 과정이 결코 자연스럽거나 편안하지만은 않다는 걸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시간들이 있기에 그 간극을 몇 년 만에 메우는 건 더더욱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고요.
적어주신 내용을 보며, 미완결님은 이미 충분히 노력해 오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까지’ 했던 순간들 속에는 마음이 다 따라가지 못했더라도 관계를 위해 애써보려 했던 흔적이 담겨 보입니다. 그래서 지금 더 지치고, 더 억울하고, 더 답답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겠어요. 아무리 채워도 끝이 없는 것 같은 관계 앞에서는 누구라도 그런 마음이 들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먼저 이 말을 꼭 드리고 싶어요. 미완결님은 이미 충분히 하셨어요. 이걸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셨으면 합니다. 지금 마음속에서는 ‘내가 덜 해서 그런가’, ‘조금 더 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계속 올라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관계는 노력의 양으로 해결되는 구조라기보다, 할수록 기준점이 올라가고 결국 더 지치게 되는 방식에 가까워 보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방향을 조금 바꿔봐야 할 때죠. 바로 ‘조금 부족한 상태로 두는 것’을 선택하는 거예요. 아이러니하게도, 그게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하거든요.
미완결님이 생각지도 못하게 새워진 기준은 애초에 다 채워질 수 없기 때문에, 계속 맞추려 할수록 나 자신만 소진되기 쉽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 잘하는 것’이 아니라, 내 기준과 경계를 세우는 일이 중요합니다. 어른들 입장에서는 “그것도 못 하냐”라고 말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것도 못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해요. 각자 지닌 기대치가 다르기 때문에, 당연한 어긋남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어디까지는 할 수 있고, 어디부터는 어렵다’는 나만의 선을 정해보시고, 그 선 안에서 움직여 보세요. 그리고 그 선은 혼자 정하기보다, 남편분과 함께 협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글을 보면 남편분은 미완결님의 편에서 싸워주고 계신 것 같아요. 그것도 분명 큰 힘이지만, 앞으로 남편분이 더 해주셔야 하는 역할은 함께 만든 기준을 잘 전달하는 사람입니다. 감정적으로 부딪히기보다, “우리는 이 정도로 하기로 했어요.” “이건 저희 부부의 기준입니다.”라고 부부끼리 합의된 기준을 전달하는 방식으로요. 그전에 부부 사이에서 구체적인 기준을 먼저 정해봐야겠죠. 방문은 한 달 1~2회, 병원은 중요한 시점 위주로, 명절은 어디까지 함께할지. 이걸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일관되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관계 안에 새로운 기준이 자리 잡게 되거든요.
물론 시부모님 입장에서는 변화가 낯설고 서운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동안의 모습이 기준이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 역시 시간이 필요한 과정입니다. 몇십 년 동안 당연하게 여겨오던 방식이 바뀌는 일이니, 적응하는 데 시간이 드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 상황이 시부모님과 관계를 다시 설정할 수 있는 터닝 포인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동안은 거리를 조절하기보다 애쓰는 방식으로만 관계를 이어오셨기 때문에, 지금의 선택지가 더 극단적으로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관계에는 ‘거리 조절’이라는 단계가 있습니다. 조금 덜 하고, 조금 덜 맞추고, 대신 나를 지키는 방식으로요. 그 과정이 처음에는 어색하고, 때로는 내가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올라올 수도 있지만 그건 관계가 잘못되어 나타나는 신호라기보다,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가는 과정의 한 순간일 가능성이 더 큽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지금 현재 남편분이 미완결님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남편분이 미완결님의 편에서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점은 이 관계 안에서 굉장히 중요한 힘입니다. 관계가 복잡할수록, 문제 자체보다 내 편이 있다는 감각이 상황을 버티게 하기도 하니까요. 시부모님과의 갈등에만 시선을 두기보다, 내 옆에서 함께 풀어보려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로 시선을 조금 옮겨보셔도 좋겠습니다. 오랜 시간 시부모님과 함께 살아온 남편분이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 그 다정한 마음에 조금 기대어 보세요. 지금 느끼고 계신 이 괴로움 때문에, 사랑하는 남편과의 관계까지 포기하는 선택은 결국 또 다른 방식으로 나를 다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 관계에서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것은 ‘며느리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기에, 나를 덜 아프게 하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리고, 지금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행동부터 차근차근 시도해 보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건, 관계에는 완전한 정답이 없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종종 보게 되는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은 말 그대로 ‘이상적인 형태’일 뿐, 실제의 관계는 저마다 다른 모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만나 하나의 관계를 만들어간다는 건, 퍼즐처럼 딱 맞아떨어지기보다 어딘가 어긋나고, 엉성하게 맞춰지는 과정에 더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맞춰가는 시간 속에서 각자의 모양대로 하나의 관계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니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보다는, 천천히 발을 내딛으며 미완결님 가족만의 방식을 만들어가셨으면 합니다. 부디, 지금보다 마음이 조금은 덜 아프고, 조금은 더 편안해지시기를 바랍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밑미 메이트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