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그릇으로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고민되는 동동의 고민

동동님의 고민
"큰 그릇이 아닌 작은 그릇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저는 제가 큰 그릇이 되기를 바라며 살아왔어요. 왠지 될 수 있을 것도 같았거든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했어요. 하지만 무서워하다가 기회를 놓치는 것이 두려워서, 일을 벌이고 버거운 마음으로 따라가다가 포기하길 반복하며 시간을 보내왔어요. 요즘은 큰 그릇이 되지 않아도 저의 작은 그릇에 조그마한 세상만 담을 수 있다고 해도 잘 사는 것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세상은 큰 그릇이 되라고 소리치잖아요. 좋은 대학을 나와서, 좋은 대외활동과 인턴을 하고, 큰 기업에 들어가서 큰일을 하라고 마치 세상이 저를 향해 윽박지르고 있는 것 같아요.
조금 무서운 건 제가 작은 그릇으로 살아가는 삶이 잘 안 그려져요. 이제껏 큰 그릇이 된 나만을 바라며 지내왔거든요… 하지만 이제 더는 도전할 자신이 없어요. 제 길이 아닌 것 같아서 놓아줘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사랑하는, 작은 그릇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행복해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더 큰 그릇이 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해요. 작은 그릇을 갖고 잘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요? 찾아보니 세상엔 작은 그릇이라 할지라도 그 그릇에 무지개를 담고 별을 담아 멋지게 꾸며내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솔직히 지금의 제겐 “너 스스로에 대해 알아봐. 네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해 봐.”라는 말도 버겁게 느껴져요. 동시에 여전히 초라해지고 싶지 않아요. 잘 살고 싶어요. 부족한 저를 인정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게 답인 것 같다가도 제 또래 친구들은 저보다 큰 그릇을 갖고 사회에서 한 사람의 몫을 하기 위해 나아가는데 저는 그러지 못해도 괜찮을지, 그래도 당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데,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
“성공을 지향하는 삶은 살아봤으니,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는 삶도 살아봐요.”
동동, 반가워요. 고민글을 읽으며, 한 명의 작은 그릇으로 답변을 쓰게 되겠다 생각했어요. 그러고보니 ‘동동’은 작은 그릇이 물에 떠 가는 모양 같네요. 시작부터 생각들이 이리저리 튀고 있지만, 흘러가는 물에 몸을 맡기는 마음으로 동동의 질문에 제 작은 생각을 써보려 해요.
큰 그릇이 소위 말하는 사회경제적으로 크게 성공하는 삶이라고 가정해봐도 되겠죠? 상위권 대학과 대기업 혹은 의사, 변호사 코스라던지, 트렌디하고 글로벌한 감각의 사업가라던지, 자기 색깔이 분명하면서도 매력이 넘치는 인플루언서라던지요. 상상력이 부족해서 예시가 상투적이지만 대략 어떤 분야에서든 뛰어나게 눈부신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스포츠나 문화, 예술 쪽에서도 어마어마하게 몸값이 높은 사람들이 있고요. 맞다. 자신의 삶을 지구와 동물과 소수자, 약자와 함께 하는 멋진 활동가들도 있죠. ‘와, 진짜 대단하다’ 싶은.
성공한 이들은 행복할까요?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니, 성공 여부는 행복과 별로 상관이 없을까요? 작은 그릇들이 행복하지 않아 보이는 건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동동도 알고 있을 거예요. 정답은 없다는 걸요.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내가 아니라서 내 삶의 행복을 책임질 수 없고, 나 또한 그들이 아니라서 그들이 정말 보이는 것만큼 행복한 지, 불행한 지는 영영 알 수 없을 거예요. 내가 어떻게 살아야 더 행복할 수 있을 지도 사실은 알 수 없고요. 세상도 빠르게 변하고, 내 환경도 생각도 건강도 관계도 자꾸 바뀔 테니까요. 이 정도면 우리가 행복에 관해 알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서 저는 알 수 없는 미래나 막연한 행복에 대해 고민하는 분을 만나면, 어려운 주제니 충분히 생각하고 찾아가보라고 말해요. 하지만 아마 끝이 없는 평생 과제일 테니 너무 거기에만 매달리지는 말라고도 덧붙여요. 우리에게는 ‘지금’이라는 확실한 삶이 있잖아요. 내 눈 앞의 사람, 풍경, 일에 집중하고, 함께 이야기 하고 웃고, 감탄하는 순간들이요. 그 순간들만이 동동의 삶이에요. 목표는 커도 좋고 작아도 좋아요. 큰 그릇을 열심히 채워가는 순간들이 삶이니까요. 반대로 작은 그릇에 여유롭게 머무르는 순간들도 삶이고요.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 싶을까요. 지금의 동동에게는 큰 일을 하라 윽박지르는 세상과 SNS 속에 화려하게 전시된 정보들과 일부 뛰어난 능력을 가진 친구들의 영향이 너무 큰 것 같아요. 그게 틀렸다가 아니라 동동에게 오랫동안 큰 부담으로 작용해서 피로해져 있는 것 같아요. 그럴 때 필요한 건 쉼이잖아요. 몇 개월이라도 거리를 둘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동동, 버겁다면 큰 그릇을 지향하는 삶도, 내게 맞는 그릇을 정해야 한다는 부담도 좀 내려놓아도 되요. 잔뜩 힘을 준 마음도 풀어놓고, 해야될 일 목록도 일정도 비워놓고요. 그렇게 비워내야 동동이 원하는 삶, 좋아하는 것들도 떠오르고 경험해 볼 자리가 생겨요. 그리고 성공을 지향하는 삶은 살아봤으니,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는 삶도 살아봐요. 동동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다시 성공을 지향해도 되고요. 어떤 방향으로도 미래의 동동을 제한할 필요는 없어요.
저는 요즘 잔잔하게 흘러가는 삶이 목표예요. 수입의 확대가 아니라 즐겁고 편안한 시간, 다정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늘려가고 있어요. 제가 행복한 순간으로 조금씩 더 제 삶을 채우고 있어요. 제가 아는 가장 소소한 즐거움 속에 사는 사람들은 바로 작은 책방의 사장님들인데요. 수년을 운영해도 월세 내고 나면 생활비도 빠듯하고, 팔리는 책보다 들이는 책이 늘 더 많고, 미래에 대한 보장도 없는 그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할 거래요. 좋아서요. 함께 이야기하다보면 허허 웃음이 난답니다. 이 글이 동동에게 작은 힌트가 되면 좋겠네요. 동동, 살고 싶은 삶을 이상적인 형태로 미래로 미루지 말고, 가능한 형태로 오늘 사세요. 김연자님이 부릅니다. 아모르 파티, 인생은 지금이야!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