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과 완벽을 내려놓고 여유로워졌어요." 언정의 리추얼 이야기

"강박과 완벽을 내려놓고 여유로워졌어요."
Interview by 소하
Q. 언정님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하고 싶은 게 많아서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사람, 그래서 회고하는 언정입니다.
Q. 밑미 리추얼을 어떻게 알고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밑미는 21년인가, 초창기 때부터 알고 있고 지켜보고 있었어요. 그때 루틴 만드는 것이 유행이었고 저도 해보고 싶었는데, 아직 학생일 때라 리추얼 금액이 너무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루틴 만드는 것은 혼자서 잘하고 있던 터라 친구들을 모아서 각자 루틴을 인증하는 모임을 2기 정도 운영했었어요. 저도 처음 누군가를 이끌어야 하고 미숙하다 보니 어렵더라고요. 이후에 잊고 있다가 강원도 여행 갔을 때 책방에서 해리님(메이커) 책을 우연히 구매하게 되었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던 때였는데 해리님의 상황이 저랑 비슷했어요.
저는 콘텐츠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회사에서 그 일을 하지 못하고 있었고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을 계속하고 있었어요. 저도 해리님이랑 비슷하게 문화재단 축제팀에서 일을 처음으로 시작했고 홍보팀에 있기도 했어서 해리님을 롤모델 삼기로 했어요. 북페어에 해리님 사인을 받으러 가기도 했고요. 그러다가 해리님이 리추얼을 시작하는 소식을 듣고 밑미도 알고 있었기에 해리님이랑 친해지고 싶었고 도움을 받고 싶어서 신청했어요.
Q. ‘내가 좋아하는 일의 한 장면’ 리추얼을 하신지 얼마나 되셨나요? 일 고민을 계속하다가 치어리더를 하게 되었나요?
23년 7월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리추얼을 시작할 때 일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퇴사한다고 회사에 막 말을 꺼내던 시기였어요. 물론 퇴사를 하지 않고 팀을 옮기게 되었고 지금은 퇴사하고 쉬는 중이에요.
치어리더는 해리님이 권유해 주셨는데 처음에는 조금 부담스러웠어요. 스스로가 완벽주의가 너무 심하고 어떤 역할을 하게 되면 쓸모 있게, 역할을 받은 만큼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처음에는 졸려서 눈이 감기는데도 맨날 인증하고 그랬어요. 제가 좋아하는 밑미 리추얼의 가장 좋아하는 정신은 리추얼은 챌린지가 아니라는 건데 치어리더니까 열심히 해야한다고 생각해서 챌린지처럼 하게 되더라고요. 해리님은 리추얼을 매일매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시기보다 리추얼을 하는데 의의를 두고 한 번이라도 리추얼을 해보는 것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세요. 그런 모습을 보고 치어리더로써도 마음이 편해졌어요. 만약 해리님이 저와 비슷한 성격이었다면 계속 못 했을 것 같아요.
(지금은 편해졌나요?)
네, 오히려 누가 치어리더인지 모를 만큼 메이트님들이 많이 댓글을 달아주시기도 하고, 서로 응원하는 문화가 있어서 부담이 조금 덜한 것 같아요.
Q. 리추얼을 통해 언정님은 좋아하는 일의 한 장면을 찾았는지 궁금해요.
저는 무언가 몰두하고 창작하는 일을 좋아한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뿌듯했던 순간을 돌아보면 글을 썼던 순간이나 무언가 해낸 결과물이 보이는 순간들이더라고요. 또 다른 좋아하는 장면은 조직에서 어떤 역할을 잘 해냈을 때, 쓸모 있는 사람이 된 순간도 뿌듯하다고 기록을 많이 했어요.
요즘은 이런 장면 외에도 저를 넓게 열어두고 관찰하는 중이에요. 그동안 하고 싶은 일을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가 너답다 라고 하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오히려 그 말 안에 내가 갇혀 있는 것은 아닐까 편견이지 않을까 싶어서 하고 싶은 것을 한계 없이, 적당한 범위 없이 이전에 저답지 않은 것들까지 생각을 펼쳐보고 있어요.

Q. 리추얼을 통해 발견한 언정님의 변화가 있나요?
가장 큰 부분은 여유로워진 거예요. 강박과 완벽이 심한 저에게 매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문화는 여유를 배울 수 있게 해줬어요. 리추얼에 인증글은 한 번도 안 쓰시지만 회고 미팅에만 참여하는 분이 있었는데 리추얼 기간 동안 깨달은 것, 느낀 것에 대해 명언을 대방출하고 가셨어요. 메이커인 해리님도 매일매일 인증글을 쓰는 편이 아니시기도 하고요. 그런 것을 보면서 매일매일 해야만 한다는 강박적인 생각을 가질 필요가 없구나 깨달았어요.
일과 관련해서는 회고하는 습관이 크게 잡혔고 회고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기 때문에 고민이 생겼을 때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질문하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정답은 아닐 수 있지만 지금 나에게 어떤 질문이 필요한지 찾아보고 많이 질문해요. 리추얼에서 해리님이 제공해 주시는 템플릿 예시가 있는데 저랑 잘 맞았어요. 일의 장면에 대해 디깅할 수 있는 질문들이 있어요. 오늘 했던 일들은 무엇인지, 의미 있었던 것은 무엇인지, 어떤 것을 경험했는지 등등의 내용이 있어요. 저는 더 많은 질문이 있는 월말 회고를 더 좋아해요. 리추얼을 하면서 질문에 대답을 하는 것을 훈련한 것 같아요. 처음에는 해리님이 만들어 주신 질문을 사용했지만 이제는 나에게 필요한 질문을 스스로 만들 수도 있고 익숙해진 것이 큰 변화예요.
Q. 새로운 도전, 나답지 않은 행동을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언정님에게 나답지 않은 행동은 무엇인가요?
저는 규칙적이고 건강한 삶을 살려고 노력했어요. 저답지 않은 행동은 하루 종일 누워서 쇼츠 보고 TV 보고, 음식 먹고 바로 눕고 그런 것인데, 지금의 저에게는 그런 나답지 않은 행동이 너무 필요해요.
(많은 사람들이 하루 종일 누워있다가 아무것도 못 했다고 자책하는 경우가 있는데 언정님은 반대인 거네요?)
솔직히 말하면 5년 전부터 저만의 루틴을 만들고 열심히 살았지 그전에는 누워 있었어요. 원래 그런 사람인데 사람들에게 비춰지는 모습이 건강하고 활동적이다 보니 계속 유지하려 많이 긴장하면서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적인 생각을 계속하면서 살아온 거예요. 건강하지 않은 삶을 사는 저를 보면 한심해요. 더 솔직히 말하면 리추얼 하면서 좋았던 점이 스스로가 솔직해졌다는 거예요. 일기를 쓸 때도 사람들은 거짓말을 한다고 하잖아요. 저도 그렇게 살았던 것 같은데 리추얼을 하고 기록을 쌓으면서 솔직한 저의 마음을 알 수 있게 되었어요. 건강하게 열심히 살려고 하는 것도 나고, 가끔은 덜 열심히 살고 누워 있는 것도 나일 수 있는데 정해놓은 규칙을 지키지 않는 나를 인정해 주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스스로 이렇게 살아도 괜찮다고 자주 말해주고 있어요.
아, 저답지 않게 계획 없이 시도했던 일이 있어요. 리추얼 메이트님 중 만다라트를 작성하신 분이 있어서 감명받아 쿠팡에서 주문을 했는데 종이가 너무 많더라고요. 단골 카페 사장님에게 만다라트 작성하는 모임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해서 카페 쉬는 날 모임을 했어요. 저도 잘 모르지만 모임 전날 열심히 공부해서 해봤는데 완벽주의를 내려놓고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던 경험이 있어요.


Q. 언정님은 이번 ‘오프더레코드’ 전시 크루로 참여했다고 들었어요. 어쩌다 크루로 신청하게 되었어요?.
10월에 퇴사를 했어요. 퇴사 결심한 시점에 전시 크루 모집을 봤어요. 퇴사 후에 뭐라도 해야 한다는 의지가 있었고 저도 ‘오프더레코드’ 전시에 작품을 제출한 메이트이기도 해서 내가 참여한 전시에 크루를 모집하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직관적으로 떠올랐던 것 같아요. 크루로 전시장에 가면 다양한 이야기를 볼 수 있겠구나 싶기도 했고요.
Q. 언정님은 전시 참여 메이트로이자 크루였어요. 어떤 역할로 참여했나요?
‘오프더레코드’ 전시 크루는 지층의 야마하 담당, 1층의 체크인 안내, 체크인, 2층의 전시장 담당이 있어요. 3주 동안 돌아가면서 모든 역할을 했지만, 관람객들을 가장 먼저 만나고 환영해 주는 체크인 안내 역할을 가장 많이 했어요.
(체크인 안내 역할은 어땠어요? 관람객들이 언제 올지 모르고 계속 오는 편이라 쉬운 역할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크루를 신청할 때 하고 싶은 분야를 신청할 수 있었어요. 사람들과 많이 말하는 역할, 만들기 역할 등등 있었는데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전시 체크인 키트 제작에도 참여하고 체크인 안내 역할을 배정 받았는데 만족했어요.
일을 할 때 저는 명예와 사명감이 중요해요. 이것도 리추얼을 하면서 발견했어요. 어떤 일을 할 때 자부심이 있도록 저만의 철학과 기준을 둬요. 남들은 그냥 신발 정리라고 생각하지만 관람객 입장에서는 전시에 입장해서 처음 만나는 공간이라 더럽거나 어지럽혀져 있으면 첫 경험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무조건 신발 정리는 신발장에 넣어두기, 손님이 신발장에 신발을 넣지 않으면 몇 번 자리에 넣어달라고 콕 집어서 이야기하기 등 저만의 기준을 가지고 통제하면서 최대한 좋은 경험을 주고 싶어요. 그리고 관람객이 없는 시간에는 책을 읽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까워서 책을 읽었지만 관람객이 보기에 핸드폰을 하고 있는 것보다 책을 읽는 게 더 좋아 보일 것 같기도 했어요. (엇, 혹시 책 읽는 척만 했던 거 아니에요? ㅎㅎ) 같은 페이지를 여러 번 읽은 적도 있었어요. ㅎㅎ 스스로 역할에 대해 그런 철학과 사명감을 가지고 하니 잘 정리되어 있을 때 뿌듯하더라고요.

Q. 역할에 대해 스스로 기준과 철학을 만드는 언정님이 멋있어요. 전시 참여 메이트 입장과 크루 입장에서 바라본 전시는 다른 느낌일 것 같아요. 언정님의 시선이 궁금해요.
메이트로서 가장 기뻤던 순간은 첫 댓글을 달렸을 때예요. 전시장 제 밑 자리에 있던 메이트님이 제 기록을 보고 댓글을 달아주셨어요. 제 작품의 제목을 밑미팀에서 뽑아주신 게 감사했어요. 작품 제목이 ‘팀장님은 보면 안 되는, 지금의 나의 일을 탐구한 기록’인데 전시 크루들도 제목 때문에 눈이 가는 것 같다고 많이 이야기해줬어요. 제 기록에 대한 평가가 아닌 댓글을 받아서 뿌듯했었고 메이트로서 다른 메이트들의 기록을 많이 보면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내 이야기는 아니지만 서로의 이야기가 겹치는 부분도 많고 나의 이야기도 누군가에게 닿아서 전혀 다른 고민거리에 생뚱맞은 해답을 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다른 메이트님의 전혀 다른 고민에 대한 답에서 저의 문제에 대한 힌트를 얻기도 해서 무척 재미있었어요. 리추얼 방식도 이렇게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개선점 같은 부분도 많이 발견해서 엄청 좋아서 두 번이나 예약하고 갔어요.
전시 크루의 입장에서는 기억에 남는 손님이 두 분 정도 있어요. 한 분은 밑미를 전혀 모르고 워크인(예약하지 않고 방문 신청)으로 오신 분인데 전시가 인상 깊으셨나 봐요. 밑미가 뭐고, 오프더레코드가 무엇인지 차이점을 잘 모르겠다고 하셔서 제 리추얼 인증글을 보여드리면서 너무 좋다고 설명해 드렸어요. 리추얼을 오래 했으니까 가능했던 것 같아요. 그분이 관심을 가지셨던 것이 김신지 메이커님의 행복의 ㅎ 찾기였는데 먼저 리추얼을 경험한 사람의 입장으로 언제 리추얼을 시작할 수 있는지 좋은 것을 알려주는 마음으로 알려드렸고 영업도 성공해서 행복의 ㅎ 찾기 키트도 판매했어요. 전시를 보고 감명받으신 분이 무언가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과정에서 제가 역할을 했다는 것이 크루로써 엄청 뿌듯했어요.
다른 한 분은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님이셨는데 이분도 워크인으로 오셨었어요. 이런 전시는 왜 했는지, 누가 했는지 전시 기획 관련해서 많이 물어보셨어요. 제가 상세히 대답해 드리기 조금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분이 여러 가지 말씀을 하시면서 기성세대로서 이렇게 나를 알아보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이전에 없었던 것에 대해 미안하고 고맙다고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제가 기획하고 전시를 만든 것도 아닌데 괜히 뿌듯해서 엄청 호응해드렸던 기억이 있어요.
굵직한 기억은 두 분이 있고 사소하게는 방해꾼 테스트를 해보니 맞는 것 같다, 전시 이런 게 좋다 등의 이야기를 들을 때도 뿌듯했었고 n번째 방문자들도 보여서 전시가 인상 깊으셔서 또 오셨구나 했던 순간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크루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하세요?)
재밌었고 다른 크루원들과 이야기하며 얻은 것도 많아요. 착하고 재미있고 배울 점이 많은 동료들을 만나서 사람을 얻었어요.
Q. 인터뷰를 보는 분들께 언정님이 하고 계신 리추얼 <나다운 일을 실험하는, 일 기록 마을>을 소개해 주세요.
일이 중요하고, 잘하고 싶은 사람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고 그런 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리추얼에 모여있어요. 리추얼에서는 즐겁게 일하는 방법의 밑바탕을 만드는 작업을 할 수 있고, 세상에서 말하는 돈 버는 일보다 더 넓은 범위의 시도, 일 실험과 같이 넓은 범위의 일을 하며 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것들에 관심 있는 분이 있다면 환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언정님에게 리추얼이란 무엇인가요?
나를 돌보는 일이자 여유를 갖게 해주는 시간이에요.
완벽주의와 통제, 강박의 모습이 스스로에게 있음을 발견하고 열심히 하는 나도, 열심히 하지 않는 나도 나의 모습이라고 인정하려 노력하는 언정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열정적으로 응원하고 싶어졌습니다. 더 잘해야한다, 더 잘 살아야한다고 생각하지만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모르고 앞만 보고 달려가는 많은 분들에게 언정님이 스스로의 결계를 깨고 시도하고 리추얼로 질문하며 회고하는 과정이 응원이자 용기가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