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이 아닌 욕심을 내려놓고, 자잘한 재미들 속에서 살아갑니다." 심리상담사 슝슝 인터뷰
"내 것이 아닌 욕심을 내려놓고, 자잘한 재미들 속에서 살아갑니다."
- 심리상담사 슝슝 -

슝슝을 처음 만난 건 밑미 서비스를 준비하던 2020년 초반이에요. 심리상담사라고 소개받았는데 건네받은 명함에 “사는재미연구소”라고 적혀있는 걸 보고는 왠지 내가 생각했던 심리상담사와는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요. 어쩌면 그게 슝슝과 밑미가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해올 수 있었던 이유일런지도 모르겠어요. 크게 돈이 되거나 성공을 보장해 주지는 않더라도, 내가 좋아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마음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공통의 원동력이었으니까요. 오늘 인터뷰에서는 메이트분들이 슝슝에게 궁금하다고 했던 내용, 그리고 밑미레터를 만드는 은지와 루시가 슝슝에게 궁금했던 내용을 물어보고 답변했어요. 내 것이 아닌 욕심을 내려놓고, 자잘한 재미들 속에서 살아가는 심리상담사 슝슝의 이야기를 이제 시작해 볼까요?
Q. 슝슝님을 볼 때마다 자신에게 맞는 일을 너무 잘 찾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심리상담에 관심을 갖고 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어릴 때부터 책 읽기와 이야기 듣기를 좋아했어요. 읽고 쓰는 삶을 살고 싶어 대학 전공은 국문과로 했는데, 동시에 더 잘 듣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학교에 있는 심리상담 과목들을 들으러 다녔어요. 그러다 글로는 먹고 살기 힘들겠는데 싶어서 그럼 다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일지 생각해 보니 심리상담이 있더라고요. 대학원에 진학했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심리상담사로 살아오고 있네요.
Q. 고민상담소 답변글을 보면 나를 미워하던 과거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소소하게 하면서 현재를 즐기는 지금으로 건너오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슝슝님의 이런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어요. 슝슝님은 어떻게 과거의 삶에서 지금의 삶으로 건너오셨나요?
저는 체력도 심력도 꽤 약한 사람이에요. 끈기도 약하고요. 억지로 참으면 몸이 파업해 버려요. 그러니 성인이 되고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커질수록 성장과 성공을 목표로 경쟁하는 삶이 너무 버겁더라고요. 그 삶에 부적응하는 내 자신도 너무 싫고요. 조용하고 순응적인 성격이었지만 속에는 화가 아주 많았어요. 이대로는 누굴 죽이거나 내가 죽겠다 싶어서 삼십 대 내내 이리저리 헤매며 내 안에 있지만 나를 억압하는 것들과 내 안에서 나를 돕는 것들을 구분하는 작업을 한 것 같아요. 그때 내 안의 욕심도 주위의 기대도 많이 내려놓았어요. 대부분 내 것이 아니더라고요. 큰일도 안 나고요. 몸도 마음도 가볍고요.
Q. 슝슝님 안에 화가 많았다는 게 잘 상상이 되지 않아요. 화라는 감정은 스스로 조정하기 쉽지 않은 감정인 것 같아요. 지혜롭게 화를 내야지 싶다가도 막상 상황이 되면 감정이 올라와서 그르치게 되는 경우도 많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화가 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잖아요.
저도 많이 참는 편인데, 폭발도 자주 했어요. 그것도 가장 가깝고 약한 이들에게요. 지금은 참기보다는 흘려보내는 것 같아요. ‘그럴 수도 있지’ ‘바쁜가 보다’ ‘힘든가 보다’ 해요. 그래도 화날 때도 있죠. 그럴 때도 주로 혼자 해결해요. 장소를 옮기고 기분을 전환해요. 필요하다면 감정이 편안해졌을 때 요청하거나 부탁해요. 당연히 실패해서 화내고 자책하고 한참을 가라앉아 있기도 합니다. 그럴 땐 좀 시간이 지나고 나서 나에게 ‘그럴 수도 있지’ 말해줘요. 그리고 흘려보내요(흘려보내려고 애써요).
Q. 감정을 잘 흘려보내는 것, 기억해야겠어요. 사실 슝슝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글을 통해 느껴지는 다정함인 것 같아요. 슝슝님께 질문을 보내오신 분들 중에서도 슝슝님 글에서 늘 느껴지는 인간에 대한 다정함을 배우고 싶다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다정함은 후천적인 노력으로 배울 수 있는 걸까요?
저의 친절한 말투는 모두 연습의 결과예요. 힘도 없고 재미도 없는 아이의 생존 전략이었죠. 요즘에는 체력이 모자라서 선택적으로 다정하거나 무심해요. 글 속에서는 마음껏 다정할 수 있어서 좋아요. 고민을 보내는 분들에게 드릴 수 있는 게 그것 뿐이기도 하고요. 다정함은 튼튼한 몸과 여유로운 마음에서만 사는 것 같아요. 그다음은 연습이죠. 그리고 이건 사실 비밀인데 글이기 때문에 좀 더 다정할 수 있는 면도 분명히 있어요. 글을 보내온 사람과 저 사이에는 거리가 있잖아요. 그래서 어찌 보면 좀 더 쉽게 다정해질 수 있기도 해요. 오히려 너무 가까이 있거나, 그 사람에 대해 모두 알고 있으면 다정해지기가 어려울 때도 있죠. 저도 그렇고요. 그래도 연습하려고 노력하지만 또 너무 노력해서 나를 힘들게 하지는 않으려 해요.
Q. 4년간 고민상담소를 통해 많은 고민들을 만나셨잖아요. 처음 시작하셨을 때의 슝슝님과 지금의 슝슝님은 어떤 점이 달라지셨을지 궁금해요.
제 삶의 방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처음에는 긴장도 많이 했고, 부담도 컸어요. 점점 다른 분들의 다양한 고민들에 답하고 답하며 제 가치관이나 생각이 더 정리되고 선명해졌어요. 대면보다 글 속에서 내가 더 편안하게 존재하는구나 배웠고요. 더 지식이 많아지거나 유능해진 건 아닌데, 좀 더 유연해졌어요. 답변에 쓴 대로 나도 살아야지 다짐하는 게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거절도 좀 잘하고요. 여유로운 시간도 고집도 체중도 꽤 늘었네요.
Q. 맞아요. 초반의 답변글에는 조금 더 힘이 들어가 있었는데, 점점 유연하고 편안해진 게 글에서도 느껴졌어요. 슝슝님은 매주 누군가의 고민에 답변을 해주시잖아요. 혹시 슝슝도 고민이 될 때 질문하는 어른이 있나요? 아니면 고민이 있을 때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요.
제 답변에는 공감과 위로는 있어도 정보는 거의 없어요. 자기에 대한 정보는 자신이 제일 많으니까요. 외부에서 도움을 받더라도 가장 나에게 맞는 해결책은 결국 내 안에서 찾는 것 같아요. 저는 고민이 생기면 가까운 지인이나 동료들과 대화하면서 저를 제한하고 있는 불안이나 긴장, 부정적인 생각 등을 풀어내려고 해요. 그들의 공감과 위로, 믿음과 지지를 통해 나에 대한 믿음을 회복해요. 그렇게만 되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 지는 이미 알고 있더라고요. 결국 제가 해야 할 일이고요.
Q. 슝슝님의 책 관련해서도 궁금해하는 분들이 계셨어요. 고민상담소 책 <급할 것도 없고요, 정답도 없습니다>가 좋았다고들 해주셨어요. 슝슝님은 독립 서점도 좋아하고, 책 읽고 글 쓰는 걸 좋아하시잖아요. 혹시 근 미래에 또 다른 책 출간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해요.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저도 고민상담소 책 정말 좋아해요. 정말 뛰어난 편집자님과 함께 저의 부드러움과 은지님의 명쾌함을 정성껏 눌러 담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완전 만족해 버렸어요. 그 후로도 ‘Dear You!’라는 이름의 꼬깜북을 만들었어요. 고민상담소로 받은 별하나님의 이야기와 제 답변으로 만든 미니북인데, A4 한 장을 32등분으로 접어서 하나하나 만들고 있어요. 몇 개의 답변들을 더 골라서 시리즈로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이 있네요.

Q. 지금까지 수많은 고민사연들을 만나셨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이 있나요?
위에서 말한 별하나님의 이야기예요. ‘나보다 타인의 욕구를 늘 우선시하는 나에게 서운해요’로 시작하는 고민글과 제 답변인데, 밑미 게시판에 올라간 제 답변에 별하나님이 장문의 댓글로 답장을 보내주셨어요. 고마움과 따듯함으로 한참이나 가슴이 벅차고 뭉클했어요. 그래서 꼬깜북으로 만들었고요. 사실 사연과 답변들은 모두 기억이 잘 안 나요. 지나갔죠. 다만 고민을 안고 힘들었던 사연자들이 지금은 조금 더 편안하고 자유롭게 살고 있길 바라요.
(별하나님의 고민과 슝슝의 답변, 답변에 남겨진 별하나님의 댓글은 여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Q. 슝슝님은 밑미에서 리추얼메이커로도 활동하고 계시잖아요. <나를 껴안는 글쓰기> 리추얼과 <매일 다정한 쪽지쓰기> 리추얼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 리추얼을 통해 어떤 것들을 경험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시작은 늘 ‘재밌겠다 해보자’예요. <나껴글>은 기꺼이 자신의 인생과 마음을 생생하게 나눠주시는 메이트분들 때문에 제가 인류애를 회복하는 시간으로 삼고요. <매다쪽>은 덕분에 미래의 내가 언제든 열어볼 수 있는 편지들로 가득 찬 커다란 보물 상자를 갖게 됐어요. 대부분 제가 저에게 쓴 쪽지들이라는 게 좀 민망하지만요. 아마 자신에게 받은 러브레터가 저보다 많은 사람은 없지 않을까요? (웃음) 그걸로도 ‘Dear Me!’ 라는 이름의 꼬깜북을 만들었어요. 얼마 전에 글쓰기 수업하며 거기에 실린 편지 세 통을 하나하나 읽었어요. 혼자만 뭉클하고 울컥한 줄 알았는데 긴 박수를 받아서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답니다.
Q. 슝슝님은 정말 삶의 소소한 즐거움과 다정함을 잘 챙기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요즘 슝슝님의 삶에서 가장 즐거운 일은 뭔가요?
‘가장’이라고 할 만큼 자극이 센 일이 별로 없어요. 에세이나 시집 읽거나 웹툰, 애니, 영화 보거나 도서관, 책방을 거닐거나 산책도 하고 수영도 하고 음악도 팟캐스트도 듣고 편안한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도 하고 보드게임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리추얼 글 읽으면서 울고 웃고 꼬깜북 자르고 접고 붙이고…, 쉽게 자주 자잘한 재미들 속에서 삽니다.
Q. 마지막으로 슝슝님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더 편안하게 즐겁게 자유롭게 사는 방향으로 가려고요. 뭘 더할까 보다는 뭘 그만할까 생각 중이에요. 비운 시간에 수영을 열심히 다녀서 체력을 올리는 게 지금의 계획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