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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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인터뷰2024.11.09 · 읽는 데 10

"작고 소중한 순간들을 그리며 번아웃을 극복할 수 있었어요." 윤경의 리추얼 이야기

리추얼을 하면서 하루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재해석을 하다 보면 화날 일도 차분히 가라앉고 정리가 돼요.

Interview by 소하

Q. 윤경님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저는 23년 차 변리사이자 21년부터 매일 그림 그리는 밑미 리추얼로 번아웃을 극복하고 그림으로 단체 전시회와 개인전 전시회까지 한 윤경입니다.

Q. 밑미 리추얼을 어떻게 알고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초등학교 친구가 밑미 초창기 유저라 밑미에 대해서 알고 있었어요. 저는 의류 직물학과를 전공했어요. 취직이 잘 된다고 해서 지원했지만 전공 수업을 다른 과 수업을 들을 정도로 그림 그리는 것이 싫었어요. 지금은 계속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요.

오랜 기간 일을 하다 번아웃이 왔고, 번아웃을 극복하려 정말 많은 것들을 시도했어요. 운동, 골프, 요가, 밑미에서 노래 부르는 리추얼, 음악 듣고 글쓰는 리추얼, 김미경 선생님의 열정대학에서 활동도 하고.. 정말 많은 것을 했는데 번아웃 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어요. 그때 회사 옆자리 디자이너 친구가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려보라고 권해줬어요. 저는 예전에도 그림 그리기를 싫어해서 안 하겠다고 싫다고 했는데 파워포인트를 잘 쓰는 것처럼 비슷하게 하면 되니까 해보라고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하다가 안 되면 아이들에게 아이패드를 줘야겠다 생각하며 아이패드를 사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밑미가 생각나서 롤리님(메이커)이 하시는 그림 그리는 리추얼을 신청했어요.

Q. 번아웃 극복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봤는데 도움이 안 되었다고 하셨어요. 그림 그리는 리추얼은 어땠나요?

좋았어요. 보통 그림을 그리려면 무엇을 그릴지 결정하는 게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어려워요. 하지만 리추얼은 그림을 잘 그려야 하는 것은 아니니 어렸을 때 그림 일기 쓰듯이 해보자 생각하니 어렵지 않았어요. 매일 밤 리추얼 시간을 정해두고 하루를 돌아보며 그림을 그렸어요. 괴로운 일 보다는 즐거웠던 순간을 그리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누군가 사준 커피가 맛있어서 커피잔 하나를 그리고 간단하게 글을 썼어요. 제 인증글에 리추얼 멤버들이 따뜻한 댓글을 달아주시고 응원해 주니까 리추얼로 그림 그리는 것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리추얼을 하면서 하루를 돌아보면 안 좋았던 일들도 다시 되짚어 해석을 하면서 생각보다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고 발견하면서 컨디션이 좋아졌죠. 그래서 리추얼을 꽤 오랫동안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리추얼을 3년 정도 하셨다고 들었는데 리추얼 연차에 따라 경험하고 느끼는 것들이 다를 것 같아요. 리추얼을 처음 시작했을 때와 지속적으로 리추얼을 이어갔을 때, 어떤 경험을 했고 느꼈는지 궁금해요.

저는 밑미에서 배운 것을 인스타그램을 가져왔던 것 같아요. 롤리님 리추얼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에게 댓글을 달아줬어요. 댓글도 써보지 않은 사람은 계속 댓글을 쓸 수 없어요. 리추얼을 하면서 저에게 댓글을 달아주는 것들을 보고 저도 다른 분들에게 댓글을 달아주면서 소통하는 것을 배웠어요.

밑미에서 세바시와 함께하는 3개월짜리 프로그램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제가 치어리더 같은 역할을 했었는데 사람들이 댓글을 잘 달지 않아서 먼저 경험해 봤다고 사람들에게 서로 댓글을 달아주면 좋아하니까 해보자고 했었어요. 밑미에서 배운 건 누군가의 글에 반응을 하고 응원하는 것 자체가 좋다는 것이었고 특별한 의도나 대가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서 계속할 수 있었어요.

동주 작가님(메이커)도 그렇고, 롤리님도 그렇고 그림을 계속 그리려면 SNS를 만들고 친구를 맺어서 응원을 하는게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인스타그램을 만들고 리추얼 인증을 했던 그림을 계속 같이 올렸죠. 덕분에 리추얼 안에서만 머물렀던 그림이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될 수 있었어요. 밑미에서 배웠던 응원도 인스타그램에서 해볼 수 있었어요. 다른 사람 계정에 그림을 꾸준히 올리는데 댓글이 없는 것을 보고 댓글을 하나 남기거나 흔적을 남기고 오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림 그리는 작가들과 친구가 되더라고요. 댓글로 응원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 더 넓은 세상에서 소통하게 되었어요.



Q. 그림을 그리는 리추얼이라고 하면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리추얼에서도 그림 그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걸 기대하는 분들도 있고요. 윤경님은 어떠셨어요?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싫어하지는 않았는데 대학에서 누드 크로키를 한 적이 있었어요. 저는 미술학원을 다녀본 적이 없었고 누드 크로키 자체를 알지 못했어서 충격이었어요. 누드 모델이 와서 포즈를 취하는 것도, 학기 초라서 날씨가 추운데 누드인 것도 불편했고 크로키는 빨리 그려야하는데 사람의 포즈가 계속 바뀌니까 사람을 어떻게 그려야하는지 제대로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어려웠어요. 이런 부분들이 쌓이면서 그림 그리기와 마음의 거리가 생겼던 것 같아요.

리추얼을 하면서 그림 그리기에 대한 부담을 많이 덜어낼 수 있었어요. 스케치를 하지 말고 그림을 그려봐라, 망친 그림 같아도 찢지 말고 완성하면 티가 안난다 등. 리추얼에서 들었던 말들을 기억하며 망친 그림을 찢고 싶어도 꾹 참기도 하고 스케치 없이 바로 펜으로 그림을 그려보기도 했어요. 리추얼에선 이렇게 그림을 그려야한다는 기준이 없으니 부담없이 계속 하게 되더라고요.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면 너무 말끔하게 지워지니까 자꾸 지우고 고치고 싶어지는데 종이에 그림을 그리면 하나의 재료로 그냥 그리게 돼요. 리추얼이니까 너무 오랫동안 계속 수정하면서 그리지 않게 되기도 하고요. 하나의 그림을 끝내야 다른 그림을 수 있으니, 리추얼로 30분만 그리자고 시간을 넘기지 말자고 하다보니 계속 쌓이게 되었어요.

리추얼을 계속하다가 미술 치료사를 양성하는 기관에서 그림을 배웠어요. 코로나 시기에 온라인으로 그림을 배웠는데 수채화, 정물화, 유화 이런 것들은 유튜브 같은 곳이 훨씬 잘 가르쳐준다고 그냥 마음에 있는 것을 표현하는 것을 알려주셨어요. 모든 사람들은 자기 그림이 제일 못 그렸다고 해요. 우리는 그림이면 이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각자의 기준이 있는 것 같아요. 그 프레임 안에 맞아야 잘 그린다고 생각하니까 내 그림이 그 기준에 맞지 않으면 못 그린다고 생각하는 듯 해요. 저도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색연필화를 그렸고 바탕을 색칠하지 않았거든요. 바탕을 채워야만 그림이 되는 것이 아니니 그냥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Q. 리추얼이라서 그냥 계속 그릴 수 있다는 것이 그림을 잘 그려야만 한다는 마음을 내려놓게 도와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리추얼을 하시면서 기억남는 인증글 혹은 댓글이나 메이트가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시간이 꽤 지나서 댓글이 구체적으로 생각나지는 않지만 미국에 있는 메이트님이 생각나요. 본인이 너무 힘들어서 리추얼로 그림을 그리지 못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댓글을 다 달아주신 분이 있어요. 직접 리추얼을 하지 못해도 다른 사람들의 그림을 보러 리추얼을 신청했다는 거예요. 저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 점이 리추얼 인증글을 보다보면 전시장처럼 사람들의 그림과 미공개 된 원고를 미리보기 하는 느낌이기도 해요. 진솔한 이야기가 있으니 메이트끼리는 서로의 마음을 너무 잘 알고 응원하고 댓글을 달게 되기도 하고요. 나보다 잘 그리는 사람들이 나에게 그림을 잘 그린다고 댓글을 달아주면 못 그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괜히 잘 그린 것 같은 기분도 들어요. 그림을 그리는 마음, 그리지 못해도 댓글만 달게 되는 상황과 마음도 다 이해하니 많은 분들이 기억에 남아요.

Q. 최근 ‘날지 않아도 돼'라는 주제로 개인 전시회를 하셨다고 들었어요. 포스터를 보니 변리사에서 주부로, 주부에서 화가로라는 문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제 2의 인생을 준비하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아티스트 토크도 하신 것을 보았어요. 첫 개인전과 토크회를 하시기까지 많은 고민과 준비과정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전시회를 해야겠다고 결정하셨던 날, 기억나시나요? 그때 윤경님은 어떤 마음이었나요?

개인 전시회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고 운 좋게 기회가 찾아왔어요. 인스타그램에 그림을 계속 올리고 있었는데 어떤 작가님이 메세지로 전시를 해야하지 않겠냐고 말을 했어요. 저는 리추얼을 하면서 그림을 그려서 A5 사이즈 작은 종이에 그린 그림 밖에 없었고 어떻게 전시를 하느냐 했더니 온라인에 이미 전시를 하고 있다고 오프라인에서도 하면 된다고 대수롭지 않게 툭 말을 하더라고요. 작가님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큰 캔버스를 사와서 그림을 그리고 전시반(수업 10번 정도 듣고 함께 전시회를 하는 과정)에 들어가서 단체 전시회에 참여를 해봤어요.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친구들도 만나고 선생님도 있으니 모르는 것도 물어보다보니 재미있었어요. 3번의 단체 전시회를 참여했어요. 단체전 준비를 하면서 미운오리새끼에 꽂혀서 새를 계속 그렸고 인스타그램에도 새 그림만 놔두고 다른 그림은 감춰두었어요.

단체전 한다고 인스타그램 글을 올렸는데 어떤 미술관 관장님에게 메세지를 받았어요. 전시회에 관심 있으면 갤러리를 보러오라고요. 갤러리에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관장님이 개인전을 해보자고 제안을 주셨고 단체전만 했던터라 경험이 없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렸어요.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관장님은 갤러리 정원에 저의 새 그림이 귀여워서 몇 개만 걸어두려 연락했었는데 이야기를 나누면서 전공자도 아닌 사람이 개인 전시를 한다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서 개인전을 제안하셨다고 들었어요. 고민을 많이 했지만 쉽게 올 기회가 아니라서 수락을 했고 10월에 개인전을 할 수 있었어요. 단체전과 다르게 전시 제목부터 그림을 몇 점을 그려야 하는지, 오프닝 행사 여부, 굿즈 제작 여부, 전시 소개 글들 신경 쓰고 해야 할 것도 많고 그림을 그려야 하는 시간도 생각보다 짧아서 쉽지는 않았어요. 우여곡절 끝에 전시를 시작하고 나서는 제 그림을 좋아 해주시는 분들이 많고 힘들었는데 위로를 받았다는 분들이 많아서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비슷한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것도 느꼈어요.

(좋았다는 분들이 많다고 하시니 문득 궁금합니다. 그림을 그리실 때 주제는 어떻게 정하셨어요? 특별한 메세지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저는 그림 일기를 그렸던 사람이라 그림을 그리기 전에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먼저 생각했어요. 딸이 고등학교에 가서 힘들어하는 중이라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떠올리기도 하고요. 힘들어하는 친구를 떠올리기도 해요. 해주고 싶은 말을 떠올리고 어울리는 이미지를 생각하거나 새 그림이나 사진을 찾아보고 그림을 그려요. 내가 듣고 싶은 말은 남도 듣고 싶어하는 말이니까 전하고 싶은 말을 생각하고 이미지를 그려서 잘 전달이 되었던 것 같아요.



Q. 윤경님에게 리추얼이란 무엇인가요?

하루를 돌아보며 객관화하고 재해석을 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리추얼로 그림을 그릴 때 기록하고 싶은 순간은 엄청나게 큰 상을 받았어도 옆 사람이 커피 한잔 사줬던 순간 같이 작고 소중한 순간을 기록하고 싶어요. 그림은 뭔가 큰 사건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기록하고 싶은 것은 다 각자 다르다고 메이트들과 신기하다고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어요. 주로 저녁에 리추얼을 하면서 하루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재해석을 하다 보면 화날 일도 차분히 가라앉고 정리가 됩니다.

(리추얼을 하며 번아웃을 극복했다고 생각하세요? 이후에는 번아웃이 다시 오지는 않았나요?)

번아웃이 오지 않았다기보다는 저의 변화를 받아들인 것 같아요. 나이가 들고 체력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고 전에는 5분만 쉬어도 회복이 되었지만 지금은 하루를 쉬어야 회복이 되는 것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전에는 무언가 열심히 할 때 피곤해 죽겠어도 참고 했는데 그렇게 하다가 제가 고장 난다는 것을 아니까 똑같이 열심히 하지만 쉬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없애려 해요. 잘 쉬어야 다시 할 수 있다는 것을 아니까.

Q. 윤경님이 소개하고 싶은, 추천하고 싶은 리추얼이 있다면요? 혹은 밑미를 소개하고 싶다면 어떻게 소개하고 싶나요?

저는 글보다는 그림이 해석에 더 많은 차이가 난다고 생각해요. 글이 그림보다 익숙하니까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표현해 보고 싶기도 하고요. 우리 어렸을 때는 글보다 그림을 먼저 그렸잖아요. 작은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리추얼을 시작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림을 그리다 보면 그 안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져서 좋거든요.

함께 나눈 이야기

1

기존 밑미 사이트에서 옮겨온 이야기예요. 회원 정보를 옮기기 전이라 쓰신 분의 이름은 아직 보이지 않아요.

  • 2024.11.18

    리추얼이 아니면, 이런 내면적 성장이 어려웠을 것 같아요! 리추얼의 순기능이네요!!

이 글을 읽고 나서
비워둘 30분, 오늘부터 만들어볼까요?

이 글과 맞닿은 리추얼을 준비하고 있어요. 14일 코스, 누른 날이 1일차예요.

준비 중
나 리추얼 — COMING SOON
14일 · 오늘 시작 가능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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