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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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인터뷰2025.01.03 · 읽는 데 8

"리추얼을 통해 내 이야기를 하는 법을 배웠어요." 명신의 리추얼 이야기

"리추얼을 통해 내 이야기를 하는 법을 배웠어요."

interview by 소하

Q. 명신님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제주에 살고 퇴사 후 숨 고르기를 하며 일을 쉬고 있지만 무언가 계속 시도하고 있는 명신입니다.

Q. 밑미 리추얼을 어떻게 알고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저는 오롤리데이 팬이에요. 오롤리데이 계정, 대표님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는데 밑미 라는 플랫폼 창업에 참여하신다는 소식을 봤어요. 그때는 이런 것도 있구나, 레퍼런스처럼 알고 있다가 현생에 치이면서 리추얼을 하게 되었어요. 일상을 포기하고 계속 일을 하는 느낌이 들어서 일상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할 때 밑미 리추얼을 해봤던 것 같아요. 처음으로 일 말고 다른 것을 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첫 리추얼은 무엇이었어요?)

처음 참여한 리추얼은 김나이 대표님 커리어 관련 리추얼이었어요. 다음에는 해리님이 하시는 좋아하는 일의 한 장면 찾기 리추얼을 했었어요. 그러고보니 초반에는 커리어나 일 관련 리추얼을 했었네요. 일 말고 다른 것을 해보려고 했던 건데 말이죠.

Q. 밑미 리추얼을 3년 정도 하면서 많은 리추얼 중에 ‘내 이야기로 시작하는 글쓰기’ 리추얼을 오래 하셨다고 들었어요. 글쓰기 리추얼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글쓰기를 좋아하세요?

글쓰기 리추얼은 아예 일을 쉬기 시작하면서 참여했어요. 처음에는 글쓰기를 하고 싶다기 보다는 그냥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제일 열심히 했던 한 달이었어요. 한 달을 열심히 해보니 괜찮은 거 같아서 비슷한 글쓰기 리추얼을 해보다가 필사나 다른 콘텐츠로 시작하는 글쓰기보다 나의 이야기를 쓰는 리추얼이 좋아서 보리님이 하시는 내 이야기로 시작하는 글쓰기 리추얼로 돌아갔어요. 책 읽고 글쓰는 것도 처음에는 장치가 되고 엄청 좋았는데, 쓰다 보니 책 내용과 상관없이 쓰는 글들이 많더라고요.

Q. 여러 리추얼을 하면서 나에게 맞는 글쓰기 리추얼을 찾으신 거군요! 리추얼을 하면서 스스로가 느낀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스스로가 글을 못 쓰면 못 썼지 잘 쓴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잘 없었어요. 그런 부분을 생각해 보면 리추얼을 하면서 글쓰기가 약간 쉬워졌어요. 전에는 딱딱한 보고서만 계속 썼기에 말랑말랑한 글을 잘 못 쓴다고 생각해서 쓰고 싶은 내용이 있어도 회피했었어요. 디자인을 전공해서 글보다 이미지, 그림 같은 것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익숙하기도 했어요. 표현 방식을 이미지로만 가능하다고 좁게 정해버린 것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리추얼을 거듭하면서 할 수 있는 방법이 더 많아진 느낌을 받았어요. 글로도 나를 표현할 수 있고, 글 말고도 다양한 방식으로 얼마든지 나를 표현할 수 있다고 시야가 넓어진 것 같아요.

한동안 저의 이야기로 책이나 인스타 툰이나 결과물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었을 때가 있었어요. 원래 이런 것을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지쳐서 끝나는 사람에 가까웠는데 글은 리추얼을 하면서 매일매일 글쓰는 공간이 있으니 오늘 쓸 것을 내일 써도 되지만 못 쓸 건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매일 글을 쓸 수 있었어요. 대단한 작업을 하는 게 아니더라도 내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느낌으로 정착하면서 매일 결과물을 쌓을 수 있었던 것도 변화예요.

Q. 글을 쓰다 보면 하고 싶은 얘기도 쓰지만, 회피하고 싶은 이야기나 더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마음들도 마주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명신님 그런 이야기를 써본 적이 있는지, 그런 순간을 마주했을 때 어땠는지도 궁금해요.

저에게 제일 큰 것은 일에 관한 얘기들이었어요. 3년간 몰아치듯이 일을 막 했었는데 그 시간을 낭비한 것인지, 얻어가는 게 있는 건지 잘 모르겠을 정도로 일하는 시간들이 무척 괴로웠어요. 어떻게 보면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글로 써 내려가면서 거창하게 내가 이런 것을 했다까지는 아니어도 이 과정에 어떤 소중한 것들을 얻었는지, 어떤 것들에 왜 그렇게까지 속상했는지 이런 것들을 쓸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처음 일에 관해 쓴 글을 보면 두서없고 이상한 사람도 많이 만나고 상처 많이 받은 이야기들이 있어요. 그래도 그 안에서 얻은 소중한 인연들도 있고 그렇게 했던 일이 의미 없지 않다고 시각을 바꾸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글을 쓰기 전까지는 현재의 문제였어요. 작년에는 누구 때문에, 올해는 누구 때문에 힘들었다는 것이 계속 꼬리표처럼 붙어 다녔는데, 글을 쓰면서 아, 이건 작년의 문제이지 지금의 문제는 아니다 라고 정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오프더레코드’ 전시를 신청하고 그동안 썼던 리추얼 기록들을 보는 데 제 마음에서 힘든 순간들이 약간 털어진 느낌도 받았어요. 내가 그동안 한 일로 포트폴리오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었던 것도 다시 생각하면 아찔한 감정들이 올라오기도 해요. 하지만 전에는 저에게 남는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 전에 일했던 시간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어요. 글 쓰면서 그때의 시간을 조금 멀리서 바라보며 내 문제가 아니었고, 그때만의 문제라고 정리했기에 포트폴리오 정리가 가능하게 되었어요. 전시 준비하면서 예전 글을 읽어보고 회고해보니 그때 솔직하게 글을 써 내려간 게 참 잘한 일이라 생각해요.

Q. 명신님이 보기 어려워하던 과거를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솔직하게 나를 바라보는 리추얼 과정에서 기억에 남았던 댓글이나 메이트, 치어리더나 메이커의 말 등이 있을까요?

확 떠오르는 댓글이나 사람보다는 연결됨을 많이 느껴요. 제가 제주에 있어서 오프라인 모임을 거의 갈 수 없어요. 밑업 일정을 제 일정에 맞춰주셔서 같이 전시나 페어를 보러 가기도 해요. 1년에 한두 번 만나지만 온라인에서 서로 댓글을 주고받던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게 실질적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감각을 현장에서 많이 느껴요.

Q. 명신님은 올해 11월에 있었던 밑미 전시인 ‘오프더레코드’와 11월 30일 ~ 12월 1일, 부산에서 진행된 독립출판 페어인 ‘마우스 북페어’에 참여하신 것으로 알아요. 둘 다 리추얼 기록을 제출하셨는지, 오프더레코드에서의 전시 경험과 독립출판 페어에서의 경험은 어떻게 달랐는지 궁금해요.

사실 둘 다 가볍게 시작했어요.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둘 다 금방 할 것 같았어요. ‘오프더레코드’의 경우 리추얼 글들이 있고 책을 만들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라서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언제까지 기록물이 와야됩니다라는 공지가 뜨기 시작할 때부터 속도를 내서 만들었던 것 같아요. ‘마우스 북페어’도 내가 되겠어 하는 마음으로 신청했는데 선정이 된 거고요.

저에게는 ‘차’라는 주제가 숙제 같은 거예요. 졸업 전시도 차를 주제로 했었는데 당시에 부침이 있어서 완성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언젠가는 마무리를 해야하는 주제라고 생각했는데, 왜 저에게 숙제처럼 완성하고 해결해야 하는 주제인지는 몰랐어요.

일하다가 알게 된 분이 제가 차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차 브랜드 런칭 디자인을 도와달라 연락을 주셨어요. 보상도 제대로 합의되지 않았지만 코파운더처럼 몰입해서 즐겁게 했었어요. 주변에서는 그 일을 왜 하냐고 모두 말렸던 일임에도 불구하고요. 나를 이렇게 움직이게 한 ‘차’라는 주제에 대해 무언가 해야겠다고 다시 생각했던 것 같아요.

(명신님에게 ‘차’라는 주제가 특별한 것 같은 느낌인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해요)

‘차’는 대중적인 소재는 아니예요. 리추얼 기록에도 썼지만 저에게 ‘차’는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어요. 엄마와 주변 어른들이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꽤 있어서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접했어요. 제가 ‘차’를 알고 좋아한다기보다는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은 거죠. 내가 즐기고 좋아하는 게 엄마한테 이렇게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이 힘들 때가 있었는데, 왜 별로 달갑지 않은 감정이 드는가 생각해 보니 부모님에게서 감정적으로 독립하는 과정에 ‘차’에 녹아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부모님과 ‘차’를 마시니까 부모님이 선호하는, 주변 어른들이 좋다고 하는 ‘차’만 마셨는데 일을 시작하고 혼자 살면서 혼자 ‘차’를 고르고 살 수 있는 입장이 되니 ‘차’의 종류가 엄청 많고 세계가 깊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았어요. 부모님 취향에서 탈피를 하려고 다양하게 시도해 보면서 저의 취향도 새로 생기고 다양한 방식을 탐구해 보면서 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나려 하다 보니 같은 ‘차’의 분야지만 갈라질 수 있다는 것도 발견했어요. 저는 ‘차’에 대한 감상이나 소개보다는 ‘차’를 매개로 스스로의 시간이나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냈는지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명신님의 기록과 작품은 어떤 모습이고, 혹시 다음을 준비하는 게 있는지도 궁금해요.

사실 이번에도 시간이 부족하고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많은 분들이 제가 준비한 zine이나 키트를 더 팔아달라고 하시고 해보고 싶은 분들이 있어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보려고 해요. 얇고 넓은 제 취향들을 하나씩 꺼내서 콘텐츠로 만드는 것을 시도할 계획이에요!

Q. 앞으로의 명신님을 응원할게요! 명신님에게 리추얼이란 무엇인가요?

저는 리추얼을 인스타그램, SNS처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SNS와 다른 것은 사람들이 함께 같은 것을 시도한다는 거예요. 리추얼 마을 안에서 누군가에게 과시하려고 쓰는 글도, 보고하려고 쓰는 글도 아니라서 SNS처럼 가볍게 쓰게 돼요. 가볍지만 나를 위한 글이라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매일 써야 한다고 생각하면 압박감이 들어 할 수 없어요.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의 글처럼 하루 30분 가볍게 쓰자고 생각하고 써요. 가끔 좋은 사람들과 말랑말랑한 분위기에 어두운 얘기만 계속 써도 되나 싶지만 우울한 이야기든 밝은 이야기든 서로 나누면서 얻는 게 더 많아 안전한 SNS라고 생각해요. 리추얼이 나를 바라보는 시간인데 저에게는 나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조금 더 밖으로 확장되는 의미가 있어요.

Q. 명신님이 소개하는 우리 리추얼

교환 일기장처럼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리추얼 이름이 내 이야기로 쓰는 글쓰기라서 에세이를 써야 하나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요. 에세이처럼 써도 되고 누군가는 손으로 쓴 일기장을 공유하고 다채롭게 글을 쓰고 있어요. 저도 교환 일기장 쓰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고 있어서 에세이나 글을 써야만 한다는 느낌보다는 교환 일기를 쓰러 온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글쓰기와 가깝지 않았던 명신님이 글쓰기 리추얼 통해 그냥 쓰는 사람, 계속 쓰는 사람이 되었고 오랜 기간 정리하지 못했던 관계나 주제에 대한 이야기도 리추얼을 하며 깊게 들여다보며 정리하며 자신의 만의 취향을 뚜렷히 찾아가는 모습에 저절로 응원하고 싶어졌습니다. 글쓰기랑 친하지 않은 분들도, 명신님의 초대처럼 교환 일기장을 쓰는 마음으로 ‘내 이야기로 시작하는 글쓰기’ 리추얼을 해보시길 추천해요.

이 글을 읽고 나서
비워둘 30분, 오늘부터 만들어볼까요?

이 글과 맞닿은 리추얼을 준비하고 있어요. 14일 코스, 누른 날이 1일차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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