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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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인터뷰2025.10.02 · 읽는 데 18

나만의 기록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 라이팅룸

나만의 기록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 라이팅룸

지난 몇 달간 밑미 오프더레코드의 크루들은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다양한 공간들을 만들어가는 분들을 인터뷰했어요. 오늘 소개할 라이팅룸도 그 공간 중 하나예요. 라이팅룸은 나를 방해하는 외부 요소에서 벗어나 나만의 속도로 내 마음을 글로 쓰며 나를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서울 충무로의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잠시나마 번잡한 도시를 잊고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이죠. 오늘은 밑미 크루 지원, 희재, 은지가 라이팅룸을 운영하는 예원님을 인터뷰한 글을 소개해 보려 해요. 그럼 시작해 볼까요?


[인터뷰어가 라이팅룸을 소개하는 이유]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어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몰라 답답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나만의 기록에 몰입하는 공간 라이팅룸을 알게 되었어요. 모두 각자의 실뭉치를 다듬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저도 자리를 잡고 앉아 마음 속에 엉켜있는 커다란 실뭉치를 꺼내놓았습니다.

일단 펜을 들고 ‘비 때문에 바지가 다 젖어서 짜증이 났다’, ‘아침부터 머리가 왱왱 아팠다’, ‘모든 게 삐걱대고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이어서 오늘 집으로 돌아가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썼다가, 스스로에게 조차 설명하기 어려웠던 고민까지 더듬더듬 적어내려 갔습니다. 아마 이것이 라이팅룸이 가진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뭘까?’, ‘나는 그것을 왜 하고 싶을까?’ 너무나도 단순하지만 이상하리만치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저는 요즘 이 질문을 매일 마주하면서도 매일같이 도망치고 있었어요. 그래서 ‘나의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을 겪어낸 예원님의 이야기가 무척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예원님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저는 오히려 저 스스로와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예원님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 내 모습을 비추어보기도 하고, 질문을 제게 던지기도 하면서요.

그래서 저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분들께 예원님과의 시간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진짜 나’를 마주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라이팅룸의 기획자 예원님의 이야기를 통해, 솔직한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용기를 얻길 바랍니다.

[라이팅룸을 만들기까지]

Q. 반가워요 예원님! 예원님 스스로 “쓰는 사람”이라고 정의한 글을 봤어요. 예원님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로 표현하신 것 같은데, 어떤 과정을 거쳐 나에 대해 정의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혹시 강점검사 해보셨나요? 강점검사에서 제 최하위 항목이 ‘일관성’이에요. 일관되게 뭔가를 못하는 사람인 거죠. 뭔가를 하다가도 즉흥적으로 바꾸는 성향이 도드라져서, 매일매일 생각도 바뀌고 나를 정의하는 말도 계속 바뀌어요.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내 설명을 걸어놓잖아요. 그 문구도 계속 바뀌기는 헀지만 ‘글쓰기’나 ‘기록’이라는 키워드가 빠지지 않고 들어가더라구요. 그래서 고민해봤는데 내가 할머니가 되더라도, 라이프 스타일이 변한대도 글을 안 쓰거나 종이에서 멀어지는 삶을 살까? 라고 생각하니 그건 아니더라고요. 나는 평생 뭐라도 쓰면서 살 사람이니까 이걸로는 나를 정의해도 변하지 않겠구나라는 게 확실해져서 그렇게 저를 정의하게 됐어요.

또 저는 남들이 쓰는 걸 보는 것도 너무 좋아해요. 지나가다 누가 종이에 손으로 쓰고 있으면 되게 애정 있게 느껴져요. 그러니 ‘쓰기’라는 키워드는 내가 오래오래 가지고 갈 수 있겠다는 마음이 생겼던 것 같아요.

Q. 그럼 ‘쓰기’를 직업으로 두지 않을 때, 라이팅룸을 운영하기 전에는 어떤 일이나 공부를 하셨나요?

저는 대학에서 광고 홍보를 전공했어요. 마케팅에 관심이 많았고, 초창기 배민처럼 재미있는 것을 하는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아서 당연히 취업을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졸업할 때쯤 코로나가 터진 거예요. 제가 원하는 기업에 가기 힘들어진 상황이 된거죠.

취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니, 취미로 시작한 인스타그램 계정을 그냥 조금씩 키워 나간 것 같아요. 처음부터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의도라기보다는, 개인 계정에서 우연히 물건이 팔리면서 점차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된 거죠. 그래서 사실 지금의 브랜드가 자리잡기까지는 엄청 흔들렸던 것 같아요.

Q. 브랜드가 되기까지 이야기가 궁금하네요. 취업을 생각하던 중에 어떻게 라이팅룸을 만들게 되셨나요?

친구들은 다 졸업해서 좋은 회사에 취업할 동안 저는 3년을 반백수로 산 거잖아요. 친구들은 연봉도 많이 받고, 해외로 휴가도 가고, 돈도 모으는데 그 모습을 보니까 부럽기도 하고 너무 흔들리는 상황이었어요. 또, 당시에 혼자 문구를 조금씩 팔던 시기다보니 코로나에 걸리면 모든 업무가 마비될 위험이 있었죠. 너무 무서워서 방에만 틀어박혀 있다보니 엄청 우울해졌고, 그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서 점점 더 글을 쓰게 됐어요.

‘내가 뭘 하고 살아야 되지’, ‘내가 진짜 회사에 가야 되나?’ 이런 마음을 일기로 엄청 썼어요. 옛날에는 다꾸, 귀여운 것들을 좋아했다면 그때는 정말 쓰는 것에만 집중하는 시기를 보냈어요. 그 시기에 저를 돌아보면서 느낀 것은, 저는 회사를 다녀도 똑같이 고민을 할 사람인 거예요. 회사에서 주어지는 일을 잘 수행하는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 일이 내 길이 맞는지 계속 의심하고 고민할 것 같았어요. 똑같이 고민할 거면 그냥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좀 더 해보자는 생각에 좀 더 마음이 갔던 것 같아요.

그렇게 힘든 마음의 저 아래까지 내려가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것’에 대해 진중하게 들여다 본 시간을 통해, 내가 일을 통해 자아실현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큰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회사에 가려고 한다면 아무데나 다닐 수도 있었겠지만, 저는 ‘왜 해야 되는데?’, ‘왜 하고 싶은데?’ 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는 사람이고,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면 행동할 수가 없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거든요. 그래서 회사에 들어가는 것 대신 홀로서기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Q. 스스로와의 대화 끝에 사업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예원님에게 이 일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사실 라잇요라이프라는 사업자는 19년도에 냈는데 그러면 지금 벌써 거의 6~7년 정도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초반 3년까지는 ‘이건 그냥 내 취미야’, 또는 ‘내가 회사에 들어가면 부업으로 할 수 있는 정도야’라는 마음가짐이었어요. 저 스스로도 그냥 귀여운 문구나 노트 만들고 파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컸고요.

그런데 최근 3년 사이에 저도 이 일을 좀 더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제 상품과 공간을 경험한 사람들로부터 ‘저 정말 잘 쓰고 있어요’, ‘쓰고 싶어요’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가 사람들에게 진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 이후부터 ‘난 이걸로 뭔가 더 해보고 싶다’ 이런 다짐이 생겼던 것 같아요. 제가 스스로 동기부여가 필요한 사람이라고 했잖아요. 쓰는 사람을 좋아하고, 그 사람들이 몰입해서 편하게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저의 동기라는 걸 깨달은 거죠. 이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지속하게 되었어요. 그때쯤 이 일을 내 업으로 할 수 있겠다 싶을 만큼의 매출이 나오기도 했어요.

[라이팅룸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

Q. 라이팅룸이 세상에 나오게 된 이야기를 들으니 또 새롭게 보여요. 예원님은 ‘라이팅 룸’이라는 공간을 어떻게 정의하고 계세요?

라이팅룸은 ‘자기만의 목소리를 듣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살면서 글 안 쓰는 사람 많잖아요. ’기록에 큰 관심없는 사람들‘은 ‘거기 가서 뭐해’라고 생각하시거든요. 쓸데없는 거 한다, 가치 없다라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런데 저는 글쓰기가 진짜 누구에게나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느껴지는 시기가 분명히 오잖아요. 한번쯤은 그냥 자기자신을 진지하게 마주 봐야만 하는 순간도 있고요. 그런 시기가 누구에게나 올텐데 그럴 때 글쓰기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그것을 같이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되고 싶어요. 그런 공간으로 남아, 글쓰기가 필요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한테까지도 가닿고 싶어요.

Q. 공간을 인터뷰를 하다 보면 공간을 ‘나’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공간과 나의 관계에 있어서, 라이팅룸에 예원님이 투영되어 있다고 느낀 부분이 있을까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제일 좋아했던 것 중 하나가 제 방을 꾸며 놓고 친구들을 부르는 거예요. 친구를 초대해서 대접해 주고 내 방을 구경시켜주는 것, 내가 꾸며놓은 공간에 초대해서 좋은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되게 좋아했어요. 이 사람이 내 장소에 와서 이런 느낌을 받으면 좋겠다라는 걸 상상하고 구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거죠. 제가 자라오면서 느꼈던 것들이 여기 다 스며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커튼을 열고 들어와서 여기를 보면서 와 하는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어’, ‘구석을 좋아하는 사람은 여기서 좀 포근했으면 좋겠어’하는 상상에서 시작된 구석구석에 어릴 때부터의 제 모습이 스며 있다고 생각해요.

Q. 어떻게 보면 친구들을 초대해서 좋은 시간을 보내는 행위가 예원님의 방에서 라이팅룸으로 장소만 바뀐 것 뿐이네요.

맞아요. 그런데 나만의 공간에서 브랜드가 되면서 달라진 것도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을 다 담아놓긴 했지만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거든요. 브랜드는 기준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에 갑자기 테마가 자꾸 바뀌면 안 되잖아요. 저는 ‘일관성’을 잘 못지키는 사람이라 나를 억눌러야 하는 부분도 있어요. 새롭게 하고 싶은 게 생겨도 라이팅룸의 기준에 맞지 않아서 참아야 하는 거죠. 좋아하는 걸 마음껏 할 수도 있지만 또 내가 하고 싶은 걸 누르기도 해야 하는 양면적인 공간이에요. 그래서 나를 투영한 부분도, 나 같지 않은 부분도 같이 있어요.

Q. 방금 말씀 주신 내용들, 라이팅룸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분위기, 이미지 등이 라이팅룸 기획 노트’에서 많이 보였던 것 같아요.

맞아요. 제 스스로 ‘너는 계속 휘청거릴 사람이니까 이걸 보면서 외워, 너만의 이상한 길로 가려고 하면 기획 노트 보고 맞는지 아닌지 체크해!’ 하고 이야기하기 위해서, 저를 위해서 만들게 된 노트예요. 저만의 매뉴얼이라고 할까요? 변하면 안되는 것을 찾으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세세하게 구상하고 고민했던 부분들을 기획노트에 담았어요.

Q. 기획노트가 라이팅룸에 놓여있는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영업 기밀일 수도 있는데, 기획노트를 어쩌다 공개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라이팅룸처럼 조용히 사색하고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생겨나는 추세잖아요. 실제로 그런 공간과 관련된 분들이 오시는 걸 느낄 때도 많아요. 기획노트에 엄청 관심을 가지고 한 장 한 장 다 찍어가기도 하거든요.기획노트 내용을 자기의 기획에도 참고하고 싶어 하는 게 느껴지는데, 그럴 때 내 걸 가져간다고 느껴질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모습이 저는 크게 상관없어요. 왜냐면 이 모든 것들이 제가 직접 고민해서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을 바탕으로 기획한 것이기 때문이에요. 기획노트를 따라서 그대로 적용한다고 해도 그 사람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분명히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사람들은 자기 고유의 원하는 것이 있고, 원하는 모양이 있거든요. 제 기획노트를 참고하더라도 자기만의 생각을 넣게 돼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상상해 보세요’, ‘저도 노트 위에 그려서 만들어냈어요. 당신도 이렇게 노트 위에 쓰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라는 그런 노하우를 알려주고 싶었어요.

[라이팅룸을 운영하며 어려웠던 점]

Q. 말씀주신 것처럼 사색하는 공간이 요즘 많이 생겨나고 있잖아요. 라이팅룸만이 가진 분위기나 컨셉과 겹치진 않을까 걱정한 적은 없으셨나요?

저도 처음엔 ‘누가 똑같이 따라하면 어떡하지?’라고 고민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함께 일하던 친구와 고민을 나누면서 ‘그럼 애초에 라이팅룸이 진작 망했어야 된다’고 얘기했던 게 기억이 나요. 어차피 베껴서 라이팅룸이 망할 거라면, 애초에 그건 제대로 된 사업이 아니고 제대로 될 브랜드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그런 걱정에 신경쓰는 게 중요하지 않다는 거죠. 그 시간에 내가 어떻게 더 단단해지고 더 뾰족해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려고 했어요.

누군가 제 아이디어를 가져가서 프랜차이즈화해도 그 공간에서는 분명히 라이팅룸과 같은 감성을 느끼지 못할 거예요. 사람이 공간 한 구석, 한 구석에 애정을 가지고 디테일을 잡은 게 아니기 때문이에요. 다시 가고 싶은 공간이 되려면 사람이 애착을 쏟아야 해요. 돈으로만 접근한다면 분명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도 라이팅룸의 메시지, 분위기가 전달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요.

Q. 초기에 했던 고민이 ‘라이팅룸의 고유성’에 대한 것이라면, 최근에 느끼는 어려움이나 고민은 무엇인가요?

저는 어쨌든 1인 브랜드잖아요. 그래서 제 컨디션이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이 정말 지대하더라고요. 예전에는 정말 일적으로 내 브랜드가 어떻게 보여지는지를 관리하는데 모든 걸 갈아넣었던 것 같아요. 그때 ‘나는 중요하지 않고 일이 되어야 하고 수익이 나야한다’만 집중했던 거죠. 그러다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치게 되더라고요. 제 컨디션에 따라서 브랜드가 무너지는 걸 확 느꼈어요. 공간이 정돈도 안되고 일도 자꾸 밀리고 꼬이더라고요. 그래서 이 브랜드가 전하는 메시지처럼 내가 나를 돌보며 살지 않으면 이 브랜드도 같이 없어지는구나, 나도 이 브랜드의 큰 한 축이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지금은 브랜드를 일로서 대하는 마음도 있지만 제 삶을 같이 운영하는 느낌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Q. 외부에서 봤을 때 라이팅룸은 이미 인지도도 높고,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니 고민이 없겠다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브랜드의 한 축이 되어 함께 삶과 브랜드를 함께 운영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고민을 멈출 수 없을 것 같네요.

맞아요. 그래서 이 공간은 제게 애증의 공간이에요. 이건 제 꿈이었거든요. 막연한 꿈이었는데 그게 너무 빨리 이루어진 거잖아요. 이 공간을 만들면서 성취감과 도파민이 고점을 찍었다가, 다 만들고 나니 막 대단한 감정이 들지는 않았어요. 만들었다면 이걸 유지하는 게 제 다음 과제였던 거죠. 그런데 라이팅룸을 만들 때 쏟은 에너지가 유지할 때도 똑같이 드는 거예요. 특히 저는 새로운 걸 계속 하고 싶어하는 충동이 있다보니, 이걸 관리하는 책임감을 계속 배워가고 있어요. 기획노트도 다시 보고, 네이버에 라이팅룸을 검색해서 블로그 후기를 읽어보기도 하면서요. 그 글을 읽으면서 제 스스로 회고를 해요. 그런 후기들이 내 자산이고, 이걸 지킬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쓰는 사람 송예원의 기록방법]

Q. 말씀을 듣고 보니 라이팅룸을 운영하며 예원님도 함께 성장하셨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라이팅룸이라는 브랜드를 유지하고, 브랜드에 예원님을 투영하기도 하면서요. ‘쓰는 공간’을 만든 예원님은 어떤 방식으로 글을 쓰곤 하세요?

저는 글쓰기가 어렵다, 어떻게 시작을 해야 되냐 묻는 사람들한테 그냥 낙서하듯이 시작하라고 말해요. 지금도 그렇고 과거에도 저는 항상 글을 쓴다는 생각은 절대 안 했거든요. 그냥 낙서하는 느낌으로 막 썼어요. 내 생각이 실체가 없으니까 뭔지 모르겠고 상황파악이 안 되는 건데, 써놓고 나면 ‘이것 때문에 힘들었구나’, ‘나는 사실 이런 감정이 들었구나’ 하면서 구조를 볼 수 있어요.

저는 글씨도 잘 못 쓰고 쓰다가 만 것들도 되게 많아요. 그래도 일단 펜을 잡고 그냥 쓰는 거예요. 문장이 완성되지 않더라도, 낙서로 남더라도요. 끝 맺지도 못할 거면 왜 쓰냐는 강박이 우리한테 다 있잖아요. 마침표를 멋지게 찍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시작을 못하겠다는 생각이 우리 무의식에 많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강박을 무시하고 일단 내가 쓰고 싶으니까 시작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문장을 시작할 때는 지금 내 상태를 있는 그대로 써요. ‘죽고 싶다. 너무 눈앞이 캄캄하다. 어제는 우울해서 어깨 힘이 다 빠졌다’, 이런 식으로요. 제가 느끼고 있는 기분, 느낌을 그림 그리듯이 쓰는 것 같아요. 그렇게 술술 써 내려가요.

Q. 저 역시 나만의 이유, 나만의 답을 찾고 싶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지만 막상 글을 써보면 피상적인 얘기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어요. 거기서 한 단계 더 깊이 내려가고 싶은데, 여기서 더 어떻게 해야 될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보통 그런 생각을 줄글로 쓰기를 원하는 걸까요? 그래서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저는 글을 쓰긴 하지만 구조를 그린다고 생각해요. 내가 원하는 답을 찾는다는 건 어떤 여정인 거잖아요. ‘지금의 나’로부터 그 답까지 가야하는데, 그건 아주 긴 여정이다보니 그 과정을 다 줄글로 갈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어떤 날에는 마인드맵도 그려야 하고, 어떤 날에는 내 뇌 구조에 어떤 감정이 있는지를 써봐야 해요. 그러니까 템플릿처럼 다양한 형식으로 기록을 한다고 생각하고 그 템플릿을 나만의 방식으로 그리는 거죠.

나만의 이유라는 건 진짜 큰 질문, 내가 풀어야 하는 어떤 과제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런 내용만 담는 노트를 만드는 것도 추천해요. 그럼 이 노트에는 나는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 나만의 답을 찾는 과정의 고민만 써야 하는 거예요. 노트 하나를 마련해서 그 안에 템플릿으로 채워넣는 거죠. 그런 식으로 시작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Q. 제안해주신 ‘특정 주제만 담은 노트 쓰기’를 듣고 예원님의 노트 구분 방식이 궁금해졌어요. 예원님은 어떤 노트를 가지고 있나요?

항상 두 권의 노트를 써요. 하나는 일에 관련된 노트예요. 저는 MBTI P 성향이 정말 강해요. 그런데 일할 때도 제 성향대로 살면 망하는 지름길로 가더라고요. 의식적으로 계획하고, 했는지 안 했는지 체크하는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몰스킨 노트에는 일 관련된 내용만 써요.

일단 노트 한 권을 절반으로 나누고 앞부분에는 매주 계획을 써요. 저는 자잘하게 챙겨야 하는 일이 정말 많아서, 까먹지 않도록 적어야 해요. 월요일 아침 또는 일요일에 일주일 간 할 일을 최대 24개까지 쭉 쓰고 요일별로 할당해요. 이런 방식으로 써 오다가 방식이 발전하기도 했어요. 해야할 일이 너무 많으니까 리스트에 압도되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리스트를 쭉 쓴 다음 ‘3가지만 하면 오늘은 된다!’라고 생각하고, Top 1,2,3을 뽑아 중요한 것만 해내려고 해요.

노트의 나머지 절반(뒷부분)에는 업무와 관련하여 진행한 미팅 때 나눈 내용들, 기획할 때 구상한 내용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기록해요.

Q. 계획 달성률도 관리하시네요?

달성률을 항상 체크해요. 100%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기 보단, 그냥 나중에 제가 보기 위해서요. 저는 약간 기복이 있는 사람이라 열심히 할 때도, 해낸 것이 없는 날도 많아요. 아예 놔버리는 날도 있고요. 그치만 그냥 꾸준히 하고 있어요. 사실 노션이나 스프레드시트로 하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니 팀원들과는 디지털로도 업무관리를 하지만, 저 혼자 빈 상태에서 한 번 정리하며 시작하는 방식을 좋아해서 따로 쓰기도 하고 있어요.

Q. 나머지 다른 한 권의 노트는 무엇인가요?

일과 관련 없는 제 생각이나 감정, 일상적인 기록은 아무런 죄책감 없이 무지노트에 써요. 한 달에 한 권씩 쓰는데, 노트 한 권을 다 채우지 못해도 새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어서 노트를 바꿔요. 고민을 낙서하듯이 그리기도 하고, 돈 때문에 힘들면 ‘내가 지금 얼마 벌었고 얼마 필요하지?’ 이런 것을 써보기도 하고, 한 페이지를 나눠서 뇌 안에 있는 고민의 구조를 짜기도 해요. 보시면 이런 것도 다 좀 템플릿 형식이에요. 페이지마다 쓴 형식이 다 달라요. 정말 날 것의 낙서들도 많아요.

Q. 노트를 바꾸는 것이 기록을 지속하는 예원님만의 방식인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재미있어야 하는 스타일이라서 흥미가 떨어지면 지속하지 못하더라고요. 노트 한 권을 다 못 쓰면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그런데 저는 다른 노트 사서 내 마음대로 꾸미고, ‘새로운 한 달은 이런 느낌으로 살아야지’하면서 재미를 만들어요. 다 채워진 노트도, 빈 노트도 있지만 이것들이 쌓이면 나만의 책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이 노트에서 살릴 만한 낙서를 발견하고, 또 다른 노트에서 살릴 만한 글을 발견하기도 하고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제가 느끼고 공부한 제 기질이라고 해야 할까요? 거기에 맞춰서 커스텀을 하는 것 같아요. 저에게 맞는 방식으로 조금씩 보완하고 있어요.

Q. 예원님이 올려주시는 콘텐츠를 보면 편하게 썼다는 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저도 예원님의 콘텐츠를 보고 ‘날려서 써도 되고 하나만 써도 되니까 써보자’ 라는 마음이 들어서 올해 처음으로 일기를 계속 쓰고 있어요.

저도 처음에는 다꾸에서 시작된 기록이기 때문에 예쁘게 보이는 게 좋았어요. 지금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날 것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하려고 노력해요. 날 것의 이야기에 진짜 내가 있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짜 콘텐츠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또 잘 쓰는 사람만 쓰는 게 아니라는 것을 전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이렇게 해도 되네’, ‘이런 기록도 있네’라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그래서 조금 창피한 이야기여도, 맞춤법이 틀렸더라도 있는 그대로 그냥 올려버려요.

결과적으로 그런 솔직한 이야기에 사람들이 더 많이 반응하기도 했어요. 예쁘게 포장되지 않은 날 것을 보며, 어떤 해방감을 주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또 그런 날 것의 글들이 우리 브랜드와 더 잘 어울리기도 하고요.

[쓰는 사람 송예원이 그리는 미래]

Q. 먼 미래에 그리고 있는 모습, 장면이 있나요? 라이팅룸 공간의 미래가 그려질 수도 있고, 예원님이 할머니가 되었을 때의 모습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인터뷰하면 항상 마지막에 받는 미래에 대한 질문이 정말 부담스럽고 싫었어요. 그렇게 먼 미래를 계획하지 않거든요. 하루하루 잘 살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어요. 그런데 내가 지금을 보면서 달리지만 미래에 대한 그림이 없으니까 불안하고 ‘왜 이러고 있는 거지?’ 싶을 때가 되게 많더라고요.

그러다 오늘 아침 유튜브로 확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미래에 대해 어떻게 그리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됐어요. 그래서 정말 오늘 라이팅룸 오는 길에 미래에 대해 상상을 해봤어요. ‘2030년, 2040년 나이가 들 때 나는 어떤 풍경에서 살기를 바랄까?’ 안될 수도 있고 창피하기도 하지만 이러면 좋겠다 싶은 것들을 적어봤어요. 이건 오프더레코드ㅎㅎ!

상상을 종합해봤을 때 이제는 개인적인 삶으로 다시 내려가야 할 것 같아요. 저는 라이팅룸을 만드는 게 최종 꿈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내가 또 이만큼의 에너지를 가진 비슷한 상상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지금은 잘 모르겠어서, 최근엔 부랑자 같은 마음이 들었어요. 이 일만이 내게 행복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라이팅룸에 대해서 ‘내가 여기서 혼자 할머니가 될 때까지 할 수 있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면 그게 제가 원하는 100%의 그림은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좀 더 도전하고, 실험해 보고 싶어요. 라이팅룸이라는 하나의 아이디어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해요. 그런데 이걸 목표로 달리는 것보다는 약간 둘레둘레 걸어가는 중이에요. 기회를 만났을 때 자연스럽게 흘러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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