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추얼은 있는 그대로의 저를 받아들이고 돌봐주기 위한 시간이에요." 지숙의 리추얼 이야기

interview by 소하
"리추얼은 있는 그대로의 저를 받아들이고 돌봐주기 위한 시간이에요."
닉네임 지숙
리추얼 경험 20년부터 지금까지 인문학 독서 & 감정일기를 계속했어요. 벌써 5년이 되었더라고요.
나의 첫 리추얼 인문학 독서 & 감정일기
현재 참여하고 있는 리추얼 인문학 독서 & 감정일기
리추얼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나를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힘
Q. 밑미 리추얼을 어떻게 알고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성수동 밑미홈 건너편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창밖 건너편 건물에 ‘meetme’ 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어요. ‘나를 만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궁금한 마음에 밑미홈에 들어가 봤고, 밑미 리추얼을 알게 됐어요. 그때의 저는 책을 사는 건 좋아했지만 읽지 못하고 있던 터라 인문학 독서라는 키워드에 꽂혀서 리추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지숙님의 리추얼 시작은 책과 가까이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했군요.)
번아웃이 심한 상태였는데, 선언 미팅에서 하빈님이 ‘감정을 들여다본 경험’이 있는지 물어보시더라고요.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도 감정일기도 해본 적이 없어서 책을 읽고 마음이 말랑해진 상태에서 감정일기를 써보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시작했어요.
Q.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리추얼을 5년째 하고 계시네요. 이렇게 긴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리추얼을 하게 해준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리추얼을 하면서 저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있었어요. 독서를 좋아하는 것도, 전시 감상을 좋아하는 것도 감정일기를 쓰면서 발견했어요. 이런 것들을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해서 아쉬웠구나, 발견하기도 하고 내가 나를 위해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있다는 느낌도 좋았던 것 같아요.
지속적으로 감정일기를 쓰다 보니 감정의 패턴이나 흐름이 보이더라고요. ‘내가 이때는 이랬었지, 그래서 지금 이런 감정이나 생각을 느끼고 있구나’하는 기록이 쌓이니까 불안감도 낮아지고 조금 더 잘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Q. 이미 나에게 있던 것들을 모르고 살다가 하나씩 발견하고 알아차리는 부분과 나를 돌보는 감각을 알게 되셨군요. 그런데 아무리 좋아도 5년 내내 리추얼을 계속 성실히 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리추얼을 꾸준히 하는 비결이 있으세요?
리추얼을 하다가 책이 잘 안 읽히고 집중이 안 될 때는 책등이라도 만져보려고 해요. 그런데 그런 날들이 점점 길어진다는 생각이 들고 전환이 필요하다 느껴서 피아노 음악 감상 리추얼을 같이했어요. 리추얼 두 개를 콜라보하는 느낌으로 피아노 리추얼에서 선곡해 준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예열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썼어요.
어떤 때에는 책을 읽지 않아도 인문학 독서 & 감정일기 메이커인 하빈님이 전시를 같이 보러 가자고 하면 참석하려고 노력했어요. 리추얼을 100% 인증해야지, 라는 마음보다는 못할 때는 그냥 안 하기도 하고 선언 미팅, 회고 미팅에 참석하면서 가볍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Q. 리추얼에 집중이 안 될 때 보통 잠시 멈추는 경우가 많은데 새로운 리추얼과 콜라보를 하며 이어가시는 방법이 신선하다 느껴졌어요. 저도 참고해 볼게요! 오랜 기간 리추얼을 하면서 지숙님 스스로가 느끼고 발견한 리추얼 전과 다른 나의 모습이나 변화는 어떤 것들일까요?
큰 변화는 주변 지인들의 반응이 달라진 거예요. 직장에서도 친구들 사이에서도 이야기를 하는 주제가 바뀐 거죠. 전시와 책 이야기를 많이 하다 보니 주변에 고민이 있으면 책 추천을 해달라는 사람들도 생겼고 저도 저만의 책 리스트가 생기면서 사람들에게 책을 빌려주게 되기도 하더라고요. 주변 지인들이 ‘양지숙은 책 좋아하는 사람, 전시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 큰 변화예요.
스스로 느끼는 변화는 제 생각이나 감정의 기록 자체만으로도 안정감을 느낀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4월 회고를 하게 되면 작년 4월의 기록, 재작년 4월의 기록을 같이 살펴봐요. 정말 신기한 것은 비슷한 부분을 보면 사람은 역시 변하지 않는구나 하는 부분도 있고 예전에는 불편하다고 느꼈던 것들을 가뿐히 이겨내고 있구나 깨닫는 부분도 있어요. 제가 하는 일이 감정 소모가 큰 직업이라 감정적으로 지칠 때도 많은데, 그럴 때마다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빠르게 환기하고 다른 곳에 집중하는 내면의 힘도 기르게 된 것 같아요.
(부정적인 감정을 처리하는 방법과 감정의 요동함에서 전보다 빠르게 빠져나오면서 더욱 안정감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치어리더를 하면서 주변 사람들이 “너 응원을 많이 해준다”라고 얘기를 많이 했어요. 치어리더는 댓글로 다른 메이트분들게 응원을 남기잖아요. 저도 지칠 때도 있지만 그럴 때 주문을 걸듯이 그래도 이분에게 힘을 드리고 싶어, 라고 하면서 댓글을 남겨요. 한순간에 변했다고 할 수 없지만 천천히 응원하는 사람으로 변한 것 같아요. “남을 응원해야 나를 응원할 수 있구나.”라는 것도 알게 되었는데 저에게는 정말 중요한 변화예요.
Q. 나의 변화를 주변 사람들이 말해줄 정도라면, 정말 큰 변화라고 느껴져요. 여러 변화를 마주한 지숙님은 언제 어떻게 리추얼을 하시나요?
보통 교대근무를 해서 밤 근무 전에는 출근 전에 리추얼을 하고, 데이 근무 때는 일정을 마무리하고 저녁 시간에 리추얼을 해요. 저는 리추얼을 “요이땅!”하며 바로 시작하기보다는, 천천히 예열하는 편이에요. 집 근처 낙산공원에서 산책을 하면서 음악을 듣고, 집에 도착해 책을 읽고 감정일기를 써요. 리추얼 인증글을 올리고 다른 메이트분들의 리추얼 기록에 댓글도 달고 이런 식으로 리추얼을 해요.
신기한 것이 책을 읽고 쓴 일기와 책을 읽지 않고 쓴 일기의 내용이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책을 읽지 않은 날은 일상적인 표현이 많아요. 뭐를 먹었고, 어떤 것을 했고 단편적이고 일상적인 내용만 쓴다면 책을 읽고 나면 일상적인 내용은 걸러지고 구체적인 감정이나 생각에 대해 기록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리추얼 도구는 책과 노트와 펜인가요?)
저는 밑미 리추얼북에 기록하고 있고 벌써 4권째 쓰고 있어요. 평소에 핸드폰 사이즈와 비슷한 아주 작은 노트를 가지고 다니면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을 간단하게 메모하고 나중에 리추얼을 할 때 노트에 써둔 이야기를 재료삼아 감정일기를 쓰는 편이에요.

Q. 저도 문장일기를 자주 쓰는 편이라 공감이 되어요. 책의 감상과 함께 나의 느낌이나 생각을 정리하는 일기는 충만함을 느끼게 해줘요. 오랜 기간 리추얼을 하셔서 기억에 남는 메이트나 메이커, 치어리더의 말도 많을 것 같은데 떠오르는 분이 있나요?
진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리추얼을 했던 것 같아요. 리추얼 초기에 같이 했던 명인님은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팬이셨는데, 예술 관련된 서적을 재미있게 읽으시는 것을 보고 따라 읽게 되었어요. 달리기를 하는 경애님의 이야기를 듣고 저도 달리기를 하고 책을 읽고 감정일기를 쓰기도 했어요.
피아노 음악 감상하기 리추얼에서 메이커님이 음악회나 티켓팅 정보 등을 공유해주셔서 작년은 음악회에 가장 많이 가본 해가 됐어요. 덕분에 공연장을 찾는 문턱이 낮아진 것 같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공연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많이 배웠어요.
Q. 지숙님은 나와 잘 맞고 좋은 것들을 흡수하고 바로 적용하는 힘이 있다고 느껴져요. 리추얼 침체기 극복을 위해 두 개의 리추얼을 하나처럼 적용해서 시도하시기도 하고요. 리추얼 두 개를 묶어서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신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쳤었는데 중간에 그만두게 되면서 미련이 남았던 것인지, 피아노 음악 감상하기 리추얼을 보고 홀린듯이 해볼까 고민했었어요. 인문학 독서 리추얼의 정체기가 오기도 해서 가볍게 시작했는데 두 리추얼을 같이 하는 것이 좋아서 1년 정도 같이 했었어요.
저는 책을 통해 위안과 위로를 정말 많이 받았어요. 리추얼을 하면서 다른 세계로 넘어가듯 몰입하고 환기하는 경험의 힘이 정말 크다는 것을 느껴서 독서 리추얼은 무슨 일을 있어도 꼭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인문학 독서 리추얼에 음악 리추얼을 자연스럽게 붙일 수 있었던 것 같고요.
리추얼을 하면서 마음의 아주 작은 씨앗이 조금씩 자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예전에는 씨앗이 죽어 있었다면 리추얼을 하면서 조금씩 생명력이 생기고 피어오르고 있고 내가 나를 잘 돌보고 있다는 감각을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놓지 않고 싶고 놓지 않고 있어요.
Q. 오랜 기간 동안 책 리추얼을 하신 지숙님께 밑미 레터 구독자들에게 추천할 책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여러 책들이 있지만 하나는 ‘음악 소설집’이라고 소설작가 5명이 음악의 영감을 받은 단편 소설이 모여있는 책이에요. 음악과 관련 사건들이 전개되면서 빵하고 터지는 순간 감흥이 커짐을 느꼈고 공감각적으로 음악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 다른 하나는 ‘세상의 모든 시간’이라는 책이에요. 요즘은 뭐든 너무 빨리 흘러가고 쇼츠 같은 영상이 없는 삶이 상상이 안 되잖아요. 이 책은 양자역학과 관련해서 느리게 축적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 시간을 쉬게 하기도 하고 꺾어보고 늘려보는 다양한 관점에 대한 이야기라 삶의 여백을 만들고 싶으신 분들이 읽으면 좋아요. 저도 늘 쉴 틈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면서는 시간이 느리게 가네, 여유롭게 있어도 괜찮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좋았던 책이에요.

Q. 책 추천 감사합니다. 저도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어요. 지숙님이 생각하는 리추얼은 어떤 것인가요?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나를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힘. 세상엔 저를 흥분시키는 도파민스러운 것들이 많은데 그것들은 저를 좋게 이끌어주지 못하더라고요. 차분하게, 있는 그대로의 저를 받아들이고 돌봐주기 위한 시간이 리추얼인 것 같아요.
Q. 다른 메이트들에게 인문학 독서 & 감정일기 리추얼을 소개한다면?
리추얼을 하면 책을 가지고 다닐 수 있게 해줘요. 정말 다양한 것을 경험할 수 있지만, 다 표현하기 어려워서 책과 친해지고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하고 싶어요.
Q.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지난 시간의 지숙님이라고 생각해요. 리추얼을 쌓아가며 기대하는 지숙님의 모습이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연말에 1년 치 저의 리추얼 기록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하루하루 충실히 잘 살았다는 것을 느껴요. 앞으로도 충만감을 느끼고 사유하는 사람으로 오래 건강하게 지내고 싶어요.
리추얼을 천천히, 꾸준히의 쌓아가다보면 나의 변화를 주변 사람들이 느끼고, 나의 세계가 확장되어 어느 시점에는 이전과 아주 달라진 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지숙님의 이야기로 발견했어요. 눈에 띄지 않는 작은 변화이지만 같이 천천히 리추얼을 통해 쌓아나가는 우리, 였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