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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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인터뷰2023.06.04 · 읽는 데 9

‘리추얼을 하니 신기한 일이 자꾸 생겨요.’ 메이트 해찬님의 이야기

좋아하는 마음을 따라가다 보니까 우주가 저한테 지금 너 잘하고 있어! 라고 선물을 주는 것 같아요.

매 달 한 명의 리추얼 메이트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첫 번째로 만나볼 주인공은 리추얼을 하다 군대에 입대한 후 제대 후 다시 리추얼로 돌아와서 화제를 모았던 리추얼 메이트 해찬님이에요. 해찬님은 <플레이리스트> 리추얼을 하는 메이트들 사이에서는 마음을 울리는 글과 그림을 함께 올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고 하는데요, 요즘 자꾸 신기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해찬님의 이야기를 만나볼까요?

Q. 해찬님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밑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하는 소개가 있는데요. 마음속에 있는 작은 꿈틀거림에 귀를 잘 기울여서 커다란 움직임으로 만들어 내고자 하는 허해찬입니다. 음악과 글과 그림을 그리면서 공유하고 있어요.

Q. 사실 해찬님을 인터뷰하고 싶었던 이유가, 우연히 보게 된 해찬님의 리추얼 기록 때문이었어요. 굉장히 솔직한 글과 그림에 놀랐거든요.

사실 리추얼을 시작하고 처음에는 여러 사람이 내 일기를 본다고 생각하니까 저를 꾸몄던 것 같아요. 나는 이렇게 멋있는 사람이에요. 저는 이렇게 살아요 하면서 저를 엄청 치장했는데, 리추얼을 하다보니 그게 전혀 필요 없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다른 메이트들이 쓴 일기를 보다가 ‘이렇게까지 솔직할 수 있다고?’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거든요. 살다 보면 기쁜 날도 있고 슬픈 날도 있는데, 그 솔직한 마음들을 다 담아내서 공유하는 모습들을 보다보니 저도 치장을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저는 원래 슬픈 날은 기록을 남기지 않아요, 그런데 어느 날 제가 슬픈 날에 기록을 공유했을 때 실제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어쩌면 친구에게도 하기 힘든 부끄러운 말들을 남기면서 안아주고 위로해 주더라고요. 그 경험을 한 후에는 완전히 무장 해제를 하게 된 것 같아요.

Q. 저도 리추얼을 하면서 사람들이 남기는 따뜻한 댓글에 위로받을 때가 많아요. 정말 얼굴도 한 번 안 봤는데 그런 마음들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같이 리추얼을 하셨던 분 중에 주미님이 리추얼이란 ‘나의 가장 맑고 선한 부분을 타인에게 전하려는 마음’이라고 이야기해 주신 적이 있는데 저는 그게 리추얼을 너무 잘 설명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Q. ‘나의 맑고 선한 부분을 타인에게 전하려는 마음’이라니, 리추얼에 대한 정말 아름다운 표현이네요. 해찬님은 어떻게 리추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이야기가 좀 길어지긴 하는데, 저에게 개인적으로 큰 영향을 준 ‘김포공항 사건’이 있어요. 친구네 집 근처에서 술을 마시고 집에 가려고 지하철을 탔는데 졸다가 김포공역에서 내린 거예요. 저는 성남에 사는데 막차도 끊긴 시간이었죠. 다행히 같이 사는 형이 데리려 와 준다고 해서 김포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핸드폰 배터리도 간당간당해서 음악도 못 듣고 유튜브도 못 보고, 공항 주차장에는 차만 가득하고 아무도 없었죠. 그런데 그 순간 문득 내가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저 멀리 도시 불빛도 너무 아름다워 보이고, 그래서 그때 갑자기 주차장에서 제가 만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마치 콘서트 데뷔무대처럼 신나게 노래를 불렀죠. 집에 돌아와서 오늘처럼 행복하고 기억에 남는 날이 또 언제였지? 생각해 보니 별로 없는 거예요. 나름 대학 생활을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기억에 오래 남는 것들은 제 생활권을 벗어나서 여행하듯 한 경험들이더라고요. 내가 너무 내 생활권 안에서만 머물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젠가 책을 쓴다면 오늘 하루가 한 구절로라도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하루하루의 의미를 찾으려면 생활권을 벗어나서 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는 코로나도 심했고, 대학생이니 자금도 충분치 않아서 우선 책방 여행을 다니기로 했어요. 처음으로 갔던 곳이 합정의 <아인 서점>이라는 곳이었는데, 거기에서 <플레이리스트>리추얼 메이커 혜윤님의 책 <퇴사는 여행>을 발견하고 그 책에 반해서 혜윤님께 메일을 쓰고 답장을 받았어요. 그렇게 신나게 책방 여행을 다니고 있었는데, 개강하니 더 이상 예전처럼 책방 여행을 다니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었어요. 어떻게 해야 이 성장의 곡선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혜윤님이 리추얼을 한다는 게 떠올랐고 바로 신청했어요. 사실 처음에는 내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매일의 일상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는지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신나서 리추얼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함께하는 모든 메이트들과 일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

Q. 책방 여행이 멈추고, 리추얼 여행이 시작된 거네요.

네 맞아요. <플레이 리스트> 리추얼에서는 음악과 글을 나누는데, 똑같은 날씨를 보고, 똑같은 음악을 들어도 각자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는 다 다르잖아요. 사람들이 같은 노래로 다른 이야기를 쓰는데 노래를 들으면 내 기억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기억이 떠올라요. 왜 어떤 노래를 들으면 내가 여행 갔던 곳이 떠오르잖아요. 저는 음악에 기억을 붙이는 걸 굉장히 좋아하고, 그래서 매일 일기를 쓸 때 노래를 한 곡씩 넣곤 하는데, 한 가지 노래에 내가 경험하지 않았지만 너무 공감하는 메이트들의 이야기들이 엮여 있으니까, 그 기억들이 묻는다는 게 여행하고 너무 닮아있는 것 같아요.

Q. 리추얼을 하면서 뭐가 가장 크게 달라졌어요?

일단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지금 내 삶의 리듬이 내 리듬에 맞춰져 있는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의 리듬으로 살고 있는지를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게 해줘요. 책상에 앉아서 일기를 펴고 오늘 듣고 싶은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앉아 있으면, 그래 이게 완전 나다운 거지, 내가 여기에 있구나라는 걸 리추얼을 통해서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전에는 대학교 같은 학과 친구들같이 성장 과정에서 마주칠 수밖에 없는 사람들만 만났던 것 같아요. 그런데 리추얼은 내가 가야 하는 곳이 아니라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서 사람을 만난 거잖아요. 애초에 서로가 좋아하는 마음으로 모인 사람들이다 보니까 그 시작부터 관계가 다르게 형성되는 것 같아요. 관심사가 겹치는 부분도 많고 대화를 할 때도 처음 봤는데 대화가 끊이지가 않아요. 좋아하는 것으로 모인 사람들과 함께 일상을 나눈다는 것도 정말 달라진 점이에요.

Q. 맞아요. 좋아하는 마음으로 모이면 확실히 관계를 맺는 방식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맞아요. 제가 2021년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 동안 리추얼을 하고, 8월에 군대에 갔어요. 사실 온라인에서 잘 알아도 오프라인에서 만나기는 조심스럽잖아요. 그런데 선언 미팅에서 군대에 간다고 이야기하니까, 밥 한 번 사드려도 될까요라는 연락을 받아서 오프라인에서 메이트들을 만났어요. 그중 한 분이 우디 님이었는데, 온라인에서 저와 케미가 정말 잘 맞았어요. 만나기 전에는 서로 하는 일도 모르고 나이도 몰랐는데 막상 만나니까 저랑 나이차이도 많이 나고 서로 속한 사회도 전혀 다른 거예요. 그런데 말이 너무 잘 통하고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즐거웠어요. 그때 우리가 기존에 어떤 사회에 속해 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절실하게 느꼈어요. 속해 있는 사회가 달라도, 진짜 좋아하는 마음으로도 충분히 관계가 성립될 수 있구나 싶었죠.

Q. 군대에서도 리추얼 멤버들과 연락을 계속했어요?

휴가를 나올 때 어떻게 하면 휴가를 가장 잘 쓸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리추얼 멤버들을 만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래서 이따금 휴가 나오면 리추얼 멤버들을 만났어요. 또 5월에 리추얼 오프라인 미팅이 있었는데, 리추얼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마침 휴가 중이라 초대받아서 다녀오기도 했어요. 재밌는건 거기에서 처음 만난 분과 다른 페스티벌에서 우연히 만나서 친하게 지내고 그랬어요. 이미 오래 알고 지냈던 사람처럼 말이죠. 정말 리추얼 뭔가 싶었죠.

Q. 군대에서도 리추얼은 계속하셨어요?

사실 군대가 리추얼을 하기에 너무 좋은 환경인 게, 매일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까 그냥 리추얼을 이 시간에 해야지라고 내 시간표에 넣어놓으면 그걸 계속 이어 나갈 수가 있어요. 그런데 밑미 리추얼이 좋은 게 사람들과 공유하잖아요. 군대에서 혼자 쓰다 보면 그걸 할 수 없으니까 리추얼을 분명 매일 하는 것 같긴 한데 결핍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더 이상 리추얼을 하면서 여행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어요. 서로가 공유한 기록을 보면서 리추얼을 하는 시간이 너무 행복했는데 군대에서는 그걸 못하니까 너무 아쉬웠어요. 그래서 지난날들의 리추얼 기록들을 몇 번씩이나 돌려봤어요. 그래서 군대에서 쓴 많은 일기가 다른 멤버들의 리추얼을 보고 거기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적었던 것 같아요.

Q. 그래서 군대 다녀와서 리추얼에 다시 바로 돌아가셨죠?

군대에 있을 때 1년 반 동안 융플리를 너무 그리워해서 전역하자마자 2월에 바로 신청했어요. 그런데 막상 돌아가니까 제가 기대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그런지 뭔가 좀 달라진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너무 이질감을 느꼈고, 리추얼이 예전처럼 나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 것 같아서 달라진 감정에 실망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처음 두 달은 신청만 하고 참여를 거의 안 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밑미 치어리더 모임에 나가게 되면서 글을 읽고 응원해 주는 것만이라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메이트들의 일기를 보고 댓글을 달기 시작했어요. 근데 그러다 보니까 아, 내가 이런 마음 때문에 리추얼에 다시 돌아오고 싶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Q. 해찬님은 요즘 주로 어떤 것들을 기록하세요?

저는 여행을 가거나 엄청 재미있는 하루를 보낸 날은 너무 행복한 나머지 그 순간에 에너지를 다 쏟아부어서 기록을 못 남겨요. 그러다 보니 제가 남기는 기록은 지극히 평범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의 기록이에요. 그래서 제 기록은 물질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제 머릿속 상상에서 비롯된 것들을 떠올리고 쓰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다른 사람 리추얼을 보고도 글을 많이 써요. 근데 그중에 너무 좋은 게 많아요.

Q. 요즘 감사하다고 느끼는 게 있다면 뭐예요?

일단 요즘 주변에서 신기한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요. 제가 아직 복학하지 않아서 자유시간이 주어졌거든요. 그래서 진짜 좋아하는 것들을 몽땅 하면서 지내는데, 주변에서 저보다 더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는 거예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전부 다 김포공항 사건 이후에 만난 사람들이에요. 대부분이 밑미를 통해 만난 사람들이구요. 신기하게 리추얼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한 명씩 제 오프라인 세상에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리추얼을 하면서 만난 인연들이랑 더 강하게 연결되고 있어요. 왠지 모르게 자꾸 겹쳐요. 아무래도 좋아하는 마음을 따라가다 보니까 우주가 저한테 지금 너 잘하고 있어! 라고 하면서 사람들을 선물처럼 보내주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예전에 군대 갈 때는 융플리를 떠난다는 생각에 진짜 몇 날 며칠을 울었어요. 예전에는 행복한 경험 속에 있으면 그걸 놓치지 않고 끝나지 않게 하려고 엄청 빌었는데, 지금은 행복한 순간을 보냈다가 단절이 되었다가 다시 돌아왔더니 더 가까이 강하게 닿아있다는 걸 느껴요. 그래서 지금은 변하고 있는 것조차도 좋아진 게 있어요. 행복이 곡선을 그리면서 커졌다 작아졌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데, 그 모든 순간들이 결국은 더 큰 행복을 향해서 가는 거라는 확신이 들어요.

Q. 마지막으로 해찬님에게 리추얼이란?

융플리를 두고 이야기하면 매일이 새로운데 완전히 익숙한 공간이에요. 그리고 리추얼은 나만의 속도와 나만의 걸음걸이로 걷는 시간이 저에게는 리추얼인 것 같아요. 그래서 리추얼을 매일 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너무 좋아요. 내가 살아가는 리듬에서 리추얼의 속도가 각자 다양하겠죠. 회사 일 때문에 바쁘거나 할 때는 좀 못할 때도 있는 거고, 그 와중에 본래의 나와 가장 가까운 시간이 리추얼을 하는 시간과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함께 나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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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밑미 사이트에서 옮겨온 이야기예요. 회원 정보를 옮기기 전이라 쓰신 분의 이름은 아직 보이지 않아요.

  • 2023.06.06

    너무 좋은 경험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해요! 읽는 내내 감정이 말랑거렸어요~

이 글을 읽고 나서
비워둘 30분, 오늘부터 만들어볼까요?

이 글과 맞닿은 리추얼을 준비하고 있어요. 14일 코스, 누른 날이 1일차예요.

준비 중
나 리추얼 — COMING SOON
14일 · 오늘 시작 가능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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