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있을 때 어떤 마음이 드나요?
그 누구보다 편안한데 속마음을 털어놓기엔 불편하고, 반갑고 보고 싶으면서도 빨리 헤어지고 싶고, 좋으면서도 미워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는 가족관계에 대해 알아봐요.
가족을 향한 두 가지 마음
양가감정이라는 말 들어본 적 있나요? 양가감정은 한 대상에게 서로 반대되는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것을 말해요. 친구의 승진 소식에 기쁘면서도 질투가 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지만 두렵기도 하고, 혼자 있고 싶으면서도 외롭고 싶지는 않은 그런 마음들이요. 이런 양가감정이 느껴지면 우리는 왠지 모를 혼란을 느끼곤 해요. 감정은 왠지 한쪽으로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이 양가감정이 유난히 크게 느껴지는 관계가 있어요. 바로 가족이에요. 그 누구보다 편안한데 속마음을 털어놓기엔 불편하고, 반갑고 보고 싶으면서도 빨리 헤어지고 싶고, 좋으면서도 미워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잖아요. 가족이란 관계 속에는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수십 년의 기억이 얽혀 있으니 다른 관계들에 비해 얽혀 있는 감정들도 훨씬 많고, 자연스럽게 좋은 감정과 불편한 감정이 함께 얽힐 수밖에 없는 거죠.

가족에게 양가감정이 일어나는 이유
가족은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맺는 여타 다른 관계와는 다른 고유한 특성이 있어요. 우선 가족은 내가 선택한 관계가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관계예요. 친구나 연인은 나와 잘 맞는 사람을 선택하고, 맞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도 있지만 가족은 내가 선택하지 않았고, 불편하거나 힘들다고 쉽게 관계를 정리할 수도 없어요. 그래서 다른 관계들보다 더 다양한 감정이 깊게 얽혀 있을 수밖에는 없죠.
가족은 나의 첫 번째 세상이었던 사람들이에요. 우리는 가족 안에서 처음으로 세상에 대해 알게 되고, 침대 정리 법, 밥 먹는 순서같이 일상을 살아가는 크고 작은 방식들도 배웠거든요. 하지만 자라면서 우리는 점점 다른 세상을 만나고 조금씩 가족과는 다른 나만의 취향과 방식을 만들어가요. 가족에서 독립해서 나만의 세상을 만든다는 것은 곧 어른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가족의 기억 속 나는 이 변화를 따라오지 못할 때가 많아요. 가족이라는 관계 속에서 서로는 과거의 역할로 기억되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때의 말투와 기억으로 돌아가 버리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가족 안에서는 익숙한 편안함이 느껴지면서도 애써 찾은 나다운 모습이 흐려지고 나를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는 것 같은 답답함이 느껴질 수 있어요.
무엇보다 가족은 우리가 처음으로 사랑받고 싶었던 사람들이에요. 어린 시절 우리는 가족에게 사랑받고 인정받으며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확인했거든요. 그 바람은 어른이 되었다고 쉽게 사라지지 않아요. 여전히 기대하는 마음이 있기에, 다른 사람이라면 웃어넘겼을 말도 가족이 하면 유독 신경 쓰이고, 서운하게 느껴져요. 때때로 과거의 상처가 떠올라서 감정을 더 복잡하게 만들기도 하죠. 아무리 성인이 되었다고 해도 가족 앞에서는 여전히 어린 시절의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었던 내 마음이 나와버릴 수 있거든요.
두 가지 마음을 다루는 우리의 방식
우리는 복잡한 감정을 그대로 두는 걸 어려워해요.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것처럼, 마음이 한쪽으로 분명해야 편하다고 느끼거든요. 특히 가족을 향해 부정적인 마음이 들 때면 그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괴로워지기도 해요. 가족은 사랑해야 하는 존재이고, 좋은 사람이라면 이런 마음이 들면 안 된다고 훈습 되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종종 화살이 나에게 향하기도 해요. 부모가 불편하게 느껴지면 '나는 왜 이렇게 못된 자식일까' 싶어 죄책감이 들고, 가족이 그리워지면 '그렇게 상처받고도 아직 기대하다니' 하며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지죠. 가족과의 관계뿐 아니라 나 자신과의 관계까지 힘들어지는 거예요.
‘가족인데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지', '내가 너무 예민한 거겠지' 하며 서운함이나 답답함을 없던 일처럼 넘기기도 해요. 하지만 덮어둔 마음은 사라지지 않고 조금씩 쌓여요. 그러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 생각보다 큰 화가 터져 나오고, 그런 나를 보며 또 죄책감을 느끼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기도 하죠.
두 마음을 모두 허락하며 살아가기
가족에게 불편한 마음이 든다고 해서 가족을 아끼는 마음이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양가감정이라는 말처럼, 두 마음은 서로를 부정하지 않고 한자리에 함께 머물 수 있어요. 어쩌면 불편한 마음은 그만큼 가족이 나에게 중요하다는 증거이기도 해요. 가족의 말 한마디가 유독 서운하게 느껴지는 건 여전히 가족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기 때문이고, 가족 곁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건 애써 만들어온 나만의 방식을 지키고 싶기 때문이니까요.
그러니 가족을 향한 마음이 복잡해질 때, 어느 한쪽을 지우려 애쓰거나 나는 왜 이런 마음이 드는 건지 자책하기보다는 그 마음들을 가만히 알아차려 보세요. 나는 엄마가 고마우면서도 서운한 마음이 드는구나. 가족이 보고 싶으면서도 만나면 피곤하구나라고 ‘그럴 수도 있지’라는 태도로 내 마음들을 알아차려 보는 거예요.
그리고 불편한 마음이 나에게 알려주는 것이 뭔지 귀 기울여 보세요. 서운함이 크다면 가족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답답함이 크다면 내가 지키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보는 거죠. 그 바람을 가족에게 조심스럽게 말해볼 수도 있고, 나에게 편안한 만큼의 거리를 정해둘 수도 있어요. 적당한 거리는 가족을 밀어내는 게 아니라, 두 마음을 모두 지키며 오래 곁에 있기 위한 방법이 되기도 하니까요. 누군가에게는 가족이 편안함보다 불편함이 훨씬 큰 관계일 수도 있어요. 그 마음 역시 충분히 괜찮아요. 가족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