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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심리 이야기2022.11.07 · 읽는 데 4

우리 몸에 새겨지는 트라우마의 흔적

우리가 경험한 것들은 몸, 마음, 뇌에 새겨집니다

일상의 모서리에 도사리고 있는 트라우마

전쟁에 나가거나 불의의 사고를 직접 겪어야지만 트라우마를 경험하는 것이 아니에요. 트라우마에 관해 30여 년이 넘게 연구한 베셀 반 데어 콜크 박사는 그의 명저 <몸은 기억한다>에서 트라우마의 일상성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5명 중 1명은 어린 시절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고, 4명 중 1명은 몸에 자국이 남을 정도로 맞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커플 3쌍 중 1쌍은 상대의 신체 폭력에 시달리며 8명 중 1명은 엄마가 맞거나 공격받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겪을 수 있는 사건에서 트라우마는 만들어집니다. 911테러나 세월호, 최근에 일어난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회적으로 비극적인 사고의 경우에는 그 일을 직접 겪지 않았더라도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뇌, 마음, 몸에 새겨지는 트라우마의 기억

시간이 약이라고 흔히 이야기하지만, 트라우마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지금 바로 그 일을 겪은 것 같은 아픔과 고통을 느낄 수 있어요. 우리가 경험한 것들은 뇌를 바꾸고, 다양한 신체 증상들이 우리 몸에 새겨지기 때문이죠. 인간은 오랜 기간 자연과 맹수의 습격 등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생존을 걱정하며 살아왔고, 이 과정에서 편도체라는 뇌의 기관이 발달하게 되었어요. 편도체는 위험신호가 인지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을 통해 혈압, 심장 박동수, 산소 흡입량을 늘려서 우리가 빠르게 싸움-도주를 할 수 있게끔 준비시킵니다.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의 뇌는 이 시스템을 적절히 작동시키지 못합니다. 위험은 사라졌지만 스트레스 호르몬이 계속 분비되며 불안과 공황이 나타나고 이는 우리 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아주 오래전 겪은 일에 대해서도 엊그제 겪은 일처럼 반응하는 이유도 이 편도체의 작용 때문입니다.

트라우마는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나?

트라우마가 바꿔놓는 뇌와 몸의 변화 때문에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에 고질적으로 시달립니다. 과거의 일이 생생하게 살아나서 그 상황에 갇혀버리게 되는 경향이 생기는데, 이는 현실의 새로운 경험을 삶에 통합하며 성장하는 것을 멈추게 합니다. 새로운 만남이나 경험을 해도 과거에 기억에 묻혀 긍정적으로 해석하기 어렵게 되는 거죠. 내면에 끊임없이 혼돈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억누르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됩니다. 신체가 자동으로 과도한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언제든 공격이나 폭력을 당할 태세를 갖추고자 하는데 이는 근육통, 만성피로, 기타 자가 면역질환과 같은 다양한 신체 증상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감각을 아예 마비시켜서 위험 징후는 감지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인지하지 못하니 자신의 욕구에도 무감각해지고 스스로 잘 돌보지 못해 식이장애나 수면장애를 겪기도 합니다.

트라우마의 회복, 나의 몸과 마음의 소유권을 되찾는 일

이미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에 남은 트라우마의 흔적을 치유할 수는 있습니다. 트라우마는 우리가 현재에 경험하는 것들을 온전히 경험하지 못하고, 자꾸만 과거의 상황으로 재현해 압도되거나 수치스러워하거나 주저앉게 만듭니다. 화가 난 사람들은 화난 몸으로 살아가고, 학대의 피해자들은 늘 긴장되고 방어합니다. 트라우마로부터 회복한다는 것은 나의 감각과 신체가 주변 세상과 상호 작용하는 방식을 올바르게 인지하고 나의 몸과 마음의 소유권을 나에게로 되찾아오는 것입니다.

트라우마를 인생에 대한 통찰과 열정으로 변환하는 힘

나에게 일어난 일, 혹은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나를 무력하게 하기도 하고, 내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사실은 인간은 서로를 파괴하는 능력만큼 서로를 치유하는 능력도 지니고 있다는 점입니다. 트라우마는 인간의 나약함을 가장 잘 드러내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월등한 회복 능력을 발휘하게 하기도 합니다.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인물 중 다수는 개인적인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그를 통해 만나게 된 새로운 통찰과 열정을 통해 삶을 변화시켰습니다.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노예 해방이나 사회보장제도 같은 사회의 발전은 트라우마를 계기로 얻은 결과인 경우가 많습니다. 트라우마는 우리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하지만, 이를 통찰과 열정으로 변환시킬 수 있다면 변화를 위한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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