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는 사람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던 적이 있나요?
어떤 가면을 쓰고 세상을 살고 있나요?
사회에서 나에게 요구하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면을 쓸 수밖에는 없어요.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개의 가면을 번갈아 쓰며, 따뜻한 친구로, 유능한 직장인으로, 착한 딸 혹은 아들로 각각의 상황에 맞는 나를 연출하곤 해요. 이렇게 나에게 주어진 역할에 맞게 다양한 가면을 쓸 수 있는 게 나쁜 건 아니애요. 주어진 상황에 맞게 행동할 수 있는 건 우리가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서 삶을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기도 하니까요.
문제는 이렇게 가면을 쓰는 시간이 점점 길어질수록 진짜 내 자연스러운 모습은 점점 사라져갈 수 있다는 거예요. 특히 사람들이 가면을 쓴 내 모습을 좋아하고 인정해 주면, 앞으로도 계속 칭찬받고,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에 점점 더 두꺼운 가면을 쓰게 돼요. 게다가 요즘처럼 남에게 보여지는 것이 중요한 시대에는 가면을 벗는 게 점점 더 어려워져요. 이렇게 가면을 쓰는 시간이 점점 늘어날수록 가면이 나인지, 내가 가면인지 헷갈리게 돼요.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뭔지, 내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는 점점 희미해지고,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 남들이 나에게 어떤 것을 원하는지에 나를 맞춰가게 되는 거죠.

가면의 무거움과 가면을 벗을 수 있는 자유로움
가면을 쓰고 사는 건 생각보다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해요. 항상 남에게 보이는 나를 계산하며 남의 눈치를 보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계산하고, 진짜 감정을 억누르느라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해져요. 이렇게 끊임없이 긴장하며 일상을 살게 되면 혼자 있을 때도 긴장이 풀리지 않아서 만성 긴장이 습관화 되기도 해요. 가면을 쓰고 있으면 타인과 진실된 관계를 맺는 것도 어려워지고, 무엇보다 나 자신과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없어요. 솔직한 나의 모습을 억누르고 있으니 늘 어딘가 억압된 느낌이 들고,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 진짜 내 감정이 뭔지, 내가 원하는 건 진짜 어떤 건지 헷갈리게 왜요. 너무 오랫동안 역할에 맞는 가면만 쓰고 살아왔기 때문에 역할을 벗어난 자연인으로서의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게 되고, 나에 대한 믿음을 가지기도 어려워지죠.
가면을 벗고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으로 살아간다는 건 갑자기 모든 역할을 내팽개치고 무책임해지거나 사회적 역할을 포기한다는 뜻이 아니에요. 대신 역할에 맞는 완벽한 가면을 쓰기 위해 억눌렸던 나의 취약한 점, 솔직한 나의 욕망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해 주는 거예요. 능력 있는 직장인의 가면을 쓰며 살아왔다면, 항상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스스로를 몰아넣는 대신, 때로는 나도 실수하고, 모르는 것도 있고, 실패할 수 있다는 나의 취약성을 받아들여 주세요. 연인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좋은 연인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상대에게 맞춰주며 속으로 불만을 억누르는 대신, 내 솔직한 욕망과 감정을 이야기하고 서로에게 맞는 균형점을 찾아나가는 거죠.
이렇게 두껍게 쓰고 있던 가면을 벗고 나의 진짜 감정과 욕망을 바라봐주기 시작하면, 가면을 쓰느라 소모했던 에너지를 내가 정말 원하는 일에 쓸 수 있어요. 내가 원하는 창조적인 일을 하고, 보여주기 위한 관계 말고 나에게 정말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어요. 나 자신에게 솔직해질수록 내 직감이나 판단에 대한 신뢰도 생겨요.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어떤 선택이 나에게 맞는지 알 수 있으니, 예전보다 더 명료하게 선택하고 나를 믿어줄 수 있는 거죠.

우리가 가면을 붙잡고 있는 이유
가면을 벗으면 훨씬 자유롭고 가벼워질 수 있음에도 우리는 왜 가면을 붙잡고 놓지 못하는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두려움 때문이에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면 사람들이 실망하지는 않을까?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고 멀어지면 어떻게 하지? 라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상상하며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거죠. 가면을 오래 쓰고 살다 보면 가면을 쓰고 사는 것이 익숙해지다 보니 익숙한 불행에 머무르는 것이 그렇게 힘들지 않게 느껴지기도 해요. 가면을 벗을 때 마주해야 하는 변화는 알 수 없고 지금 내가 가진 것들을 잃어버리게 만들 수도 있으니 조금 힘들긴 하지만 이미 나에게 익숙한 가면 속에 머무르려 하는 거죠.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가면은 더 무거워져요. 지금은 괜찮을지 몰라도 가면 속의 진짜 나를 만나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진짜 내 감정이나 욕구와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되고 나이가 들수록 삶에 대한 회의감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거든요.
가면을 벗기 위해서는 내가 느끼는 두려움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이 필요해요. 우리는 가면을 벗으면 내가 가진 많은 것들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두려워하지만, 사실 우리는 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어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아껴주는 소중한 관계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만났을 때 느낄 수 있는 직관과 자기 신뢰, 남의 시선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은 가면을 쓰고는 절대 만날 수 없는 것들이거든요. 두려움 너머에 훨씬 더 풍요롭고 자유로운 삶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믿고, 아주 작은 것부터 용기 내보는 것이 필요해요.
가면을 벗고 진짜 나를 만나기
그럼 가면을 벗고 진짜 나를 만나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건 가면을 쓰고 있는 나의 모습을 알아차리는 거예요. ‘내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애쓰는구나.’ ‘완벽해 보이고 싶구나.’ ‘인정받기 위해 내 모습을 꾸미고 있구나.’라고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거죠. 내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뭘 가장 잘하고 싶은지, 내가 언제 긴장하는지, 인정받고 싶어서 더 애쓰는 것이 무엇인지 관찰하다 보면 어떤 가면을 유독 더 꽉 붙잡고 있는지 알 수 있어요. 이렇게 내가 쓰고 있는 가면을 자각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어요.
내 모습을 알아차렸다면, 이제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도 안전한 곳에서 내 솔직한 모습을 조금씩 보여주는 연습을 해보세요. 모든 사람에게 나의 모든 걸 보여줄 필요는 없어요. 내가 안전하게 느껴지는 공간에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해요. 나만 볼 수 있는 일기장이 될 수도 있고,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밑미 리추얼 커뮤니티 방이 될 수도 있어요. 주변에 믿을 수 있는 가까운 친구가 있다면 친구에게 내 취약한 모습을 조금씩 보여주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아요. 그동안 꺼내지 못했던 나의 감정, 욕구,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나의 모습들을 조금씩 꺼내 놓아 보세요. 글로 써도 좋고, 그림이나 춤, 음악으로 표현해도 좋아요.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과정에서 나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것을 잊지 마세요. 때때로 가면 속 모습이 인정하고 싶지 않고, 보기 싫은 내 모습일 수 있어요. 이 과정에서 가면을 쓰고 살았던 나에 대한 미움의 마음이 올라올 수도 있어요. 그럴 때일수록 나를 미워하고 판단하기보다는 ‘가면을 쓰고 사느라 고생했고 수고 했어.’ ‘내 이런 모습을 인정하기 싫었는데, 이런 모습도 괜찮아.’라고 나의 모습을 인정하고 친절하게 대해주세요. 변화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그 길을 걸으며 우리는 점점 더 가볍고 자유로워 질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