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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심리 이야기2025.05.13 · 읽는 데 6

나의 과거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요?

과거는 왜 우리를 따라다니는 걸까?

과거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오늘의 나는 과거의 내가 경험하고, 배우고, 관계 맺으면서 형성한 ‘나’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니까요. 지금 내가 하는 일, 관계 맺는 사람, 취미같이 눈에 보이는 특징뿐 아니라 가치관이나 삶의 지향점, 행동 패턴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또한 과거의 경험과 그것을 내가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만들어졌죠.

문제는 우리가 과거의 경험을 기억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오류를 만들어 낸다는 데 있어요. 우리가 가장 자주 만드는 오류는 과거를 기억하고 해석할 때 긍정적인 기억보다는 부정적인 기억을 크게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는 거예요. 사실 이건 우리의 생존을 위해 뇌가 적응한 결과예요. 부정적이고 위험한 기억은 우리 생존에 위협을 줄 수 있으니 더 강력하게 오래 간직하도록 진화해 온 거죠. 뇌의 이런 특성은 우리가 아프리카 초원에서 수렵채집을 하며 살아갈 때는 확실히 생존에 도움을 줄 수 있었어요. 하지만 매 순간 수많은 자극과 사람들에 노출되어 살아가는 21세기에 뇌의 이런 특성은 생존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요. 과거에 일어났던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에 초점을 맞추고, 상처 주는 말을 더 크게 기억하고, 작은 실수의 기억을 평생 간직하며 부정적인 기억에 얽매여서 살아갈 수 있는 거죠.

기억나지 않는 기억이 더 무서운 이유

과거의 어떤 일로 인해 상처를 받았고, 그것이 지금 내 현실에 이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을 때는 오히려 해결이 쉬울 수 있어요. 원인과 결과의 연결고리가 명확하기 때문에 직면하기도 쉽고 해결책을 찾기도 쉬운 거죠.

우리 발목을 제대로 잡는 과거의 경험은 오히려 지금은 생각조차 나지 않는 잊혀진 기억인 경우가 많아요. 심리적으로 고통을 주는 경험을 했을 때 우리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기억을 차단해 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이런 기억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무의식 속에 여전히 남아서 특정 상황이나 자극이 왔을 때 이유도 모르는 감정 반응을 만들어서 우리를 힘들게 할 수 있어요. 무엇을 원인으로 이런 감정이 느껴지는지 알 수 없으니,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 버리기도 쉽죠.

기억은 사라졌지만,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특정 신념은 남아서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경우도 많아요.

이를테면 어렸을 적에 좋아하는 친구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지 못한 경험이 ‘나는 버림받을 만한 사람이야’라는 신념을 만들 수 있어요. 사실 어른이 된 입장에서 생각하면 생일 파티에 초대받지 못한 건 상처받을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내 존재를 버림받을 만하다고 판단할 정도로 큰 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어린 시절에는 사건을 객관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그래서 생일 파티에 초대받지 못한 사건이 ‘나는 가치가 없어’ 혹은 ‘나는 버림받을 만한 사람이야’라는 뿌리 깊은 신념으로 형성될 수 있는 거죠.

문제는 생일에 초대받지 못한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의식에서 사라지지만, 그로부터 형성된 ‘나는 버림받을 만한 사람이다’라는 신념은 더 깊이 뿌리내려서 내 정체성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에요. 이렇게 원인과 결과의 고리가 끊어진 채 굳어진 신념은 그것에 대해 질문을 하거나 검증할 기회도 없이 절대적 진리처럼 받아들여져요. 이후의 경험들 또한 그 신념을 확인해 주는 것들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여 자신의 신념을 더 단단하게 만들죠.

내가 가지고 있는 무의식적 신념을 검토해야 하는 이유

과거로부터 진정으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만들어져 내 정체성의 일부로 존재하는 나의 근본 신념들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물론 이 과정은 쉬운 과정이 아니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굳이 그렇게까지…’라고 생각하며 그냥 모르는 척 회피하고 무시하며 사는 것을 택하곤 해요. 익숙한 패턴과 신념 속에 머무르는 것이 당장은 편안하고 안전하다고 여겨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근본 신념들을 하나씩 발견하고 해체해 나가는 과정은 과거로부터 시작되어 나를 알게 모르게 속박하고 있었던 쇠사슬을 하나씩 풀어내는 것과도 같아요. 우리는 수많은 쇠사슬에 묶여 살아가고 있지만 자신이 속박되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살아가요. 이 쇠사슬이 제안하고 있는 나의 선택, 행복, 관계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체념하듯 살아가는 거죠. 묶여있던 쇠사슬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건 당장은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운 과정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얻는 자유로움과 확장되는 삶의 가능성은 그 어려움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아요. 나를 제한하고 있었던 것은 외부의 특정 대상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서 스스로를 속박하고 있던 고정된 신념이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고, 과거의 신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내가 선택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게 되죠.

나의 신념을 재정립하고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기

그럼, 나를 기억조차 나지 않는 과거의 기억에서 시작되어 나를 속박하고 있던 무의식적 신념을 발견하고 재정립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 과거의 신념을 버리고 새로운 신념을 만들어 봐요. 과거로부터 나를 묶어 놓고 있던 신념을 찾았다면, 그 신념이 더 이상 맞지 않는 이유를 찾아봐요. 이 신념들은 대부분 적절한 근거도 없이 우리를 묶어 놓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지금의 내가 꿈꾸는 삶에 적합한 새로운 신념을 만들어 봐요. ‘나는 버림받을 만한 사람이야.’라는 비합리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는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야.’와 같이 새로운 신념으로 대체하는 거예요.

    오늘 이야기한 과정은 빠른 결과를 얻는 과정이 아니고 이 과정 속에서 때로는 직면하고 싶지 않은 나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수도 있어요.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신념을 마주한다는 건 때때로 괴롭고 도망치고 싶은 일일 수 있거든요. 그러니 서두르지 말고 나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해 보세요. 과거의 신념으로부터 하나씩 풀려나갈 때 내 삶의 새로운 가능성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할 거예요.

  • 나의 패턴을 발견했다면 나는 ‘왜’ 이런 패턴을 반복하는지 근본 신념이 나올 때까지 스스로에게 계속 물어봐 주세요. 타인에게 솔직하게 감정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패턴을 발견했다면 “나는 왜 감정을 말하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듯 질문을 이어가 보세요. 중간에 어떤 기억이 떠오를 수도 있고, 몸의 특정 부위에 어떤 감각이 느껴질 수도 있어요. 그럴 땐 감각을 오롯이 느끼며 그 감각이 나에게 말해주려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여 보세요. 우리 몸은 종종 우리의 의식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거든요. 

  • 매일 감정일기를 쓰고, 반복적으로 느껴지는 감정과 생각의 패턴을 발견해 보세요. 무의식적인 신념은 삶에 특정 패턴을 반복하게끔 만들고 우리는 내가 패턴을 반복하는지도 모른 채 패턴을 반복하며 ‘왜 나는 늘 이 모양이지?’라는 생각을 반복해요. 내 삶의 반복적인 패턴을 제대로 발견하기만 한다면 무의식적인 신념을 찾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어요. 매일 감정일기나 모닝페이지를 쓰며 나의 생각과 감정을 꾸준히 기록하고, 기록을 읽어가다 보면 내가 어떤 패턴을 반복하는지 알아차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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