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300km의 세계에서 배우는 인생의 기술은?
삶은 운과 실력의 콤비네이션
F1은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 경주예요. 가장 빠르게 정해진 트랙을 통과하는 팀과 선수가 우승을 하죠. 각 팀은 가장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차를 만들고, 드라이버는 그 차를 몰고 경쟁해요. 재미있는 건 아무리 실력이 좋은 드라이버라도 빠른 차를 만나지 못하면 절대 우승할 수 없다는 거예요. 매년 새로운 차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작년에 가장 빠른 차를 만든 팀이 올해도 가장 빠른 차를 만들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어요. 그러니까 경기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내가 실력 있는 선수가 되는 것과 동시에 가장 빠른 차를 만드는 팀에 소속되는 행운이 있어야 하는 거죠.
그래서 F1 경기를 볼 때면 우리 삶과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마주하는 삶의 결과도 실력과 운의 콤비네이션이거든요. 내가 어느 나라에서 어느 부모에게 태어났는지,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자질이 나의 기질과 얼마나 맞는지와 같은 것들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빠른 차가 계속 변하듯이 나를 둘러싼 환경도 계속 변해요. 과거에는 최고의 직업이었던 것이 시대가 바뀌면서 갑자기 사라지기도 하고, 좋아서 그냥 꾸준히 했던 일이 시대의 흐름을 잘 만나 대박을 내기도 하죠.
물론 실력 있는 드라이버들은 운을 앉아서 기다리지 않아요. 더 좋은 차를 만들 수 있게끔 팀에 피드백을 주고, 빠른 차를 만드는 팀으로 이적하기 위해 기회를 노려요. 운 좋은 드라이버는 절묘하게 빠른 차를 만드는 팀으로 옮겨 우승을 하기도 하지만, 다른 드라이버는 이적한 팀에서 예상과 달리 부진한 실력을 내기도 해요. 하지만 중요한 건 자기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운이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자리에 자신을 놓아두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에요.
우리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내가 속한 환경을, 조건을 온전히 통제할 수 없어요. 오히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 훨씬 커 보일 때도 많죠. 하지만 환경은 계속 변하고, 언제 나를 위한 환경이, 시대가 찾아올지는 아무도 몰라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하는 것뿐이에요. 결과가 실력과 운의 콤비네이션이라는 걸 인정하고 나면, 성공한 사람을 덜 신화화하게 되고, 뜻대로 되지 않은 나를 덜 자책하는 대신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거든요.
가장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는 언제 멈출지 알아야 해요
F1은 가장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 경주이지만 쉬지 않고 달리기만 하는 건 아니에요. 트랙을 최고 속도로 빠르게 달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타이어가 닳는데, 그래서 경기마다 최소 한 번 많게는 세 번까지 경기 중간에 타이어를 바꿔 끼워야 해요. 이렇게 잠깐 멈춰서 타이어를 갈아 끼우는 시간을 피트스탑 이라고 하죠.
닳은 타이어로는 아무리 빠른 차로 세계 최고의 드라이버가 핸들을 잡아도 빨리 달릴 수가 없어요. 접지력을 잃어 코너링이 어려워지고, 기록은 점점 느려지고, 억지로 버티다가는 사고로 이어질 수가 있어요. 그래서 F1 팀들은 타이어의 마모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언제 타이어를 바꿔야 하는지 멈출 타이밍을 계획하죠.

우리가 일할 때 소모해 버리는 몸과 마음의 에너지도 마찬가지예요. 타이어처럼 쓰는 만큼 점점 소모되고 그대로 방치하고 쓰다가는 언젠가는 닳아버리거든요. 그래서 F1팀이 타이어의 마모 상태를 점검해서 언제 바꿀지 최적의 타이밍을 계산하듯 우리도 내 몸과 마음의 상태를 잘 살펴서 언제 멈춰서 에너지를 충전해야 하는지 관찰해야 해요. 타이어가 다 닳았는데도 멈추면 뒤처질까 봐 계속 달리면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사고 위험이 증가하는 것처럼 우리 몸과 마음도 마찬가지예요. 같은 시간을 들여도 성과는 점점 떨어지고, 별거 아닌 일에도 짜증이 나고 실수를 해요. 그러다 몸이 아프거나 번아웃이 오면 한참 멈춰있는 시간을 보내야 할 때도 있죠.
소모되고 닳아버렸다는 건 내가 약하거나 잘 못했다는 증거가 아니라 내가 그만큼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달렸다는 증거예요. 그러니 열심히 노력하는 시간만큼이나 잘 쉬는 시간, 멈춰서 충전하는 시간을 주는 걸 두려워하지 마세요. 경기에서 끝까지 완주하기 위해서는 빨리 달리는 것만큼이나 잘 멈추는 것도 필요하니까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에요.
F1을 보다 보면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말을 실감하게 돼요. 매 경기 반전이 펼쳐지거든요. 압도적으로 선두를 달리던 차가 결승선을 몇 바퀴 앞두고 갑자기 멈춰 서고, 예보에 없던 비가 쏟아지며 순위가 통째로 뒤집히기도 해요. 그래서 드라이버들은 지금 몇 위로 달리고 있든, 마지막 순간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아요. 기회가 언제 올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 기회는 트랙 위에 남아 있는 사람에게만 찾아온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우리는 종종 끝까지 해보지도 않고 ‘어차피 안 될 거야’라며 지레짐작으로 포기할 때가 있어요. 특히 실패가 두려울 때 우리는 미리 포기하거나 시작조차 하지 않으면서 자존심을 지키려 할 때가 있어요. 시도하지 않으면 실패해도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안 해서 안 된 것이 되니까요. 그 순간에는 마음이 편할 수 있지만 그렇게 포기해 버리거나 시작조차 하지 않으면 나에게 오는 뜻밖의 기회조차 잡을 수가 없어요.

니코 휠켄베르크라는 드라이버가 있어요. 2010년에 데뷔해서 15년 동안 200번이 넘는 경기를 뛰었지만 단 한 번도 포디움에 오르지 못한, '포디움 없는 최다 출전'이라는 씁쓸한 기록의 주인공이었죠. 누군가는 진작에 미련을 접었을 커리어였을 거예요. 그런데 작년 실버스톤에서 비가 쏟아지던 날, 그는 19위에서 출발해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어요. 서른일곱, 데뷔 15년 만의 첫 포디움이었죠. 그날 그가 대단했던 건 빗속의 주행만이 아니에요. 포디움이 허락되지 않는 15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트랙 위에 남아 있었다는 것이었죠. 기회는 그런 사람에게 찾아와요. 그러니까 결과가 보이지 않는 시간에도 우리가 할 일은 하나뿐이에요. 바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트랙 위에 남아 있는 거예요. 우리 인생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까요.
F1과 우리 삶이 다른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꼭 해야 할 이야기가 있어요. F1과 우리 삶은 본질적으로 다른 게임이라는 사실이에요. F1에서는 스물두 명의 드라이버가 같은 날, 같은 트랙을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요. 우승자는 단 한 명뿐이고, 1위부터 꼴지까지 순위가 매겨지죠.
하지만 우리 삶은 그렇지 않아요. 우리는 각자 다른 트랙을 달리고 있거든요. 어떤 사람의 트랙은 직선이 길고, 어떤 사람의 트랙은 코너가 많아요. 누군가는 오르막을 오르는 중이고, 누군가는 빗속을 지나는 중이죠. 트랙이 다르니 서로의 기록을 비교하고 순위를 매기는 건 의미가 없어요. 하지만 우리는 자꾸 옆 트랙을 보면서 나의 속도와 타인의 속도를 비교하며 초조해하곤 해요. 서로 다른 게임을 하면서 순위를 매기는 불가능한 일을 하고 있는 거죠.
지금 속도가 잘 안 나와서 좌절스럽다면 어쩌면 나는 지금 오르막을 힘겹게 오르고 있는 것인지도 몰라요. 직선으로 쫙 뻗은 고속도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아름다운 경치를 구불구불한 국도를 달리면서는 경험할 수 있는 것처럼 각자의 트랙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도 각기 다르죠. 그러니 나의 트랙에서 내 속도에 맞춰서 나의 결승점으로 한발자국씩 걸어 나가세요. 그것이 우리가 삶을 잘 완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