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통을 직면할 수 있나요?
삶은 고통이라고 생각하나요?
‘삶은 고통이다’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는 세상에서, 삶은 고통이라는 말은 듣기 싫은 말,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말로 들릴 수 있어요. 삶은 고통이라는 것을 인정하면 내 삶에 고통이 가득하고 그래서 실패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으니 괜히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거죠. 긍정을 강조하는 자기계발서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긍정심리학은 우리의 이런 믿음을 더욱 확신시켜 줘요. 부정적인 것은 멀리하고, 긍정적인 것을 가까이해야지 행복한 삶이 펼쳐진다며 우리를 유혹하고,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압박을 만들어내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말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면, 삶은 고통이라는 진리를 부정하며 멀리 도망가는 대신, 삶은 고통이라는 진리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해요. 삶을 고통이라는 사실을 직면하는 것은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과는 달라요.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 현실을 왜곡하며 부정적인 측면만 선택적으로 주목하는 것이라면, 삶의 고통을 직면한다는 것은 삶에서 마주할 수밖에 없는 고통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거예요. 현실을 왜곡하며 내 입맛대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이는 거죠.

고통을 둔감 시키는 데 탁월한 현대 사회
고통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첫 번째 방법이지만, 우리는 고통을 회피하고 도망가는 데에 점점 능숙해지고 있어요. 우선 스마트폰만 있으면 우리는 즉시 현실에서 벗어나 가상 세계로 도피할 수 있어요. 끊임없이 이어지는 릴스와 쇼츠, 틱톡의 짧고 강렬한 자극은 우리의 주의를 즉각적으로 분산시키며 현재의 감정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어요. 손가락만 몇 번 누르면 금세 자극적인 음식이 문 앞까지 배달되고, 현재의 고통을 잊게 도와주는 새로운 물건들을 살 수 있어요. 아무 생각 없이 게임 속으로 빠져들 수도 있어요. 이렇게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영상을 보고, 쇼핑을 할 때 분출되는 도파민은 순간적으로 고통을 잊어버릴 수 있게 만들어 주죠.
현대 사회는 고통을 기쁨으로 교묘하게 포장하는 데도 놀랍도록 능숙해요. 과도한 소비는 '자기 보상'이나 '셀프 케어'라는 긍정적인 이름으로 포장돼요. 힘든 하루를 보냈으니 자신을 위해 큰 금액을 지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메시지가 광고와 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전달돼요. 하지만 이런 소비 행위는 실제로 근본적인 고통을 해결하기보다는 일시적인 쾌락만 제공할 뿐이에요. 과도한 업무와 번아웃 문화는 '열정'과 '성공을 위한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되기 쉽죠. 이런 왜곡된 메시지들은 우리가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고통을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고 쳇바퀴를 돌듯 고통스러운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어요.
무엇보다 이렇게 회피 행동이 반복될수록 우리의 감정과 감각은 점점 둔감해지고, 자신의 진짜 감정을 알아차리는 능력이 약해져요. 마치 계속해서 진통제를 복용하면 통증에 둔감해지듯, 고통을 회피하다 보면 고통 자체에 둔감해지게 되는 거죠. 이런 감각의 둔화는 우리 삶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쳐요. 고통에 둔감해질수록 진정한 기쁨과 만족감에도 둔감해지게 되고, 감정의 스펙트럼 전체가 좁아지는 거죠. 그 결과 우리는 감정을 느끼기 위해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되고, 이는 중독적인 행동 패턴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나의 고통을 고통으로 알아차릴 때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삶에서 고통을 마주했을 때, 쉽고 값싼 일시적인 해결책으로 도망가는 대신, 고통을 고통으로 알아차리고 직면해야만 진정으로 고통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어요. 불교의 가르침인 고집멸도는 고통에서 벗어나는 첫 번째 단계가 바로 ‘삶은 곧 고통이다’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임을 명확히 알려줘요. 고통을 고통으로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그 원인을 찾을 수도, 그것을 멸하는 방법을 알 수도,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을 걸을 수도 없어요.
고통을 알아차릴 때, 우리는 고통과 고통을 관찰하는 자신 사이에 작은 공간을 만들게 돼요. 이 미세한 간격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작점이 돼요. 우리는 더 이상 고통과 완전히 동일시하지 않고, 고통을 경험하고 있는 관찰자의 입장을 취할 수 있게 되죠. 무엇보다 고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때, 우리는 그것에 대한 저항을 놓아버릴 수 있어요. 고통에 대한 저항은 종종 원래의 고통보다 더 큰 고통을 만들어내는데, 있는 그대로 고통을 받아들이면 그것에 저항할 때 만들어지는 더 큰 고통을 피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무엇보다 고통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 우리는 그것이 고정되고 영원한 상태가 아니라 변화하는 감각, 생각, 감정의 흐름임을 발견할 수 있어요. 이렇게 계속해서 변화하는 고통의 특성을 알아차리게 되면 그 자체로 고통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고 고통 또한 영원한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변화하는 것이라는 삶의 지혜를 가질 수 있게 되죠.

고통을 직면하는 두 가지 방법
그럼 우리는 일상에서 어떻게 고통을 직면함으로써 고통에서 진정으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오늘 밑미레터에서는 고통을 건강하게 직면할 수 있게 도와주는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할게요.
첫 번째로, 고통스러운 감정을 피하지 않고 느끼고 이름 붙이는 연습을 하세요. 우리는 감정을 뭉뚱그려서 알아차리고 제대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부정적이고 고통스러운 감정 앞에서는 감정을 느끼기보다는 회피하고 도망치려 하죠. 하지만 감정은 있는 그대로 경험되고 알아차려 줄 때 오히려 해소될 수 있어요. 부정적이고 고통스러운 감정이 올라올 때 가만히 그 감정을 느껴주세요. 감정이 느껴지는 신체 부위가 있다면 그곳을 가만히 느껴주어도 좋아요. 그리고 그 감정에 이름 붙여 주세요. 가급적 자세히 이름 붙일수록 좋아요. 고통스러운 감정을 느끼고 이름 붙여주는 것만으로도 고통에 대한 저항을 내려놓고 고통을 줄일 수 있어요.
두 번째로, 고통스러운 감각 혹은 감정이 변해가는 것을 관찰해 보세요.내 감정이나 감각을 자세히 오랫동안 관찰하면서 변화를 보면 그것이 영원불변한 것이 아니라 변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사실은 우리를 훨씬 더 가볍고 자유롭게 해줘요. 신체적인 고통이든 정신적인 고통이든 고통이 느껴진다면 그것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그것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관찰해 보세요. 그것이 생겨났다 사라지는 것을 한 번만 관찰할 수 있어도 고통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많이 달라짐을 알 수 있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