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운명이 있다고 믿나요?
운명이란 뭘까요?
메이트, 운명이 뭔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운명이라고 하면 왠지 이미 정해진 시나리오 같은 것을 떠올리게 돼요. 이미 정해진 결말이 있기 때문에 정해진 운명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믿어버리기도 쉽죠. 그래서인지 운명을 바꾼다는 건 왠지 어마어마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모든 걸 뒤엎고, 전혀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삶의 궤도를 통째로 갈아엎는 것처럼 너무 거창하게 느껴져서, 그냥 운명에 순응해버리는 것이 좋겠다라고 생각해 버리기도 하죠.
그런데 정말 운명이란 무엇일까요? 운명이란 이미 정해진 결말이라기보다는 우리가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반응하게 되는, 그래서 우리를 늘 비슷한 결말로 이끌어가는 힘이 아닐까요. 우리는 스스로 꽤 주체적으로 산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외부의 자극에 차분히 '응답'하기보다 거의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살아가거든요. 누가 약속에 늦으면 화가 솟고, 작은 실수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칭찬 한마디에 하루 기분이 좌우되는 식이죠.
그리고 이렇게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것들이 모여서 우리 삶을 만들어 나가요. 그러니까 운명이라는 건 결말이 이미 정해진 각본 같은 것이 아니라, 매 순간 특정 반응에 자동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그래서 끊임없이 반복하게 되는 삶의 패턴 그 자체일 수 있는 거죠. 나도 모르게 굳어진 패턴에 의해 반응하며 살게 되니 마치 결말이 정해진 것처럼 비슷한 운명을 반복하게 되는 거고요.

패턴이 반복되며 만들어지는 나의 운명
각자가 다른 운명으로 살아가는 이유 또한, 우리 개개인이 같은 상황에서도 반응하는 패턴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일이 잘 안 풀렸을 때 누군가는 "역시 내가 부족해서 그래"라며 자기를 탓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환경이 별로였어"라며 밖을 탓해요. 하지만 어떤 사람은 "다음에는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죠. 비판받으면 늘 움츠러드는 사람은 자기 세계를 조금씩 좁혀가고, 늘 남을 탓하는 사람은 가까운 관계를 자꾸 잃어가기도 해요.
무서운 점은 이 자동 반응 패턴은 우리가 인지하지도 못하게 자동으로 일어난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패턴대로 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살아가요. 이렇게 우리가 반복하는 우리의 패턴은 나이를 먹고 경험을 반복하며 점점 더 굳어져요. 처음에는 길이 아니었던 산길에 사람들이 다니기 시작하며 또렷한 길이 생기듯이 어렸을 적에는 그리 강하지 않았던 패턴은, 경험을 통해 끊임없이 반복하며 점점 또렷해지고, 어느 순간 나라는 사람의 일부가 되어 버리죠.
그래서 사람들은 "왜 나한테는 늘 이런 일이 일어날까.", "나는 운이 나쁜 운명인가 봐."라고 여기며 나도 모르게 같은 버튼을 누르고 같은 결과를 얻어요. 우리가 태어난 생년월일이 그렇게 정해서가 아니라,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고 반복하는 패턴이 조용히 반복 재생되며 우리의 운명을 만들어 가는 건데 말이죠. 우리는 스스로를 무척 의식적인 존재라 여기지만, 사실은 각자의 방식으로 프로그래밍 된 반응 기계처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몰라요.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요?
그렇게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운명대로' 살게 돼요. 같은 종류의 다툼, 같은 종류의 후회, 같은 종류의 막다른 길에 자꾸만 다시 도착하는 거죠. 운명이 우리를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알아차리지 못한 우리의 패턴이 우리를 늘 같은 자리로 데려다 놓는 거예요. 그러니 운명을 바꾸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분명해져요. 바로 내가 어떤 패턴 속에서 살고 있는지를 알아차려야 해요.
특정 조건에서 반응이 튀어나오는 것 자체는 우리가 어찌할 방도가 없어요. 그건 오랜 세월 새겨진 회로니까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주 작은, 그러나 결정적인 틈이 하나 있어요. 반응이 튀어나오는 순간, 거기에 줄줄이 딸려오는 감정과 행동에 그대로 휩쓸리는 대신, "아, 내가 또 비슷한 패턴으로 반응하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거예요. 자극과 반응 사이에 난 손톱만 한 그 틈이 우리를 운명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해줄 수 있는 엄청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거죠.
패턴은 우리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때 가장 강력하게 작동해요. 하지만 내가 패턴에 휩쓸려서 자동 반응하며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그 패턴의 힘은 서서히 약해지기 시작해요. 물론, 알아차린다고 패턴을 멈추게 되지는 않아요. 많은 경우 우리는 내가 또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니까요. 마치 100킬로로 달리는 차에 브레이크를 밟는다고 바로 멈춰지지 않는 것과 똑같아요. 오랫동안 반복한 패턴은 그 자체로 힘이 있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알아차리면서도 나쁜 인연을 끊지 못하고, 스스로에게 파괴적인 행동을 반복하고, 화를 내고, 고집을 부려요. 변하지 않는 나를 미워하고 자책할 필요는 없어요. 그럴 때는 '나는 지금 또 이렇게 하고 있구나.' '변하지 않는 나를 자책하는구나'라고 알아차려주면 돼요. 알아차림이 계속 작동하는 한 견고한 패턴은 조금씩 힘을 잃어가기 시작하거든요.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릴지라도 말이죠.)
반복적이고 지루한 운명 바꾸기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와 볼게요. 운명은 바꿀 수 있는 걸까요? 운명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모든 걸 뒤엎거나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이 되는 드라마를 쓸 필요는 없어요. 운명을 바꾸는 일은 사실 훨씬 조용하고 지루할 정도로 반복적인 일이거든요. 내 자동 반응이 튀어나오는 바로 그 순간을 알아차리고, 그 알아차림으로 패턴을 조금씩 무력화시키는 것, 그것이 운명을 바꾸는 시작이 될 수 있어요.
그렇게 지루하게 하지만 꾸준하게 하나씩 알아차릴 때마다 패턴은 조금씩 힘을 잃어요. 운명이란 정해진 줄로만 알았던 각본 앞에서, 우리는 늘 같은 대사를 읊는 배우가 아니라 그 대사를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거죠. 운명을 바꾸고 싶다면, 거창한 결심은 잠시 내려놓아도 좋아요. 그저 오늘 하루, 익숙한 반응이 튀어나오는 그 순간을 딱 한 번만 알아차려 보세요. 그 조용한 알아차림이야말로, 내가 나의 운명의 진짜 주인이 되는 가장 확실한 시작이니까요.



